- 빅뱅 ‘배배’-샤넬, 글로벌에 혹사당하는 한복 “무관심한 남용” [패션톡]
- 입력 2015. 05.08. 10:54:57
-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정부가 한복의 세계화를 전면에 내걸고 있지만 이전에 한복에 대한 가치 정립이 중요해 보인다.
빅뱅 ‘배배’ 뮤직 비디오
전통문화의 핵심요소로서 한복이 대중과의 거리 좁히기가 급작스럽게 진행되면서 전통한복 장인들이 우려하던 ‘한복의 왜곡’이 현실화 되고 있다.
빅뱅의 컴백이 알려지면서 대중은 신곡과 뮤직비디오와 무대에서 보여줄 퍼포먼스에 관심을 높였다. 그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나, 5월 1일 공개된 ‘배배(BAE BAE)’ 뮤직 비디오의 마지막을 장식한 장면은 논란이 되기에 충분했다.
어깨를 드러낸 채 한복 치마저고리를 두르고 가채를 쓴 외국 여성 무리와 곤룡포를 연상케 하는 보 장식이 달린 빨간 외투, 하얀 마고자, 등에 흉배를 단 재킷 등을 입은 빅뱅 맴버가 어우러져 놀이인 듯 희롱인 듯 춤을 춘다.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다 여자의 치마를 들추는 등 사극 속 양반들의 쥐색잡기를 흉내 내는 광대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언뜻 보기에 힙합 가수들의 자유분방한 표현쯤으로 넘겨버릴 수 있으나, 케이팝의 파급력과 빅뱅의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고려할 때 한복의 세계화의 출발점부터 비틀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케이팝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아이돌들은 최근 발표하는 음반마다 섹시와 섹스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빅뱅의 배배 뮤직 비디오 속 한복 역시 그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2015/16 샤넬 크루즈 컬렉션
지난 4일 진행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5/16 샤넬 크루즈 컬렉션은 이 같은 우려를 더욱 자극했다.
샤넬, 칼 라커펠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지만, 컬렉션에 등장한 한복을 두고 대중과 패션계는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샤넬이 한복을 무대에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는 긍정적인 호평과 한복의 진부한 재해석이라는 평이 대립했다.
이는 제 아무리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이라고 해도 적어도 한복과 같은 전통 요소는 현재 한국인들의 관점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인들이 인식하는 한복은 샤넬에 올려진 한복처럼 전통도 현대도 아닌 어중간한 어느 지점에 멈춰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복 세계화는 케이스타일의 구심점인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공조 없이 자연발생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케이팝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미친 화장품 시장은 국제적 표준규격이 있는 제품이기에 의도치 않은 성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기초지식이 없는 외국인들에게 배배 뮤직비디오 속 같은 장면은 한복은 물론 한국 문화의 가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대중의 요구와 가장 맞닿아있기에 아직 세계화를 향한 출발점에서 발걸음도 때지 못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해서만큼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빅뱅 ‘배배’ 뮤직비디오 캡처, 샤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