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이승철 이설아 ‘차이나타운’의 엄마
입력 2015. 05.08. 13:22:10

왼쪽부터 차이나타운, 이설아, 이승철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난 그 어느 날/ 문득 울고 있는 엄말 보았죠/ 엄마도 소중한 보배 같은 딸이었는데/ 어느새 엄마라는 이름 때문에/ 자신도 그 소중한 한 명의 딸이란/ 사실 잊은 채 지내온 날이여’

어느덧 30년 경력을 훌쩍 넘겨버린 뛰어난 가창력의 가수 이승철이 발표한 신곡 ‘마더’의 가사 중 일부다. 이 곡은 공개되자마자 대중의 극찬을 이끌어내며 이승철의 실력과 존재감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주고 있다.

록발라드의 전형적인 업비트에 미디엄템포로 진행되는 이 곡은 이승철의 무르익은 가창력이 아주 매끄럽게 멜로디를 펼쳐나간다. 사실 음악적으로 그동안 이승철이 발표한 레퍼토리 중에서 꽤 뛰어나다고 할 수도, 국내 록넘버 중 단연 유니크하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의외로 대중의 호평은 꽤 과할 정도다.

이설아



얼마전 끝난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4’의 경연 초기 양현석과 박진영은 심드렁하게 바라봤지만 유독 유희열이 애정을 가졌던 이설아가 시청자들에게 각광받을 수 있었고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새롭게 조명받을 수 있었던 배경은 그녀의 자작곡 ‘엄마로 산다는 것은’이었다.

‘엄마도 아리따웠던 때가 있었겠지/ 그 모든 걸 다 버리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 엄마,
엄마로 산다는 것은/ 아프지 말거라, 그거면 됐다‘

이 곡 역시 아직은 설익은 이설아의 작법이나 음악세계로 인해 완벽에 가까운 음악성을 내뿜진 않는다. 이설아의 가창력은 이승철과 감히 비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 경연대회에서 공개된 창작곡이 그토록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은 순수한 작품세계와 이를 잘 뒷받침해주는 가슴 절절한 가사 때문이었다.

이승철



이승철은 사춘기 때 소위 ‘범생이’와 문제아의 경계에서 살짝 비행소년 쪽에 가까웠다. 최소한 지난해 세상을 떠난 교육자 출신 그의 어머니의 눈엔 그랬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승철은 그런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방황을 음악에 쏟아 부었고 그렇게 스타덤에 올랐다.

물론 스타가 된 후에도 대마초에 손을 대는가 하면 한 번의 이혼으로 어머니의 속을 끝까지 썩였다. 그렇게 50살의 아버지가 된 그는 어머니가 그리울 것이고, 세상 모든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과 애틋함이 절절할 것이며, 만날 사랑타령만 일삼던 그로선 이제 나이에 걸맞은 인생의 노래 하나쯤 부르고 싶었을 것이다. 그게 ‘마더’고 그런 그의 심리상태와 대중의 정서는 딱 맞아떨어졌다.

2013년 제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화려한 경력의 이설아는 아직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지만 같은 여자란 입장에서 빨리 엄마의 의미를 깨달은 듯하다. ‘아프지 말거라, 그거면 됐다’란 가사 하나에 엄마에 대해 얼마나 함축적인 의미가 담겼는지는 웬만한 대중은 다 안다. 그래서 이 노래에 열광하는 것이다.

엄마는 자식들에게 무던히도 잔소리를 해댄다. 공부하라, 편식하지 말라, 친구를 잘 사귀어라, 양치질 하고 자라 등 엄마가 자식에게 할 수 있는 잔소리의 종류는 최소한 수백 가지는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두는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식을 위해서다. 그런데 엄마가 자신을 위해 자식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아프지 말라’다. 왜냐면 자신이 아픈 것은 스스로 인내할 수 있지만 자식이 아픈 것은 참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거면 됐다’라는 가사는 바로 그 뜻이다. ‘너는 너를 위해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엄마를 위해선 딱 한 가지, 아프지만 말라. 그거면 됐다’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거센 공세 속에서도 유일하게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핏빛의 음습한 누아르 ‘차이나타운’을 관통하는 캐릭터도 ‘엄마’다.



20살의 주인공 일영(김고은)은 인천 차이나타운 지하철 역사 내 10번 코인라커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차이나타운의 범죄의 세계를 지배하는 마우희(김혜수)의 손에서 ‘필요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철칙 아래 강하게 성장해 어느덧 마우희의 조직의 서열 넘버2를 다투게 됐다.

마우희는 마가흥업이라는 범죄조직이지만 어엿한 회사를 이끄는 수장이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회장이나 사장으로 부르지 않고 엄마라 부른다. 차이나타운의 유흥가를 지배하는 폭력조직의 두목 치도(고경표) 역시 그 엄마 밑에서 성장했다.

그런데 마우희 역시 일영처럼 ‘엄마’ 밑에서 자라 엄마가 됐다. 그리고 그녀는 일영에게 ‘엄마 내가 죽였어, 여기서’라고 뇌까린다.

마가흥업의 주요인물은 일영을 비롯해 큰 오빠 우곤(엄태구) 일영의 ‘절친’ 쏭(이수경) 그리고 정신지체자인 막내 홍주(조현철)다.

엄마는 ‘자식’들에게 ‘우리가 식구냐’고 그들의 ‘싸구려 우애’를 비웃는가 하면 ‘네가 쓸모 있음을 증명하라’며 쓸모없으면 죽여 버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엄마는 그들을 죽이기 위해서나 써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엄마 노릇을 하며 살아간다. 이 험악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엄마가 자식을 보호하려 들기보다는 살아남는 방법, 즉 쓸모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침으로써 엄마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다.

그건 바로 이설아의 ‘아프지 마라, 그거면 됐다’와 일맥상통하는 엄마의 철학이다. 자식이 알아서 생존할 때까지만 가르치고 보호하되 그 수준이 되면 ‘아프지만 마라’고 바라는 것이다. 그게 엄마로서 자식에게 최대한 바라는 ‘보상심리’다.

5월 8일 어버이날 그 누구의 자식이었으며 그 누구의 어버이일 사람들을 위해 이승철의 ‘마더’, 이설아의 ‘엄마로 산다는 것은’, 그리고 김혜수의 ‘차이나타운’이 엄마에 대한 송가를 보낸다. 아프지 않는 게 엄마한테 효도하는 것이라고.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사진=티브이데일리 제공, SBS 화면 캡처, 차이나타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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