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네팔 간 김보성에게 예능 고정을!
입력 2015. 05.15. 15:47:07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배용준이 1000억 원대의 주식부자고 95억 원짜리 단독주택에 신혼살림을 차리느니 마느니 하는 보도가 하루 종일 인터넷을 도배하는 동안 ‘의리맨’ 김보성이 지난 14일 지진 피해자들을 돕겠다며 조용히 네팔로 출국한 사실이 배용준 기사 뒤편에 나지막이 걸렸다.

김보성은 지난해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확실하게 재평가된 소셜테이너다.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에 간간이 나와 ‘의리’를 외쳐댄 그를 대중은 그저 단순히 이미지를 팔아 근근이 먹고 살려는 조연배우 정도로 알았으나 당시 빚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세월호 참사 수습에 보탰다는 사실은 정부에 대한 분노가 큰 만큼 감동적이었다.

그러던 그는 이번 네팔 지진 사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또 1000만 원을 쾌척했다. 세월호로 인한 재조명 이후 CF도 찍고 활동이 부쩍 는 가운데 수입이 비례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최소한 수십억 원대의 부동산을 샀다든가 하는 ‘한 건’은 들려온 바 없다.

대신 소아암 환자를 위해 1000만 원을 기부했고 각종 사회적 약자 및 소외자들을 돕는 캠페인이나 행사 등에 꾸준하게 참석해온 선행이 알려지고 있다.

김보성은 몇 년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식투자로 전 재산을 날린 뒤 전기세를 낼 돈마저 없어 100평 아파트의 모든 전원을 끄고 산다는 유머로 시청자를 웃기기는커녕 분노케 한 적이 있다. 예전에 그가 과시욕이 좀 있어서 능력에 비해 과하게 큰 집을 전세로 얻었던 것이고 그나마 돈이 없어 월세로 살다가 결국 그 부담을 이겨내지 못해 25평 아파트로 이사갔음을 알린 뒤 그의 남다른 ‘의리’의 진실성이 인정받으면서 ‘오해’는 풀렸다.

김보성은 그 이름값에 비해 정작 영화나 TV 출연이 뜸하다. 1987년 영화 ‘그대 원하면’에 단역으로 출연했다가 2년 뒤 당당히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주인공을 맡아 스타덤에 올라선 이후 몇 편의 청춘물에 출연하며 잠깐 반짝했지만 정상의 문턱에서 미끄러진 뒤 미로를 헤매다가 1996년 ‘투캅스2’로 재기의 기운을 뿜어냈다. 그러나 2년 뒤의 ‘투캅스3’가 끝이었다.

2002년 ‘보스상륙작전’ 2013년 ‘영웅: 샐러멘더의 비밀’ 2014년 ‘정의본색’ 등 그가 주연을 맡았고 실패한 필모그래피를 보면 안타까움마저 든다. 작품 운이 없었거나 그의 선택능력이 떨어졌거나.

그건 가장 근접한 그의 히트영화가 ‘투캅스’ 시리즈였던 영향이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강우석 감독의 총애를 받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로 청춘스타로 올라선 뒤 역시 강 감독의 ‘투캅스’ 시리즈로 부활했지만 ‘투캅스’ 속의 우직한 의리경찰 캐릭터는 배우로서의 그가 다양한 스펙트럼을 펼치는 데 발목을 잡았다. 정확하게 그 스스로 족쇄를 채웠다는 게 더 근접한 답일 수도 있다. 강 감독이 깔아준 멍석 위에서 대중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한 그는 더 노력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건 그가 배우로서 게으르거나 능력이 안 돼 스스로 답보상태의 틀 안에 갇힌 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안다. 그건 그의 단순하고 우직한 성격 때문이다.

최근 그가 출연한 MBC ‘무한도전’이 증명한다. ‘무한도전’은 얼마 전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6의 멤버 ‘식스맨’을 선정하기 위한 ‘무도 식스맨 특집’을 내보낸 바 있다. 그 마지막 얘기 편에서 ‘전설의 주먹’ 아이템을 선정한 박명수와 장동민은 섭외 차 김보성을 만났다. 김보성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펀치 기계로 테스트에 나섰다.

박명수와 장동민은 800점을 넘겨야 1위를 할 수 있다고 부추겼고, 김보성은 자신만만하게 도전했지만 점수는 700점대에 머물렀다. 김보성은 “이훈이 800점을 넘은 거냐”고 목표를 정하며 심기일전했고 박명수는 “787점이니 그것만 넘겨라”고 목표를 더 낮게 수정해줬다.

하지만 김보성은 젖먹던 힘까지 쏟아냈음에도 761점에 그쳤고 이후 “저기 죄송한데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매달려 여러 차례 재도전했지만 점점 낮아지는 점수에 굴욕만 남겼다.

이게 바로 김보성이란 사람이다. 만날 의리를 외치고 근육질의 피지컬만 드러내며 남성성을 앞세우는 그지만 마음 따로 몸 따로 노는 ‘허당기’가 강하다. 즉 그는 강하고 거친 마초맨의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서지만 사실 그는 마음도 여리고 폭력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다만 사람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선 표도르하고도 싸울 태세일 따름이다.

그러나 그건 예능에선 아주 훌륭한 호재다. 이미 ‘무한도전’을 통한 시청자의 반응에서 보듯 예능 프로그램과 그는 체질이 꽤 맞는다.

영화배우는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처럼 팔색조의 캐릭터를 펼쳐야 한다. 뛰어난 배우의 철칙은 한 번 맡은 캐릭터나 이미지는 다시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 기준에서 평가했을 때 ‘의리맨’ 이미지 하나로 살아온 김보성은 확실히 불리하다. 그에게 ‘의리맨’과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맡기는 것은 감독이나 제작자로선 매우 큰 모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능은 ‘의리맨’의 활용도가 넓고 길게 열려있다. 그리고 그건 지금까지 배우로서 저평가돼온 김보성이 뒤늦게나마 연기의 스펙트럼을 화려하게 펼쳐 무지개 배우로 상전벽해 할 기회로 연결된다.

성동일은 오랫동안 무명과 단역생활을 하다 ‘빨간 양말’ 캐릭터로 비로소 성공했지만 그 캐릭터에 발목을 잡혀 한동안 고생하다 MBC ‘아빠! 어디 가?’로 확실하게 부활했다. 김보성이 성동일보다 한 살 형이긴 하지만 시청자가 느끼는 이미지는 아직도 의리밖에 모르는 철이 덜 든 청년이다. 기회가 충분하단 의미다.

더불어 김보성의 캐릭터는 드라마에선 활용도가 넓게 열려있다. 무식한 형사부터 의외로 나약한 조폭 캐릭터는 안성맞춤이고, 회사에서 후배에겐 강하지만 상사에겐 무조건 복종하고 아부하는 캐릭터도 좋다. 역발상으로 그에게 아주 잔인한 배역을 맡기거나 매우 나약한 게이 스타일을 입혀도 꽤 재미있다.

한국 연예계가 김보성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이유는 그가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명예사절 자격으로 난민 돕기 봉사활동 차 오는 17일 아프리카 남수단으로 출국하는 정우성같은 꽃미남 스타도 아니고, 독도 홍보에 전 재산을 쏟아 붓다 못해 빚까지 진 김장훈처럼 공연을 잘하는 것도 아니라 그저 믿는 것은 의리 하나밖에 없는 순진하고 순수한 배우기 때문이다.

선천적인 가창력이나 음악성이 바탕이 돼야 하는 가수와 달리 배우는 용불용설의 대상자다. 최민식이 대표적이다.

대중의 지지로 엄청난 돈을 벌었음에도 무덤까지 갖고 갈지언정 불우이웃돕기나 사회환원 등에는 전혀 관심 없다는 듯한 뻔뻔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연예스타가 즐비한 연예계의 풍토 속에서 드물게 희생정신과 박애정신을 바탕으로 한 의리로 똘똘 뭉친 김보성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게 잘 생기고 아름다운 남녀연예인을 우러러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연예인이 사회의 거울이고 청소년의 사회적 교과서기 때문이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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