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원빈 이나영, 친환경 비밀결혼식의 의미
입력 2015. 06.01. 16:07:54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할리우드 스타 조니 뎁과 약혼녀 엠버 허드는 지난 2월 뎁이 소유한 바하마의 한 섬에서 50여 명의 하객만 초청한 채 조용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하객들은 결혼 축제 기간 고급 요트 등에 머무르며 ‘그들만의 파티’를 즐겼다.

할리우드 배우 이안 소머헐더와 니키 리드 역시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 말리부에서 비밀 결혼식을 통해 부부가 됐다. 조쉬 더하멜은 지난 2009년 블랙 아이드 피스의 싱어 퍼기와 5년 열애 끝에 말리부에서 결혼식을 올린 바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부유층의 대표적 휴양지인 말리부는 미국 스타들의 단골 비밀 결혼식 장소로 애용됐다. 그 후 뎁의 경우처럼 아메리카 대륙 전역은 물론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각지의 극히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오붓한 장소가 스타들의 결혼식장으로 애용되고 있다.

장동건-고소영에 이은 한국의 ‘브란젤리나 커플’인 원빈과 이나영은 원빈의 고향인 강원도 정선의 시골 한적한 곳에서 지난달 30일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가만히 보면 한국 스타들의 결혼은 할리우드를 닮아간다.

한국 연예계 최초의 슈퍼커플인 신성일-엄앵란부터 최수종-하희라를 지나 장동건-고소영까지 그들은 호화로운 장소에서 대형 결혼식을 올리는 게 대세였다. 일반인들의 참관은 철저하게 제한되지만 동료 연예인부터 유명인사까지 지인들을 최대한 많이 초대해 성대하게 최고로 호화스러운 축제를 여는 게 당연시 됐었다.

하지만 경기도 남양주 봉선사에서 결혼식을 올린 조용필-박지숙부터 동일장소에서 백년가약을 맺은 유현상-최윤희 등의 지극히 개인적인 혼례는 최근 이효리-이상순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이 커플은 제주도에서 아주 친한 친척 친지만 초대해 최대한 간소하고 소박한 예식으로 결혼의 신성함과 아름다움의 의미를 빛냈다. 그리고 그 흐름이 원빈-이나영으로 이어진 것.

결혼은 만물 중 유일하게 인간만이 가진 제도고 그래서 결혼식의 숭고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현실은 복수일 수 있지만 최소한 결혼식과 혼신신고 때만큼은 부부는 그게 마지막이라고 여기고 상대방에 최선을 다해 충실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려 노력한다.

하지만 동물은 다르다. 그들에게 일부일처제란 무의미하고 생존을 위해서라면 암컷은 육체적으로 강한 수컷을 계속 찾고, 강한 수컷은 되도록 많은 암컷과 교미함으로써 자신의 우월한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려 노력한다. 심지어 사자는 새 우두머리가 전 두목의 새끼들을 모두 물어 죽인다.

사람이 일찍이 결혼제도를 만든 이유는 복합적인데 우선 사람이 동물과 다르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고 수치심을 느끼면서 옷이란 것을 착용하고 문명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남자는 섹스파트너를 찾느라 사냥과 목축 그리고 농어업 등에 할애할 시간을 뺏길 필요가 없는 결혼을 선호하게 됐다.

여자 역시 아버지가 각각 다른 아이들을 키움으로써 생기는 특정 혈통에 대한 불이익을 막고 자신도 안정된 생활과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결혼제도가 싫을 리 없었다. 게다가 도시국가의 틀을 갖추면서 계급사회로 변환돼 가면서 ‘신분’에 맞는 결혼이 자연스럽게 정착돼 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부일처의 결혼제도는 곧 문화적 지적 수준의 척도가 됐고 그것은 상류사회와 절대 권력자에게도 서서히 번져가게 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가 있었음은 역사를 통해 모두 배웠다.

인류가 문명을 통해 결혼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서민은 결혼이 단순한 관습이고 관례며 생활이었지만 돈과 권력을 지닌 지도층은 많이 달랐다. 그들은 욕심에서 미녀를 취하거나 재혼과 중혼 혹은 첩을 마다하지 않았고 그건 돈과 권력을 바탕으로 했으며 그래서 자연스럽게 상류층의 결혼은 정치적 사업적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게끔 자리 잡았다.

우리 역사에서 지배국인 중국이 속국인 우리 민족과 계속 사돈관계를 유지해온 것은 한국의 공주나 왕자가 좋아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정치적인 계산을 밑바탕에 깔았기 때문이다.

그건 고대 그리스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정벌국마다 왕비를 두고 휘하의 일등공신들에게 현지의 아내를 맞도록 한 민족융화정책 때부터 있어온 고전적인 정치적 결혼풍습의 연장이다.

그런데 그런 풍습은 지금도 일부 잔재해있다. 유명 연예인이 재벌가 사람과 결혼하거나, 재벌과 재벌, 혹은 재벌과 정치인이 사돈을 맺는 사례 중 일부는 사랑에 앞선 그 어떤 ‘계산’이 바탕에 깔려있는 경우가 존재한다.

할리우드 남자 스타들이 적게는 10여 살부터 많게는 20여 살이 넘게 어린 신부를 맞아들일 수 있는 것은 순수한 사랑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케이스에서 그들의 명성과 더불어 그것을 바탕으로 축적한 재산 덕분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런데 이효리-이상순, 원빈-이나영을 달랐다. 결혼 전 이효리는 대한민국 연예계의 대표 섹시아이콘이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었고 아님 부잣집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과감하게 활동을 중단한 뒤 자신만의 조용한 사생활에 집중했으며 그 과정에서 당시 무명에 불과한 뮤지션 이상순과의 순수한 사랑을 곱게 키웠다. 누가 뭐래도 마음만 먹는다면 이효리는 재벌 2세나 톱스타와 결혼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정치’나 ‘비지니스’가 아닌, 순수한 사랑을 선택했다. 제주도의 소박한 결혼식이 입증한다.

원빈과 이나영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톱스타치곤 꽤 ‘긴’ 연애기간을 거쳐 신중하게 결혼에 골인했다. 그리고 이름값을 뽐낼 왁자지껄한 결혼식을 피하고 온전히 그들만의 추억 만들기와 그에 대한 의미부여에 집중했다.

대한민국에서 결혼식의 축의금은 중의를 내포한다. 첫째는 경제적인 이유고, 둘째는 그게 곧 자존심으로 직결된다. 하지만 이효리 커플과 원빈 커플은 그것을 원천봉쇄한 채 오로지 결혼식 자체에 충실했다. 그건 그들의 결혼식은 100% 순수한 사랑의 결실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한 선서와 자신감이며, 축의금의 그 어떤 의미도 마음 만으로만 받겠다는 공개선언이었다.

공교롭게도 제주도와 강원도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휴양지 겸 여행지다. 실질적인 개발여부를 떠나 그만큼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란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두 커플은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는 공해를 유발하는 호화카펫이 아닌 땅을 밟았다. 대지는 때묻지 않은 고결한 새 생명의 잉태와 탄생, 그리고 성장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게 바로 두 커플이 결혼식을 통해 일부 천박한 정치적 계산적 결혼을 향해 외치는 그들만의 사랑의 결실에 대한 웅변이고 상징이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 사진=이든나인 제공, 이효리 팬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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