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 토크] ‘쥬라기 월드’의 의도치 않은 교훈
입력 2015. 06.12. 09:37:51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지난 11일 개봉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쥬라기 월드’(콜린 트레보로우 감독)가 단숨에 흥행 1위를 차지했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쥬라기 월드’는 전날 27만4695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시사회를 포함한 누적관객수가 27만7456명이다.

이 영화는 개봉 전 80%에 이르는 예매율로 이미 흥행이 예고된 바 있지만 막상 뚜껑을 연 뒤의 세력은 예상보다 더 강하다. ‘샌 안드레아스’의 전날 6만9679명 관객수를 맞대결 첫날 4만313명(누적 117만8952명)으로 끌어내린 뒤 이미 승부 자체가 의미가 없음을 입증하며 단독질주를 예고한 것.

게다가 2만777명(누적 354만2009명)의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와 1만8737명(누적 208만8564명)의 ‘스파이’가 사실상 흥행의 동력이 다한 양상이어서 내달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개봉되기 전까지 가벼운 흥행목적보단 진지함으로 가득한 ‘극비수사’ ‘연평해전’ ‘소수의견’ ‘나의 절친 악당들’ 등의 한국영화와 다투게 돼있어 당분간 편하게 관객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쥬라기 월드’의 첫날 관객동원 기록은 역대 최고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의 62만여 명에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지만 역대 외화 최고 흥행작 ‘아바타’(2009)의 20만5303명보다 더 많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 영화는 ‘맏형’인 ‘쥬라기 공원’에 비교했을 때 CG는 더욱 정교해지고 스케일은 더욱 커졌지만 완성도 면에서는 부족하단 평가가 대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흥행에 청신호를 켜고 과속질주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메르스 공포로 문을 닫는 학교와 직장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 극장가 역시 평소 대비 20% 이상 관객이 줄고 있다는 점에 비교할 때 이례적이고 의미 있는 숫자다.

‘쥬라기 월드’의 스토리는 전작들에 비해 크게 달라지거나 완전하게 새롭거나 엄청난 충격을 주는 소스는 없다. 갑부가 유전자 조작으로 보다 더 무시무시한 신종 공룡을 창조해냄으로써 22년 만에 재개장한 ‘쥬라기 월드’의 매출을 늘리려고 한다는 데서 영화는 출발한다.

그런 조작에 의해 탄생한 인도미누스 렉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지능과 육체적 능력을 지녔다. 이 괴물은 사람 뺨치는 지능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카멜레온처럼 주변 환경에 따라 자신을 숨길 수 있는 변신능력까지 갖췄다.

그런 인도는 사람들을 비웃듯 속임수를 펼쳐 우리에서 탈출한 뒤 쥬라기 월드가 있는 섬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오너인 마즈라니(이르판 칸)와 그의 심복 클레어(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초기대응을 잘 했으면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 손님이 끊길 것을 우려해 쉬쉬 하며 조심스럽게 인도를 생포하려 한다.

하지만 사람의 머리 위에서 노는 지능과 더불어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보다 강한 공격력과 포악성을 지닌 인도를 생포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래서 진압에 투입된 전투요원을 비롯해 리조트 직원은 물론 일반 관람객까지 다수가 희생된 뒤에야 주인공 오웬(크리스 프랫)과 그가 훈련시킨 랩터들의 활약에 의해 사건이 점점 진정돼간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영화를 관람하고 난 관객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내용이라는 의견이 이구동성으로 나오고 있다.

영화의 총제작을 맡은 스티븐 스필버그는 1편의 감독이었고 3편까지 만든 뒤 4편은 안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신인감독에게 메가폰을 넘겨주고 한발 뒤에서 제작만 했다. 설마 그가 몇 년 뒤를 예상하고 이런 내용을 지시하진 않았을 것이다. 왜냐면 이런 스토리는 할리우드 괴수영화나 ‘에일리언’ 같은 SF영화에서 숱하게 써먹은 고전적 시나리오의 기승전결 기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자라투스트라의 예언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게 한국 관객의 관람평이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영화처럼 사태가 잘 해결되길 바라는 것 역시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 사진=UPI코리아]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