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비수사’ 곽경택 감독,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인터뷰]
- 입력 2015. 06.14. 15:35:03
- [시크뉴스 박혜란 기자] 곽경택 감독이 담백한 닭백숙 같은 얘기로 사람들의 소신을 표현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곽 감독이 영화 ‘극비수사’(제이콘컴퍼니 제작)와 관련해 시크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18일 개봉되는 ‘극비수사’는 1978년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던 사건으로 사주로 유괴된 아이를 찾은 형사와 도사의 33일간의 얘기다.
‘친구’로 대표되는 남성적이고 다소 폭력적인 영화로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된 그가 이번에는 전혀 다른 새로운 스타일로 돌아왔다. 그것도 실화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이미 결과가 나와 있는 실화 소재가 두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다소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겠느냐”며 웃으며 대답하는 그는 이 영화에 대한 ‘소신’을 갖고 있었다.
‘부산’ ‘수사물’ 이라는 키워드가 자칫 곽 감독에 대한 선입견을 줄 수 있었지만 그가 주목한 것은 실존인물들의 따뜻함이었다. “두 사람(공길용 형사, 김중산 도사)을 만나고 얘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두 사람에게서 친근함과 따듯함을 받았다. 실제인물들이 그랬으니까”
그는 수사물의 교과서적인 빠른 편집, 추격전 등을 통해 긴장감을 주기보다는 유괴 사건 속의 인물들의 소신에 초점을 맞췄다. 극적 요소는 배제하고 실제 사건에 맞추는 담백한 묘사를 하려고 했다.
“소신이라는 단어로 축약할 수 있는 두 인물을 다시 세상에 내놓으려 했다. ‘유괴 사건’은 두 사람을 태우고 가는 매개물로 필요했던 것일 뿐이다.”
곽 감독이 세상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은 김윤석(공길용 형사 역)와 유해진(김중산 도사 역)의 연기를 통해 전해진다. 두 사람 또한 기존의 관객이 갖고 있던 선입견을 벗어나는 연기로 신선함을 전한다.
얼마 전 열린 시사회에서 실제 인물들이 영화를 관람했다. 곽 감독은 두 사람의 연기에 대한 실제 주인공의 평으로 “공 형사는 시사회 때 제 옆에 앉아 ‘김윤석이 연기 잘 하네. 내보다는 덜 별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공 형사는 실제로 더 쎘다”며 “김 도사도 유해진 연기를 좋아했다. 단단한 체형이나 두상이 똑바르게 생긴 거나. 각진 형태가 닮았다”고 전했다.
김윤석 유해진이 실제인물들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대화였다. 곽 감독과 김윤석은 같은 동네인 부산 서구 출신이다. 또한 곽 감독은 유해진을 캐스팅 단계부터 미리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밝혔다. 곽 감독과 김윤석은 비슷한 시대를 살아와서 그런지 소품부터,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영화 속 디테일들을 발전 시켜나갔다. 특히 시외전화의 색깔이 애초에 준비했던 색에서 김윤석과의 대화를 통해 바뀌기도 했다.
기존의 곽 감독의 스타일과 다르며, 담백한 얘기라 순탄하기만 하진 않았던 개봉 과정이었다. 믿고 의지한 사람들 덕분에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메르스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 등장했다. 곽 감독은 “어떤 인생을 사느냐는 이 영화의 몫이다. 영화의 출산이라는 첫 번째 과제는 끝냈으니 기다려야 한다”며 아쉽지만 담담한 속내를 털어놨다.
사람들의 사람 냄새나는 얘기를 다루는 이 영화가 곽 감독과는 다른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의 관심사는 인류학이다. 곽 감독은 “인류라는 것이 뭘까? 다른 사람의 삶은 어떨까 궁금함이 많다”라는 그의 말처럼 차기작은 부산이 아닌 현대 서울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다.
[박혜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