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후아유’와 ‘상류사회’의 도토리 키 재기
입력 2015. 06.16. 10:01:21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SBS ‘상류사회’가 드디어 KBS2 ‘후아유-학교2015’(이하 ‘후아유’)를 누르고 월화드라마 2위에 올라섰다. 이게 과연 청신호일까?

지난 15일 방송된 ‘후아유’는 7.5%(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지난 8.1%보다 0.6%포인트 시청률이 하락했다. 그리고 ‘상류사회’가 7.7%로 2위로 치고 올라갔다. MBC ‘화정’은 10.5%로 다소 주춤했지만 1위 자리는 부동이다.

‘후아유’는 16일 마지막 회가 방송된다. 보통 아무리 시청률이 낮은 드라마라 하더라도 끝물에는 다소 반등하기 마련. 하지만 ‘후아유’는 그 반대다.

이렇게 단편적인 면만 놓고 볼 때 ‘상류사회’의 일취월장을 조심스럽게 예고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3회 만에 주인공들에 대한 찬사가 줄을 잇고 있다. 일단 그동안 애프터스쿨의 멤버로서 ‘말벅지’란 민망한 별명의 피지컬적 매력만 앞세웠을 뿐 배우로서의 존재감이 미약했던 유이가 약진했다. 2~3년 전 KBS2 ‘전우치’에서 어설픈 연기로 차태현의 유니크한 코믹연기마저 코미디로 만들었던 유이보다 지난해 SBS ‘정글의 법칙’을 통해 보여준 예능의 야생녀 유이가 훨씬 더 잘 어울렸던 그녀다.

그런데 ‘상류사회’의 장윤하는 ‘전우치’의 홍무연과는 사뭇 다르다. 이제야 유이가 연기의 맛을 조금 알아가는 듯하다.

박형식 역시 일취월장했다. 이제 MBC ‘진짜 사나이’의 아기병사나 SBS ‘상속자들’의 어설픈 신인배우의 틀은 확실히 깨졌다.

가장 놀라운 배우는 임지연이다. 그녀에겐 ‘인간중독’이란 영화가 데뷔작이자 출세작이어서 각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그 영화는 그녀에게 주홍글씨다. 이 영화는 고작 144만여 관객동원에 그친, 흥행과 다소 거리가 먼 작품이다. 그냥 임지연이란 신인의 기존 성형미인과는 많이 다른 청순미가 두드러졌고 그 신비함에 베드신까지 더해져 야누스적 매력이 수백만 명 정도에게 알려졌을 따름이다. 그래서 ‘간신’의 전라의 열연 역시 별로 효과를 못 본 것이다.

오히려 그녀가 최근 ‘정글의 법칙’에서 기존 이미지를 단숨에 깨뜨리는 반전으로 털털하고 수수하며 때론 ‘진상’의 이미지로 친근하게 다가온 게 더 많이 어필하고 보다 더 폭넓은 팬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녀가 1년 만에 이렇게 연기가 상전벽해로 변할 줄 관계자들과 대중은 상상도 못했다.

‘상류사회’에서 그녀가 맡은 이지이는 다소 과장된 캐릭터다. 고교를 졸업한 뒤 변변한 직장도 갖지 못한 채 백화점 푸드마켓에서 말단 사원으로 일하는지라 월세 20만 원짜리 옥탑방에 만족하고 살아야 하는 하층계급 서민이다. 그런데 이 여자는 의외로 밝다. 자신의 직계 상사인 최준기(성준)를 아예 드러내놓고 좋아한단 티를 팍팍 낸다. 준기는 그런 그녀를 무시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짝사랑 자체에 만족한다. 가관은 준기의 죽마고우이자 백화점 본부장일뿐더러 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유창수(박형식)와의 티격태격하는 관계다.

창수는 준기를 좋아하는 지이를 그저 그렇고 그런 여자로 봤다. 혹시라도 자신에게 집적댈까 봐 본부장의 지위를 숨기고 백수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 여자에게 빠져든다. 그런데 지이는 이를 눈치 채지 못하고 때론 정중하게 최상위 상사로서 깍듯하게 대하다가 어느 순간엔 맞먹고 윽박지른다.

게다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친구 윤하와 준기가 심상치 않다. 웬만한 사람들 같으면 양쪽 모두에게 배신감을 느끼거나 분노했겠지만 지이는 사랑을 포기하고 우정을 선택한다. 이런 의외의 극단의 성격과 삶의 방식을 지닌 특이한 캐릭터를 임지연은 첫 드라마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이렇게 잘 생기고 예쁜 매력덩어리들이 4명이나 출연하는데 시청자들이 관심을 안 가질 리 없다. 게다가 내용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만 영원한 ‘판타지’인 신데렐라 스토리다. 일단 기본 시청률을 먹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장치적 어드밴티지다.

그런데 이 ‘약’이 장기적으론 오히려 ‘독’이다. 수년전부터 드라마가 시작했다 하면 절반 이상이 재벌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만큼 재벌가의 얘기는 서민들에게 신비롭고 동경하는 신세계를 그림으로써 대리만족을 주고 판타지를 만족시켜주지만 그래서 식상하단 단점도 공존한다. 여기에 진부하다 못해 영양분이 빠진 ‘사골국물’ 같은 신데렐라 스토리가 더해졌으니 웬만큼 대단한 아이디어가 가미되지 않는 한 엄청난 폭발력을 기대하긴 힘들다.

‘화정’이 그다지 대단한 라이벌이 아님을 많은 사람들이 다 안다. 차승원은 혼자서 드라마를 이끌 캐릭터가 아니고, 시대극이란 정체성과 그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고려할 때 드라마 자체의 힘이 중요한데 배우도 스토리도 그리 신선한 요소가 많지 않다.

‘후아유’는 아예 메인 무대에 들어올 스펙트럼을 갖춘 미니시리즈가 아니었다. ‘학교’는 시작할 때부터 청소년드라마라는 한계적 정체성을 굳히고 전진했고 이는 ‘후아유’가 그대로 이어왔다. 그러니 20대부터 노년층까지 아우르는 ‘화정’이나 ‘상류사회’와 10대로 과녁이 정해져있는 ‘후아유’를 동일선상에서 저울질한다는 건 고교야구 선수와 프로야구 선수와 맞대결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진검승부는 다음 주부터다. ‘후아유’의 후속으로 서인국 장나라 주연의 코믹 멜로 수사물 ‘너를 기억해’가 방송된다. 드라마는 매력으로 똘똘 뭉친 완벽한 천재 프로파일러 이현(서인국)과 경찰대 출신 열혈 엘리트 수사관 차지안(장나라)이 펼쳐나갈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을 때론 손에 땀을 쥐게, 때론 코믹하게 풀 예정이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달콤한 로맨스가 곁들여진다.

얼핏 MBC ‘7급 공무원’이 연상되지만 ‘상속자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상류사회’에 비춰보면 그게 그다지 흠이 안 될 수도 있고, 만약 그것을 뛰어넘는다면 의외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서인국의 전 드라마 ‘왕의 얼굴’은 영화 ‘관상’ 제작사 주피터필름 측이 ‘관상’을 표절했다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송됐으며 표절논란은 그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요즘 떠오르는 신예 박보검을 비롯해 최원영 이천희 등의 주, 조연은 실망보다는 기대감을 준다.

‘화정’은 50부작이니 ‘상류사회’나 ‘너를 기억해’보다 늦게 종영된다. 회를 거듭할수록, 극의 무게중심이 차승원에서 이연희 쪽으로 옮겨갈수록 힘이 많이 떨어지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렇다면 세 드라마가 10%대 초반의 수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 그런데 '너를 기억해'의 제작사는 돈냄새라면 기가 막히게 맡는, 전형적인 자본주의 체제의 CJ E&M이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 사진=‘상류사회’ ‘너를 기억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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