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절친 악당들’ 류승범, “지누는 이 시대 청춘의 표상” [인터뷰③]
- 입력 2015. 06.18. 18:44:15
- [시크뉴스 이상지 기자] 류승범은 영화를 통해 자신이 연기한 지누를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했다. 생각이 많지 않고 직선적인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다. 그런 그를 요즘 시대에 찾아 볼 수 없는 쿨한 캐릭터라고 정의했다.
오는 25일 개봉되는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지누(류승범)는 돈 가방을 옮기는 차량을 쫓는 임무 수행 도중 예기치 못한 사고로 그 돈을 챙기게 된 뒤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되는 인물이다.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류승범이 영화를 매개로 시크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서 다수의 영화를 통해 맛깔나는 ‘양아치’ 연기를 보여줬던 그가 이번에는 ‘9포세대’의 청춘을 대표하는 인물인 지누로 출연했다. 류승범은 이번 영화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임상수 감독의 작품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임상수 감독님은 작가다. 감독님의 시선이 궁금하기도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영화 속 캐릭터들이 사랑스럽고 좋았다. 한마디로 느낌이 좋았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저항하는 청춘이라기보다는 무기력한 청춘 그대로였다. 사실 청춘이라는 건 순수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반항하는 청춘이 아니라 미숙한 청춘 그 자체 말이다”
-파리 생활을 하고 있어서 한국 작품을 안 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이 영화가 당신을 끌어당겼던 결정적인 이유는?
“한국 생활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 다만 영화라는 건 나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선택이 더 신중해지고 있던 찰나에 ‘청춘영화’라는 장르에 꽂혔다. 더 이상 나이가 들기 전에 나의 젊은 시절을 기록하고 싶었다. 지누라는 캐릭터를 통해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만나러 가자고 생각했다”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을 본 후에 어떤 생각이 들었나?
“영화를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시대를 기록한다. 이런식으로 영화가 나에게 얘기해 주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영화는 아름답다. 이건 음악도 마찬가지다. 시대가 지나도 예전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세대를 넘나들며 예술적인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 작품을 총 두 번 봤다. 특히 두 번째 봤을 때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영화가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 하루를 살더라도 즐겁고 활기차게 살아라. 삶을 사는데 있어서 젊은이들처럼 화끈하게 두려움을 접어두고 나아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이 영화를 보다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이분법을 발견했다. 젊은이들은 가진 게 없어서 두려움이 없다. 반명 기성세대는 가진 게 많아서 두려운 게 많다고 생각했다. 어째서 인생에서 가진 게 많으면 두려워지는 걸까”
-영화 속에서 한량처럼 그려지는 지누는 실제로는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지누에게 받은 인상은 심플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꼬여 있는 게 없고 콤플렉스가 없다. 자신의 결정보다는 타인의 결정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지금의 현실에서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 쓸모없는 존재처럼 비춰지지 않나. 그래도 그런 사람은 꼭 필요한 사람 아닌가? 세상은 리더만 원하는데, 사실 서포트가 없는 리더가 있나?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진심으로 지누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영화 속에서 베드신을 함께 한 이후에도 고준희에게 존댓말을 쓰는 게 인상적이다. 이유가 있나?
“내가 감독님께 직접 한 번 제안해 봤다. 진심으로 그녀를 존중하고 싶다. 영화 속 지누는 그런 성격이 보여 지기 때문에 이런 태도가 그런 인물을 설명하기가 더욱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는 의도였다”
-지누(류승범)와 나미(고준희)가 나누는 대사 속에서는 과거에 관련된 스토리나 심각한 이야기가 없다. 공허함 속에서 그들의 캐릭터가 묻어 나오나?
“나는 그게 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실 공허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는 어느 정도 공간이 있으면 더 오래갈 수 있지 않나? 그 이유는 서로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경청 할 줄 아는 것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호흡을 맞춘 고준희는 어떤 배우인가?
“고준희에게서 많이 배웠다. 정말 좋은 사람이다. 맑고 순수하다. 작품에 열정적으로 임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다(웃음). 준희 잘 웃지 않나? 사실 키 큰 여자를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 그리고 두주인공인데 상대방이 잘해야 나도 좋다. 영화를 보면 그녀는 참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내가 그녀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내가 닮고 싶은 점들을 지닌 배우다”
-스스로가 평가하는 연기자 류승범은?
“연기를 참는다는 것이 스스로 기특하다. 사실 내가 이 작품 요청하고 나서 스스로 약속 한 것은 ‘연기를 참는 것’이었다. 마치 차가운 칼날 같은 것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그 레이스를 펼쳤다. 무엇보다 숨겨진 작업이기 때문에 나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보통 영화나 미술은 대중이 보이는 것에 박수를 보내기 때문이다. 지누라는 캐릭터가 한 발 물러서있다. 절제된 캐릭터 덕분에 참는 연기가 자연스러워졌다. 감독님은 그 걸 아시는 분이다. 사실 감독님이 가장 지누와 닮은 사람이다. 멋있는 사람이고 진심으로 존경한다”
-엔딩에서 춤추는 신이 인상적이다. 마치 인도 영화 같다고 할까.
“시나리오 안에서는 ‘돈 쓰러 가자’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최대한 활기차게 만들자는 것이 이 영화의 색깔이자 모토다. 가끔씩 불친절한 영화들은 우리를 바보로 생각하고 여백을 안 준다. 마치 ‘이거야’하고 가르치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여백이 있다. 이 또한 감독님의 배려다. 마지막 춤추는 장면에서 진우와 나미는 임신 한 것처럼 표현된다. 두사람은 지금쯤 어딘가에서 재밌게 살고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끝까지 잡히지 않았으면 한다”
[이상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가영화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