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원더걸스 에프엑스 소녀시대, 다른 듯 닮은
- 입력 2015. 06.25. 13:45:51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원더걸스는 원조 멤버 선미를 다시 끌어들여 4인조 밴드로 새 출발하고, 에프엑스(f(x))는 설리의 탈퇴로 4인조로 축소된다. 소녀시대는 이미 제시카의 탈퇴로 9인에서 8인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원더걸스는 2007년 선예 예은 선미 소희 현아로 데뷔했지만 얼마 안 가 나중에 포미닛에 합류하는 현아가 팀을 떠나며 시작부터 삐거덕거렸다. 그럼에도 빈자리에 유빈이 합류한 뒤 같은 해 9월 발표 정규 1집 ‘텔 미(Tell Me)’의 빅히트로 안정을 찾은 뒤 ‘쏘 핫(So hot)’ ‘노바디(Nobody)’ 등을 연속 히트시키면서 정상급 걸그룹의 자리를 단단하게 다진 뒤 미국시장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JYP는 쉬지 않았다. 2013년 선미를 솔로로 데뷔시켜 성공을 거둔 후 원더걸스의 거취를 고민하던 중 ‘제 2의 도약’을 암암리에 준비했다. 그건 선미의 재합류와 댄스그룹이 아닌, 여자밴드였다. 예은이 키보드를, 혜림이 기타를, 선미가 베이스를, 유빈이 드럼을 맡아 나선다. 물론 밴드는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이들은 이미 오래전 이런 결정을 내리고 긴 시간 연습을 해왔던 것이다.
여자 아이돌 밴드는 AOA가 시초다. 이들은 그런 차별성을 내세워 틈새시장을 노렸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결국 그들은 다른 걸그룹보다 더 강력한 노출과 선정적인 안무로 걸그룹의 흥행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데 비춰 볼 때 원더걸스는 거꾸로 가는 행보를 보인다. 물론 걸그룹계의 슈퍼스타였던 원더걸스의 밴드로의 변신과 무명의 여자 아이돌 밴드 AOA의 데뷔는 무게감이 다르다. 전 매체가 원더걸스의 컴백과 밴드로의 변신을 앞 다퉈 다루는 것은 두 가지 사실 모두 그 의미가 각별하기 때문이다.
물론 원더걸스가 그동안 얼마나 피나는 연습을 통해 ‘밴드’라는 호칭이 낯 뜨겁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수준을 갖췄는지, 더불어 AOA의 최초 여자 아이돌 밴드의 실패사례에서 보았듯 직접 작곡 편곡 등의 음악적 수준을 기본기로 품고 나오는지가 관건이다. 원더걸스의 밴드 변신은 분명 파괴력 있는 뉴스다. 하지만 결국 성패는 실력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설리는 에프엑스는 떠나지만 SM과의 계약 기간이 남아있어 당분간 적을 옮기진 않는다. 하지만 소희처럼 가수 옷을 벗고 배우로서 연기에만 전념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 에프엑스와의 연관성은 없다.
에프엑스는 새 멤버 영입 없이 크리스탈 빅토리아 루나 엠버 등의 4인조로 계속 내달릴 예정이다. 소녀시대가 내달 컴백해 약 2달간 활약한 뒤 그 바통을 4인조의 에프엑스가 이어받는 게 SM이 그리는 청사진이다.
에프엑스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설리가 멤버 중 다소 튀는 캐릭터이긴 했지만 에프엑스는 SM이라는 거대하고 탄탄한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기획상품’이기 때문에 설리가 빠지든 그 자리에 누가 들어가든 큰 위기는 없다. 만약 향후 에프엑스의 인기가 떨어진다면 그것은 SM과 소속 프로듀서들의 판단착오에 근거하지 설리의 빈자리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연기자 설리는 에프엑스와 차원이 다르다.
소희는 2004년 단편영화 ‘배음구조에 의한 공감각’의 주연을 맡아 아역배우로 연예계에 들어왔다. 그리고 4년 뒤 장편 상업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에 주조연으로 캐스팅됐다. 그녀가 사실상 첫 영화에서 이렇게 큰 배역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배우로서의 실력이나 지명도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최고의 걸그룹 원더걸스의 연기경력이 있는 멤버였기 때문이다.
설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2005년 SBS 드라마 ‘서동요’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지만 스타덤에 오른 건 2009년 에프엑스 멤버로 합류한 뒤였다. 그래서 지난해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패션왕’ 등에 주조연으로 발탁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설리의 행보는 어쩐지 제시카를 연상케 한다. 그녀는 이미 최자와의 교제로 누군가의 눈총을 받은 뒤 멤버들과의 불화설에 휩싸임으로써 지난해 7월 이후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그동안 SM은 에프엑스의 다른 멤버들과는 색깔이 많이 어긋났던 엠버를 오히려 가장 인기 높은 멤버로 만들었다.
소희는 원더걸스를 떠나 2013년 KBS2 ‘드라마 스페셜-Happy! 로즈데이’에 출연했지만 그 뒤로 2년 가까이 쉰 뒤 올 초 케이블TV tvN ‘하트 투 하트’에 출연한 게 지금까지 연기활동의 전부다.
소희와 설리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순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소희도 설리도 스케일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의 주조연 자리를 쉽게 꿰찰 수 있었던 배경은 그들의 배우로서의 지명도나 가능성보다 원더걸스와 에프엑스라는 이름값이라는 점이다.
임창정은 영화 ‘남부군’의 단역배우로 출발해 드라마에서 오랫동안 고생하던 끝에 한 PD의 조언을 새겨듣고 때마침 운 좋게 그의 가창력을 높게 산 제작자를 만남으로써 가수로서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단숨에 정우성 주연의 영화 ‘비트’의 주조연 역에 캐스팅된 후 잠깐 가수생활을 더 한 뒤 가수은퇴를 선언하고 한동안 영화에만 전념했다.
그가 ‘남부군’의 이름도 없는 단역에서 당시 최고의 청춘스타 정우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조연에 캐스팅된 배경 역시 그동안의 필모그래피 덕이 아니라 오로지 연기력을 갖춘 인기가수였다는 데 있다.
하지만 소희와 설리의 연기력에 대한 영화나 드라마 관계자, 그리고 대중의 믿음이 임창정만큼은 아니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 사진=시크뉴스DB, 티브이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