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터미네이터’ 이병헌은 종결자인가, 그냥 종결인가?
입력 2015. 06.30. 10:10:17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드디어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이하 ‘터미네이터5’)가 베일을 벗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마니아들에겐 오랜만에 ‘원조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복귀한다는 점에서 감격스러운 동시에 기대가 높겠지만 국내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 전설의 블록버스터 시리즈에 출연한 이병헌에게 눈길이 쏠린다.

더 이상 거론하기도 입맛이 쓴 ‘50억 원 협박녀 사건’으로 이병헌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와 호감도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 그래서 이미 찍어놓은 지 한참 된 ‘협녀: 칼의 기억’과 ‘내부자들’의 배급사들이 개봉을 미루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와중에 ‘터미네이터5’는 과감한(?) 개봉을 선택했다. 내달 2일이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9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터미네이터5’를 공개했다. 이미 이런저런 경로로 이병헌이 이 영화에서 ‘터미네이터2’에 등장했던 터미네이터의 비교적 첨단버전인 T-1000 모델로 등장한다는 것은 알았고, 그 비중이 얼마나 클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지만 뚜껑을 열고 나니 배급사가 그리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에게 집중된 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락), 그녀를 지키는 T-800 팝스(아놀드 슈왈제네거), 코너의 남편이자 존 코너(제이슨 클락)의 아버지가 되는 카일 리스(제이 코트니)고 역발상으로 존 코너가 악의 축이 된다.

존 코너를 리더로 하는 인간 저항군은 인류를 멸종시키려는 기계군단의 헤드시스템 스카이넷에 침투해 이를 궤멸시키는 데 성공하지만 스카이넷은 미리 이를 예상하고 존 코너의 탄생 자체를 막기 위해 터미네이터를 과거로 보내 존의 어머니 사라를 죽이려 한다. 그리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존의 부하 카일 리스가 그 뒤를 따른다.

1970년대 어린 사라 코너를 보호하고 있던 팝스는 이미 로봇과의 전쟁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었던 터. 그래서 자신과 같은 기종의 터미네이터를 손쉽게 제거한 뒤 T-1000마저도 녹여 없앤다.

그리고 리스는 존의 계산에 착오가 있었음을 알고 1997년이 아닌 2017년으로 사라를 인도한다. 그런데 여기에 시간의 균열로 존 코너가 온다. 하지만 그는 스카이넷에 의해 나노 터미네이터 T-3000으로 변해 사라 일행을 죽이려 한다.

일단 이병헌은 이 영화에서 철저하게 조연에 그친다. 게다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어려운 과학적 지식은 물론 철학까지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어 이병헌을 찾아볼 틈은 없고 그냥 T-1000만 보인다. 게다가 고작 대사 한 마디에 불과한 이병헌의 연기는 그가 2009년 ‘지. 아이. 조: 전쟁의 서막’을 시작으로 ‘지. 아이. 조2’ ‘레드: 더 레전드’에 이어 논란 후에도 ‘비욘드 디시트’ ‘황야의 7인’ 등 할리우드 화제작에 연거푸 캐스팅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준다. 그만큼 그의 연기력은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황색인종 중 단연 유니크하다.

‘터미네이터5’가 이병헌의 영화라고 할 순 없지만 배급사 입장에선 오는 8월 개봉할 ‘협녀’ 때문에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적어도 이병헌에 대한 대중의 비호감도보다 영화 자체의 힘이 역시 강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만약 기대만큼의 흥행에 못 미친다면 ‘협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서 마케팅 비용을 책정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내부자들’의 배급사 쇼박스 역시 ‘터미네이터5’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 뻔하다. ‘협녀’는 이병헌을 비롯해 전도연과 김고은이, ‘내부자들’은 이병헌과 더불어 조승우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1000만 관객 동원 배우’ ‘할리우드 스타’라는 이병헌의 이름값에 대한 계산법은 확실히 다른 주인공들과는 단위를 달리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얼마 전 ‘칸의 여왕’ 전도연이 썩 고급스럽고 완성도가 높은 누아르멜로라는 평가를 받았던 ‘무뢰한’으로 흥행에서 참패한데다 전도연의 첫 사극액션이라는 시도 또한 성패를 가늠하기 힘든 변수 혹은 미지수로 작용한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긴장할 사람은 이병헌이다. 겉으로야 벌어놓은 돈도 많고, 아름다운 신부에 2세까지 있으니 아쉬울 게 없다. 물론 배우로서도 할리우드에서 꾸준히 시나리오가 오니 별 문제의식을 못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병헌은 철부지 아이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국적지인 한국에서의 발판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할리우드에서 그를 알아준다고 해도 그가 큰 영화에서 원톱 주인공을 맡을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니 한국을 무시한 채 배우로 활약하기 힘든 현실이다.

비록 ‘황야의 7인’에서 작품성을 보증하는 배우 에단 호크와 흑인배우 중 가장 인텔리전트한 섹시미를 지녔다는 덴젤 워싱턴과 공연하긴 하지만 가면을 쓰거나(‘지아이조’) 늙다리 배우들(‘레드’의 브루스 윌리스, ‘터미네이터5’의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보조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게 그의 엄연한 현실이다.

결국 그가 주춧돌을 세워놓아야 할 곳도, 현재 할리우드에서 맹활약 중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나중에 돌아가야 할 곳도 역시 대한민국이다. 그가 공항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이민정이 육아문제를 떠나 조용히 지내는 것도 다 그런 이유다. 이병헌의 ‘죄’는 아내의 남편으로서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사랑하는 스타로서도 쉽게 용서받을 수 없는 ‘악질’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출연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영화 자체를 폄하하거나 폄훼할 순 없다. 참으로 어려운 숙제다.

그런데 이병헌을 떠나 ‘터미네이터5’의 흥행여부는 참으로 궁금하다. 제임스 캐머런의 손을 떠난 ‘터미네이터’가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여실하게 보여준 ‘터미네이터3’보단 확실하게 낫지만 캐머런의 ‘터미네이터’와 ‘터미네이터2’보다 확실하게 우월하다고 보긴 쉽지 않다. 단, ‘터미네이터4’와의 비교는 가능하다. 마지막 반전이 헛웃음을 주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나이로 곧 70살이 되는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컴백은 영화 속 그의 ‘귀여운’ 미소만큼이나 흐뭇하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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