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터미네이터5’를 향한 논란에
입력 2015. 07.07. 15:40:46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12년 만에 터미네이터로 되돌아온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이하 ‘터미네이터5’)가 북미 개봉주말 박스오피스 3위에 그쳤다. 3758개 개봉관에서 고작 287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관객의 충성도를 나타내는 바로미터인 스크린당 평균 수입은 7637달러로 시리즈 중 가장 흥행에 실패한 4편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2009)의 1만 2056달러보다도 못한 성적이다.

하지만 한국 극장가에선 좀 다르다. 지난주 개봉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벌써 100만 관객을 훌쩍 넘었다. 이 정도 추세면 300만 명이 가시권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 대한 호오가 극명하게 갈린다. 제임스 캐머런이 연출한 ‘터미네이터’와 ‘터미네이터2’를 본 관객은 실망하는 기색이 완연하고, 그렇지 않은 관객 중 다수는 ‘그럭저럭’이라는 분위기다.

영화는 대중문화 콘텐츠 중 가장 예술성이 부각되는 한편 만장일치에 가까운 평가가 절대 나오기 힘들다. 화제작일수록 ‘좋다’와 ‘나쁘다’는 반응이 극도로 갈린다. 히트된 대중가요의 경우 대체적으로 ‘좋다’는 의견이 대세인데 반해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거나 예술성을 극찬 받더라도 그 수만큼의 반대의견이 제기되는 게 영화다.

따라서 ‘터미네이터5’에 대한 평가 역시 관객의 몫이다. 재미있고 그 시간이 즐거웠으면 좋은 영화고, 실망했으면 그 사람에겐 허접한 영화다. 하지만 제임스 캐머런의 오리지널과의 비교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 게다가 드라마와 영화를 오간 앨런 테일러 감독은 드러내놓고 캐머런에 대한 존경심을 영화 속에 삽입시켜 놓고 있으니 비교는 비교적 쉽다.

캐머런의 ‘터미네이터’ 마니아들이 1~2편을 통틀어 손꼽는 명장면과 명대사는 2편에서 T-800이 T-1000으로부터 사라 코너와 존 코너를 구한 뒤 스스로 용광로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I’ll be back”이라고 말한 뒤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이번 영화 역시 그 대사와 더불어 “Come with me if you want to live”가 나오며 터미네이터 팝스(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엄지손가락 대신 약간 어색한 ‘썩은 미소’로 흰 이를 드러낸다.

1편의 인트로에 등장한 암울한 미래세계는 4편에서 엄청나게 진화했으며 5편의 비주얼은 4편에 가깝다.

사라 코너를 죽이러 1984년 LA로 시간여행을 한 T-800의 그림은 1편과 거의 똑같다. 시간을 거슬러 오는 시간여행자가 겪는 충격을 표현한 강렬한 전자파에 놀라는 노란 트럭의 청소부부터 T-800이 부랑자들과 시비를 벌이는 장면 역시 그대로 흉내 냈다.

게다가 카일 리스가 T-1000을 피해 들어간 옷 가게에서 옷을 찾아 입는 모습과 나이키 운동화의 부각 역시 그대로다. T-1000이 처음부터 경찰복을 입고 등장하는 것은 2편의 재현이다.

1, 2편을 못 본 관객이 5편에 갖는 가장 큰 불만은 스토리가 엉성하다는 것이다. 리부팅을 위해 스카이넷이 인간 저항군에 의해 망할 것을 미리 알고 1편의 시점으로 돌려보내고 여기에 2편의 T-1000까지 등장시킨다는 게 억지스럽다는 평가. 게다가 존 코너(제이슨 클락)가 갑자기 최첨단 나노터미네이터 T-3000으로 변신한다는 설정 역시 큰 오류라는 지적이다. 어떻게 인간이 순간의 공격으로 그런 첨단 살인기계가 될 수 있냐는 지적은 상당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 이건 좀비나 뱀파이어가 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안드로이드인 T-800은 그전부터 있었던 상상이고, 뇌를 대신할 장치조차 없는 T-1000은 좀 억지스럽긴 하지만 애교로 봐줄 수 있었는데, T-3000은 지나치게 앞서갔단 의미다.

게다가 상황적으로 T-800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막강한 전력을 지닌 T-3000이 지는 것도 어이없게 작위적이라는 지적이다.

1, 2편 마니아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 수준의 반응이다. 1편에서 죽은 카일 리스를 되살리고, 2편에서 녹아 없어진 T-800이 웬일인지 어린 사라 코너를 돌봐 오늘날에 이르는 원작 뒤엎기는 오류 중의 오류라는 평가다.

좀 폼 잡는 평론가들은 1, 2편의 당시로선 획기적이라 할 특수효과가 사라지고 CG만 뒤범벅 해 스튜디오의 주머니를 터는 대신 손쉬운 제작방식을 택한 감독의 연출력을 비난할뿐더러 2편이 보여준 그 심오한 철학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하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한다.

1, 2, 4편은 나름대로 디스토피아적 묵시록의 세계관을 그려내는 가운데 인간의 이기심과 지나친 편리함의 추구가 결국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란 철학을 담고 있었지만 5편에선 그냥 아직도 정정하고 때론 귀엽기까지 한 아놀드 슈왈제네거 할아버지만 있을 따름이란 지적은 상당한 근거와 논리를 지니고 있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 사진=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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