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이미도는 희망, 그러나 현실은 꽁치통조림
입력 2015. 07.09. 14:20:34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꽁치통조림에 이어 이미도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꽁치통조림이야 통조림이 수입된 이후 가장 보편적이고 편리한 서민의 반찬거리로 이미 자리 잡은 지 오래고, 이미도는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서 보듯 지금까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조단역으로만 노출된 탓에 이 두 이름의 화제는 새삼스럽고 이채롭다.

펀, 깻잎3, 흉터, 주꾸미, 좌가판녀, 빵집 이 양, 별난 신부. 지금까지 이미도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맡은 배역 이름이다. 그만큼 작품 속에서 그녀의 존재감이 미미했단 증거다.

하지만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이후 그녀의 위상은 달라졌다. 인디밴드 혁오가 ‘무한도전’에 출연한 뒤 곧바로 오버그라운드로 수직상승해 음원차트를 휩쓸고 있듯 이제 ‘어제의 무명배우 이미도’는 없다. 스타 이미도다.

이미도의 순식간의 스타덤 진입은 황석정 라미란 등의 성공사례와 비슷하다. 여배우라 하면 전지현 김태희 같은 미모를 지녀야 스타덤에 오를 수 있는 게 금과옥조였다. 오래 전 ‘여배우 트로이카’라는 말이 유행했듯 미모가 여자스타의 우선조건이었다.

그러나 드라마와 영화가 발전하고 미의 기준이 많이 바뀜에 따라 기존의 바로미터는 바뀔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작품의 다양화로 미인이 아니더라도 스타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개성의 중요성과 변별성이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건 황석정 라미란 이미도처럼 오랫동안 그저 묵묵히 한길을 걸으며 언젠가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으리란 믿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무명배우들을 넘어서 한 우물을 파는 장인정신의 소유자부터 막노동자까지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며 살아가는 모든 소신에 대한 희망이다.

곽경택 감독은 영화 ‘극비수사’에서 이 소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철학은 이런 배우들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 아니, 이미 그가 기용한 배우 중 상당수가 이미 증명했으며 ‘극비수사’의 주인공 자리에 오른 유해진도 영화의 안팎에서 웅변하고 있다.

그런데 세상이 그리 희망적일까? 어쩌면 이미도의 ‘쨍하고 해 뜰 날’은 그녀가 연예인이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꽁치통조림이 새삼스레 화제가 된 건 오로지 백종원이란 유명 요식사업가 덕이다.

요즘 ‘쿡방’ ‘먹방’이 유행하다보니 셰프들의 값어치가 확 달라지고 있다.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셰프들은 웬만한 연예인 뺨치는 인기를 얻고 있다.

백종원은 그런 셰프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시각에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일단 ‘뭔가 있는 듯’한 집안에서 태어나 식당 프렌차이즈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부자다. 게다가 꽃미남도 연예인도 아닌 그는 15살 연하의 미모의 탤런트 소유진을 아내로 맞아들였다.

뭐 하나 부족할 게 없다. 그런 그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매우 친숙하고 실용적이며 서민적이기까지 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낸다. 꽁치통조림은 그 중의 하나다.

통조림 음식은 원래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전쟁터에서 장기보관과 운반 그리고 먹기 편하게끔 만들어진 인스턴트 요리 혹은 재료다.

게다가 통조림꽁치는 생물 꽁치보다 싸기에 서민들에겐 참으로 요긴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DHA, 비타민 E와 A가 풍부한 건강식품이다. 등 푸른 생선이 불포화지방산과 각종 영양분을 보유하고 있어 노화방지와 성인병 예방에 좋은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꽁치는 가장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등 푸른 생선이다.

그럼에도 이 꽁치통조림이 이렇게 각광받는 배경은 참으로 우울하다. 유럽으로 유학을 갔다 온 셰프들의 요리야 서민들이 접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입맛과 다소 거리가 있기에 현실감을 덜 느끼지만 이연복 셰프의 중식 요리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음에도 그보다 백종원의 ‘요리’가 더 큰 환호와 관심을 자아내는 이유는 퍽퍽한 서민의 삶에 기인한다.

이연복 셰프의 주특기는 탕수육이다. 그의 식당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의 불리한 접근성도 문제지만 그 동네 살더라도 요즘 같은 생활상에선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구조다.

통계청은 지난 2010년 1인가구 수가 414만이라고 조사했고, 오는 2020년에 588만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전체 인구의 10분의 1이 1인가구라는 결과다. 그런데 그 1인가구는 대도시 하고도 서울의 번화가에 몰려있다. ‘직방’ ‘다방’ 등 원룸 중개소가 성행하고 방송에서 ‘나 혼자 산다’가 인기리에 방영되며 ‘셰어하우스’가 일상용어가 됐다. 실제 1인가구가 통계를 넘어선다는 증거다.

그런 그들이 최소한 2명은 먹어야 될 탕수육을 혼자 먹으러 이연복 셰프의 중식당을 찾을 이유가 없고 그런 걸 자주 사먹을 돈도 없다. 그러니 1000원짜리 2장으로 충분히 먹을 수 있는 통조림꽁치에 눈길이 가는 것이다.

비록 우리의 현실은 꽁치통조림이지만 ‘내일의 이미도’를 꿈꿔도 될까?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 사진=이미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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