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클레오파트라=김연우?, 궁금증만큼의 재미
- 입력 2015. 07.11. 15:51:57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지난 10일 열린 김연우의 콘서트에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MBC ‘복면가왕’의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이하 클레오파트라)가 게스트로 등장해 청중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클레오파트라가 노래한 뒤 무대에 다시 등장한 김연우는 “게스트가 노래했는데 왜 내가 힘들지?”라는 말을 던져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라고 강력하게 추측하고 있는 팬들에게 에둘러 ‘당신들 생각이 맞아’라는 애드벌룬을 띠웠다.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이 김연우란 의혹에 대해 “김연우를 존경한다”고 알쏭달쏭한 대답으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 바 있다. 그게 사실이면 김연우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한 것 역시 영광스러운 마음에 흔쾌히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고, 만약 동일인이었다면 자기광고였다.
MBC ‘복면가왕’은 오랫동안 주말 예능에서 죽을 쑤다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로 가요예능의 새 장을 여는 듯했지만 ‘나가수’의 관성적 타성이 자처한 한계 때문에 주춤했던 MBC 예능국의 ‘신의 한 수’다. 동시간대 강자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근소한 차이로 져 2위에 머물고 있긴 하지만 화제성에 있어서만큼은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저만치 앞서나간다.
그리고 최근 1달간 그 화제의 중심에 클레오파트라가 우뚝 서있다.
‘나가수’가 이룬 업적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실력은 월등하지만 대중성이 부족했던 실력파 가수를 보다 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게 하거나 일일이 알려주는 것과 더불어 기존 인기가수일지라도 그 인기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진정한 실력에 있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뮤지션들의 화려한 편곡이 얼마나 노래와 가수를 훌륭하게 포장하고, 그 본질의 우수성을 알려주는지를 깨우쳐준 점 등이 특히 돋보인다.
그래서 임재범 박정현의 진가가 만천하에 알려졌고, 가난하던 박완규가 생활고를 떨치고 일어설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값어치는 음악이 갖는 그것과 동일선상에 위치해 있었기에 더욱 빛날 수 있었다.
‘복면가왕’은 여기에 추리극이 더해지니 더욱 재미있다. ‘나가수’가 감동만 주고 재미는 그저 순위에 있었다면 ‘복면가왕’은 그 모든 것에 가면 속 주인공이 누구인지 추측하고 상상하는 재미와 긴장감, 그리고 그 후 밝혀지는 어마어마한 반전에 소름끼치는 재미까지 더해지니 시청자가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클레오파트라는 시청자의 무아지경을 몰고 다닌다. 그가 노래를 부르면 시청자는 온몸에 소름끼치는 감동을 느끼는 가운데 저도 모르게 목청 높여 환호하면서 궁금증에 미쳐버리겠다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 벌써 4연승이다. 지난 5일 ‘복면가왕’에서 7대 가왕 자리를 두고 4명의 복면가수가 대결을 펼쳤다. 준결승에서 ‘내 칼을 받아 낭만자객’은 ‘소녀감성 우체통’에 승리를 거두며 결승전에 올라 클레오파트라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부활의 ‘사랑할수록’을 선곡한 클레오파트라는 무려 84대 15라는 큰 표차이로 낭만자객의 가면을 벗겼다.
그는 “다음 무대는 제가 전혀 해보지 않은 장르에 도전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주로 록과 발라드를 부른 것과는 사뭇 다른 장르에 도전할 것을 예고해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시청자들이 열광할 만했다.
이미 많은 시청자와 판정단은 클레오파트라를 김연우라고 지레짐작한다. 오래 전부터 ‘가수의 노래 선생’이었던 김연우는 ‘나가수’를 통해 비로소 유명세를 타며 그 가창력을 인정받았지만 ‘나가수’ 안에선 그리 전설적인 가창을 들려주지 못했다.
다만 ‘나가수’를 통해 예능감을 인정받은 후 KBS2 ‘우리 동네 예체능’ 등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선 가운데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그의 가창력이 ‘나가수’ 최고급이건 클레오파트라의 정체이건 현 시점에서 그가 스타덤에 올라선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는 뛰어난 노래실력으로 ‘연우신’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영화 ‘반칙왕’의 주인공 대호(송강호)는 소심한 은행원으로서 만날 상사에게 정신적 육체적 테러를 당하면서도 찍소리 못 하고 살아가다 우연히 프로레슬링을 접하고 달라진다. 가면을 쓴 채 계속 경기에 참여하던 그는 동 체급의 실력자 비호(김수로)를 만나 호되게 당한 뒤 비호가 가면을 벗기려 하자 당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방어한다.
프로레슬링에서 복면레슬러가 상대방에 의해 복면이 벗겨지는 것은 최악의 치욕이다. 그건 할리우드 영화 ‘왓치맨’에도 나온다. 어릴 때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주인공 로어셰크(재키 얼 헤일리)는 살인누명을 쓰고 경찰에 잡힌 뒤 가면이 벗겨지자 굉장히 당황한 가운데 치욕스러워 치를 떨고, 동료의 도움으로 감옥을 빠져나오려 할 때 가장 먼저 복면을 챙긴다.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 적지 않은 슈퍼 히어로들이 가면을 쓰고 있으며 그들은 한결같이 가면을 자신의 상징이자 마지막 자존심처럼 지키려한다. 그건 영화적 재미인 동시에 굉장한 심리전이다. 슈퍼히어로가 가면을 쓰는 이유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적의 공포감을 조성하는 동시에 자신도 가면 속에 스스로 갇힘으로써 용기를 키우기 위함이다.
토끼가 천적에게 쫓기다 막다른 길에 몰리면 머리만 숨기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복면가왕’도 마찬가지다.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겠지만 술 한잔 걸치고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면 맨 정신일 때보다 훨씬 실력이 낫거나 낫다고 착각하곤 한다. ‘나가수’ 때 베테랑 가수들이 ‘평생을 노래해왔지만 이렇게 떨리긴 처음’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으곤 했다. 그건 순위경쟁이고 생존경쟁이었기 때문이다.
‘복면가왕’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다. 덜 떨리고 한층 차분해져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음으로써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기에 충분하다.
프로레슬링에서 레슬러의 가면 벗기기는 관중이 더 즐긴다. ‘복면가왕’은 안방극장의 프로 노래 레슬링이다.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라는 의심을 받는 것은 궁금증의 증폭으로 인한 흥미의 빅뱅이다. 그 어떤 누구도 떠오르지 않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이유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 사진=MBC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