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셀’, 작은 아이디어로 침소봉대된 상큼한 가족오락물[시네프리뷰]
- 입력 2015. 07.15. 17:41:37
-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영화사에 남을 대표적인 괴물영화 ‘그렘린’의 시나리오로 스티븐 스필버그 사단에 스카웃된 크리스 콜럼버스는 ‘나홀로 집에’로 코미디에서 단연 발군의 솜씨를 발휘하더니 이후 SF 판타지 전문 감독임을 증명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 3편, ‘판타스틱4’ 시리즈 2편,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 3편, ‘피터 잭슨’ 시리즈 2편 등 그가 손댄 SF 혹은 판타지는 ‘그렘린’만큼의 영화사적 가치에는 약간 못 미치지만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원하는 딱 그만큼의 내용과 흥행성적으로 그를 안정적인 메이저급 감독으로 우뚝 세워준다.
그리고 최근작 ‘픽셀’은 그가 가진 코미디 SF 판타지 등에 관한 실력이 얼마나 탄탄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그의 필모그래피의 집대성이다. 단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이 영화가 이렇게 거대 제작비를 쏟아 부은 전형적인 ‘몸비시즌’ 가족영화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콜럼버스의 실력과 더불어 그를 믿고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부은 스튜디오의 승리다.
1982년 나사(NASA)는 외계인과의 접촉을 희망하며 지구의 문화를 담은 타임 캡슐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그런데 이 콘텐츠 안에 담긴 아케이드 게임을 접한 외계인은 그들에 대한 선전포고로 오해한 뒤 이 게임들을 연구한 끝에 30여년 뒤 게임 속 팩맨 갤러그 동키콩 센티피드 스페이스 인베이더 등을 실제 전술무기로 구현해내 지구 침공에 나선다.
과거에 아케이드 게임 대회 때 번번이 에디 플랜트(피터 딘클리지)에 무릎 꿇고 만년 2등에 머물렀던 샘 브레너(아담 샌들러)는 동네 전자제품 수리기사로 살아간다. 그는 혼외아들을 홀로 키우며 살아가는 바이올렛 반 패튼(미셸 모나한)의 집에 수리 차 왔다가 드레스룸에서 빨대로 와인을 마시며 울고 있는 그녀를 달래주게 된다.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뒤 결혼식을 올릴 줄 알았던 바이올렛은 그러나 연인을 19살짜리 여자에게 빼앗긴 뒤 쓸쓸하게 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그러자 샘은 자기 역시 아내와 한 아이를 가졌는데 다른 남자의 아이라 헤어진 후 홀로 루저로 살아간다며 동병상련을 나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지만 그건 샘의 착각.
그때 샘에게 청와대로부터 호출전화가 걸려온다. 대통령 윌 쿠퍼(케빈 제임스)가 사실은 코 흘리던 시절의 죽마고우인 것.
샘의 덜컹거리는 고물 수리차와 나란히 바이올렛의 BMW X6가 따라온다. 샘은 그녀가 스토커라고 오해하지만 사실 그녀는 중령 계급의 요직 군인이었던 것. 한 부대가 의문의 폭격으로 초토화되고 도대체 공격자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없는 가운데 아케이드 게임의 흔적이 발견되자 윌이 샘을 호출한 것.
처음엔 국방부 간부 및 장관들로부터 코웃음만 사던 샘의 분석이 사실임이 드러나고 샘은 예전 아케이드 게임의 명수인 동료 러드로우와 에디를 팀에 합류시킨다.
실사를 방불케 하는 전투 전략 게임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 1980년대 초반의 아케이드 게임은 유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은 금물. 아마 당시 청소년이었던 지금의 중년이 추억에 젖어 감격스러운 것 이상으로 아이들도 재미를 느낄 요소가 충만하다. 왜냐면 게임 속 캐릭터는 모습만 촌스럽지 능력은 최첨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캐릭터를 만든 CG솜씨가 하도 훌륭해 화려한 색깔과 귀여운 캐릭터만으로도 청소년들이 열광하기에 충분하다. 아무리 정교한 로봇이 진화를 거듭해도 레고가 가장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기승전결에 충실하기에 눈이 반짝 띄는 스토리에 대한 기대는 금물이다. 다만 구닥다리 아케이드 게임으로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는 발상에 절로 무릎을 치기엔 충분하다. 기계에 생명이 들어있는 외계인이란 설정의 ‘트랜스포머’보단 훨씬 설득력도, 인간미도, 사실감도 크다. 그런 기계 외계인이 두 세력으로 나뉘어 지구에서 지구를 지키거나 탈취하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는 황당무계한 시퀀스보다 ‘소름끼치거나 귀엽거나’다.
물론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허점투성이에 살짝 눈살이 찌푸려질 만도 하지만 온 가족이 함께 볼 만한 영화로는 손색이 없다.
왜냐면 이 영화는 할리우드가 그리는 가장 전형적인 주제의식을 빼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외계 전사를 물리치는 주인공은 세 ‘루저’들이다. 샘은 찌질이고, 러드로우는 살짝 ‘맛’이 간 히키코모리며, 에디는 아주 위험한 사기꾼으로 무려 2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런 그들이 ‘정장’을 강조하는 미국과 영국의 정부 요원들을 비웃듯 제치고 지구를 구한다.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이다.
더불어 가족의 소중함이다. 샘은 외계인에게 인질로 잡혀간 바이올렛의 아들을 되돌려줄 것을 약속하는가 하면, 윌은 대통령 직을 수행하느라 아내를 챙기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한다. 영국의 여자 수상 역시 그런 윌을 위로하며 자신의 남편도 그걸 못마땅하게 생각한다고 샘과 바이올렛의 동병상련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다.
팩맨이 나타나자 원래 이를 만든 일본의 한 박사가 그 앞에서 서서 ‘아들아, 아버지다. 넌 나쁜 애가 아니잖니?’라고 달래지만 결국 팩맨에게 당하자 샘은 “피노키오와 제페토의 반전”이라고 뇌까린다. 이 영화 중 가장 어려운 메시지다.
전술했다시피 할리우드 영화는 싸구려 상업정신에 투철하면서도 이를 잘 포장하기 위해 번번이 애써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그런데 아들이 아버지를 헤치려 한다. 그건 제임스 캐머런의 ‘터미네이터’를 관통하는 음울한 디스토피아의 정서와 닮아있다.
인류를 멸종하려는 스카이넷의 컴퓨터 시스템은 애초에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일본 박사는 팩맨을 두 가지 이유에서 발명했다. 첨단기술로 아이들이 보다 더 편하게 더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고 이를 통해 그 자신이 떼돈을 벌고자 했으나 결국 팩맨에게 배신당한다. 12살 이상 관람 가. 16일 개봉.
주의: 팀 버튼의 ‘화성침공’의 B급 정서나 블랙코미디는 기대하지 말자. 그냥 오락영화다. 그래도 대통령 윌을 귀엽게 그리는가 하면 흑인병사가 그를 끌어안고 “오바마 다음으로 좋다”고 말하는 대목은 상당히 유머러스하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