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셀’ ‘암살’, 볼까, 말까? [시네 토크]
- 입력 2015. 07.16. 10:28:58
-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기인 7~8월은 전국의 휴양지와 피서지의 성수기인 동시에 극장가도 ‘몸을 비비고 표를 구매해서 관람하는 몸비시즌’이라고 해서 추석과 설 연휴를 뛰어넘어 한 해 중 가장 관객이 많이 드는 때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이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3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질주 중인 가운데 디즈니가 야심차게 내놓은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이 지난 9일 개봉된 후 7일 만에 102만 3056명을 동원하며(이하 15일 기준) 일일 박스오피스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올해 전반 한국영화는 유난히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연평해전’이 480만 관객을 돌파하며 유일하게 400만 고지를 점령한 한국영화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몸비시즌의 흥행대결은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소한 소재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일궈내 엄청난 가족오락 영화로 탄생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픽셀’이 예매율 2위로 문을 열었고 다음 주 흥행사 최동훈 감독에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등의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암살’이 흥행전쟁에 뛰어듦으로써 춘추전국시대의 서막을 알린다.
30일 흥행의 보증수표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이 가세한 뒤 내달 5일 류승완 감독에 황정민 유아인 주연의 형사액션물 ‘베테랑’이, 전도연 이병헌 주연의 시대액션 ‘협녀, 칼의 기억’이, 20일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판타스틱4’와 독특한 한국 멜로 ‘뷰티 인사이드’ 등이 각각 개봉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전을 예고한다.
아무래도 중 고 대학교의 방학의 중심 시기인 이 주부터 실질적인 몸비시즌의 흥행대결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연평해전’과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많은 스크린을 내놔야 할 것이고 ‘인사이드 아웃’ 역시 기세가 많이 꺾일 것은 자명하다. 그런 맥락에서 ‘픽셀’과 ‘암살’이 올 몸비시즌의 최강자를 가리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우연의 일치로 ‘픽셀’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가족 형 오락영화의 전형이고, ‘암살’은 한국 감독 중 가장 흥행의 냄새를 잘 맡으면서도 웰메이드 필름을 견지하는 최동훈 감독의 야심작이다. 영화산업을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불꽃 튀는 맞대결이 명약관화하다.
#장점, '봐야 한다'
‘픽셀’은 ‘인사이드 아웃’과 더불어 올 여름 가장 강력한 가족 형 오락영화다. 적지 않은 어른들이 애니메이션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아이들은 동화의 세계를 좋아해 두 부류를 동시에 만족시킬 만한 영화가 흔치 않다는 점에서 ‘픽셀’은 확실하게 경쟁력이 강하다.
시대는 현대지만 소재는 1980년대 초반 유행했던 컴퓨터 아케이드 게임이다. 팩맨 동키콩 갤러그 스페이스인베이더 큐버트 아스테로이드 프로거 테트리스 등 40대 이상의 어른들에겐 이름만 들어도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고전 아케이드 게임이 대거 등장함으로써 ‘아버지’와 ‘엄마’들을 꿈 많았던 청소년기로 되돌려 보내준다. 그렇다고 실사에 가까운 3D 첨단 게임에 익숙한 요즘 청소년들에게 촌스럽게 비치는 것도 아니다. 아이맥스로 즐기는 3D ‘픽셀’은 비록 캐릭터는 다소 허술해 보일지 몰라도 귀여운 모양새와 아름다운 색감 뒤에 숨은 공격성은 첨단의 재미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습관처럼 할리우드가 강조하는 가족의 소중함이 곳곳에 포진돼 있어 가족영화임을 새삼스레 강조하고, 정장을 갖춰 입고 점잔을 빼야 한다고 거드름을 피우는 상류사회 사람들을 비웃으며, 제멋대로 차려입은 ‘루저’들이 지구를 구출하는 모습은 나름의 교훈과 풍자도 담고 있어 ‘부모 좋고 아이 좋은’ 영화다.
‘암살’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도둑들’과 많이 닮아있다. 시대가 1930년대 일제치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각종 미술장치는 오히려 더 화려하고 세련되며 ‘도둑들’ 같은 멀티캐스팅은 눈을 호강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 배우들은 이름값에 결코 누가 되지 않을 만큼의 열연을 펼치며 드라마를 탄탄하게 받쳐준다.
이 영화는 3~4차례의 반전을 바탕에 깔고 있다. ‘쏘우’ 같은 소름 끼치는 대반전은 아니지만 영화의 재미와 완성도 그리고 각 주인공들의 삶의 지표를 이해시키기 위한 장치로서 훌륭하게 작용한다. 영화의 큰 줄기는 일본군 핵심인물과 대표적인 친일파를 제거하기 위해 3명의 암살자가 경성에 투입되고, 이 첩보를 입수한 일본군이 솜씨 좋은 킬러를 같은 장소에 보냄으로써 암살작전이 뒤죽박죽이 된다는 것. 이를 화려한 미장센과 액션이 잘 포장한 가운데 진정한 삶의 목적과 애국의 이유를 묻는 메시지가 묵직하게 전달된다.
하정우야 원래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고, 이정재 역시 어느새 연기파 배우가 됐으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전지현도 최근 물이 올랐으니 조진웅 오달수의 조연연기가 더욱 빛을 발하게끔 시너지효과까지 만들어낸다.
‘도둑들’에서 충분히 입증됐듯 최 감독의 액션 연출도 별 군더더기 없이 매끄러운 리더십을 발휘한다. 게다가 이 영화는 줄기차게 애국심을 웅변하는 가운데 애국심을 가장한 이기심에 대해 철퇴를 가한다. 지금같은 세상에 왜 이 액션영화가 눈물샘을 자극하는지 아는 관객에겐 필독서 혹은 최고의 청량음료다.
극장은 1만 원 이상 들여서 영화의 러닝타임 그 이상을 즐기고자 찾는다. 그런 이유에서 ‘픽셀’와 ‘암살’은 아까울 게 없다.
#단점, '음~'
‘픽셀’의 주인공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코미디 배우 아담 샌들러와 케빈 제임스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나홀로 집에’의 연출자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배꼽을 쥘 정도의 포복절도를 기대한다면 그건 무리다. 사소한 유머와 제법 은유하는 풍자가 있긴 하지만 대단한 코미디를 바라는 관객에겐 ‘쓰리 썸머 나잇’을 ‘강추’한다.
비슷한 영화로 팀 버튼 감독의 ‘화성침공’이 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할리우드답지 않은 잔혹동화의 천재 작가로 손꼽히는 팀 버튼의 B급정서와 블랙코미디를 바라는 것 역시 엄청난 무리수다. ‘화성침공’은 드러내놓고 대통령을 비웃지만 ‘픽셀’은 아내와의 알콩달콩한 로맨스에 목마른 귀여운 남자로 그린다.
최동훈 감독의 전작 ‘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짜임새를 자랑한다. 영화 속에서 교훈 메시지 이데올로기 등을 얻고자 하는 과욕만 피한다면 국내 감독 중 단연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감독이 그다.
하지만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은 호러의 최고 걸작 ‘엑소시스트’를 만든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졸작만 내놨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최 감독의 필모그래피에도 ‘전우치’가 있다. 오락영화로선 손색이 없지만 만듦새가 매번 완벽에 가까운, ‘장마다 꼴뚜기’는 아니란 얘기다.
그래도 두 영화는 이 여름 흥행대작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암살’이 ‘연평해전’보다 더 가슴이 뭉클한 애국심을 고양하고, ‘픽셀’이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보다 더 아기자기한 재미 속에서 ‘살 맛 나는 세상’의 희망을 던져주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