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썸머나잇' 임원희, 혼자만 웃통 벗고 노출한 이유 [인터뷰]
입력 2015. 07.17. 11:30:24
[시크뉴스 최민지 기자] 배우 임원희(45)는 웃긴 연기의 달인이다. 툭툭 던지는 한 마디도 이상하게 그가 하면 달라진다. 진중한 모습에서조차도 웃음이 읽힌다. 토를 달 것도, 의심할 필요도 없다. 그런 그가 영화 ‘쓰리 썸머 나잇’(김상진 감독, 더 램프 제작)을 선택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바다에서 한바탕 이야기들을 만들어왔다. 그가 만들어낸 웃음보따리가 궁금하지 않은가.

이 작품은 여자 친구에 지친 만년 고시생 차명석(김동욱), 고객에 지친 콜센터 상담원 구달수(임원희), 갑(甲)에게 지친 제약회사 영업사원 왕해구(손호준)의 일상 탈출 여행기를 담고 있다. 술에 만취한 늦은 밤, 이들은 대리기사를 불러 훌쩍 부산 해운대로 떠나게 되고 그 속에서 엄청난 일들과 마주하게 된다. 콜센터 상담원도, 걸그룹을 좇는 삼촌 팬도. 그 어떤 모습도 임원희는 적절하고 완벽했다.

◆ “액션, 대역 없이 소화”

시작부터 재미있다. 죽고 못 사는 동네친구, 학교친구 셋이 모여 바바리맨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고등학생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하기에는 무척 용감하고 기발한 아이들이 아닌가. 정의로 똘똘 뭉친 의리의 사나이들, 그 중에서도 임원희가 맡은 구달수는 어정쩡하고 빈틈이 많다. 그래서일까. 두 친구보다 굼뜨고 몸도 날렵하지 않다. 이는 모두 계산된 결과였다.

“구달수가 제일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실제로 대역을 거의 쓰지 않았죠. 대역 배우가 무척 잘해서 제 어설픔을 따라가지 못하더라고요. 나중에는 현장에 오지도 않았어요. (웃음) 어떤 면에서는 제가 더 힘들었어요. 김동욱 손호준 씨는 대역이 대신하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전 제가 다 했으니까요.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뛰었어요. 하하.”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오니 교복을 입어야 했다. 학창시절부터 나오는 게 여간 민망한 것이 아니었단다. 그래도 철판을 깔고 고등학생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셋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임원희는 겉모습부터 범상치 않았다. 세월의 흔적을 어떻게 지우랴. 그래서 속이려고 하지 않았다. 뽀얀 피부를 가진 꽃미남 고등학생 대신, 현실 직시 복학생의 느낌이었다.

“진짜 철판을 깔고 했죠. 오히려 역으로 가자 싶었어요. 교복을 입었다고 해서 더 젊게, 더 예쁘게 나오는 것보다는 현실을 추구하려고 했어요. 남학교에서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나머지 수염을 기르고 다니는 애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일부러 싸움 좀 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파스를 붙이기도 하고. (웃음) 그런 깨알 같은 디테일들이 좀 살아있어요.”



◆ “SM 신, 심은진과 찰떡 호흡”

극 중 임원희는 심은진과 진한 호흡을 맞췄다. 심은진은 구달수가 좋아하는 걸그룹의 매니저. 이들의 SM(성적 대상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성적인 쾌감을 느끼는 새디즘과 고통을 당하며 쾌감을 느끼는 마조히즘의 준말) 장면은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터지는 이 장면은 ‘촬영을 할 때는 어땠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김상진 감독이 스태프를 모두 내보냈다는 일명 ‘SM 신’, 임원희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 신이 며칠 전에 만들어졌어요. 원래는 그냥 베드신이었는데 김상진 감독이 ‘그 신을 SM으로 하자는 의견이 많아’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상관이 없는데 심은진 씨가 한다고 할까요?’라고 물었죠. 그랬더니 하겠다고 했대요. 놀랐어요. (웃음) 그 장면은 애드리브가 정말 많아요. 대본에는 ‘당한다’가 끝이었는데 호흡이 잘 맞으면서 신나서 계속했죠. 심은진 씨가 정말 잘 받아쳐줘서 좋았어요. 사실 그런 건 철판을 깔지 않으면 정말 어색하거든요. 과장이 필요한 순간이었죠.”

임팩트가 큰 장면에서 임원희가 빛났던 것은 바로 탄탄하게 만들어진 몸 때문이기도 했다. 임원희는 세 명의 배우 중 유일하게 상의 탈의를 하며 잔 근육으로 구성된 일명 ‘된 몸’을 보여줬다. 심은진과의 베드신, 그리고 레슬링 신에서도 윗옷을 벗어젖혔다. 자신이 있어서 벗었으리라 생각됐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여기에도 사연은 숨겨져 있었다.

“레슬링 장면에서 윗옷을 벗는 건 시나리오에도 없었어요. 갑자기 며칠 전에 ‘윗옷을 벗었으면 좋겠다’는 주문이 들어왔죠. 뭔가 치열함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몸을 만들 시간이 없었잖아요. 그래서 다들 머뭇거리기에 그냥 제가 한다고 했어요. 벗길 잘한 거 같아요. (웃음) 캐릭터도 그렇고 지나고 보니까 치열해보이고 절실해 보이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몸이 좋다는 말을 많이 하시는데 임원희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던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하하.”



◆ “일상 속 일탈? 당연히 꿈꿔”

누구에게나 꿈꾸는 일탈은 있다. ‘쓰리 썸머 나잇’ 속 세 남자는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시원함을 맛보기 위해 부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뼈아픈 추억들을 남기게 된다. 이런 추억이라면 전혀 반갑지 않을 것 같은데 임원희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끔찍한 얘기지만 집에서 무료한 것보다는 좋지 않나. 죽지는 않았으니까”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진짜인지, 그냥 하는 얘기인지도 헷갈리게 웃는 모습이 참 재미있다. 그도 어떤 자유를 갈구하고 있었다.

“해운대에서 80% 정도를 찍었어요. 술도 많이 마시고 음식도 많이 먹었었죠. 어떤 영화보다 즐겼던 것 같아요. 10회 차가 남았을 때 든 마음은 ‘벌써?’였어요. 10회 차 밖에 남지 않아 정말 아쉬웠죠. 부산 친구들도 많이 생겼어요. 두 달 동안 있으면서 정말 즐겁고 보람찼죠. 부산은 역동적이에요, 사람들 자체도. 부산에 가면 항상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요.”

어느덧 연기 경력 20년을 바라보는 임원희. 그에게도 ‘쓰리 썸머 나잇’과 같은 때가 있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아득히 옛날인 것만 같다. “20대 때는 술을 많이 먹었다. 먹다가 ‘바다 보러 가자’ 해서 부산까지는 아니고 강원도 속초에는 간적이 있다. 경춘선을 타고도 가보고. 가봐야 별 거 없는데도 깔깔거리면서 가는 게 참 좋았다”는 임원희. 아직도 그는 일탈을 꿈꾸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당연히 그런 꿈을 꾸죠. 하지만 대중에게 많이 노출돼 있는 사람이기에 조심스럽기도 해요. 그런데 말이에요. 그런 게 즐길 수 있는 것도 한때인 것 같아요. 젊은 사람의 특권이라고 할까요? (웃음) 더 젊었다면 해운대에서 한 번 즐겨보고 싶은데. 그런데 과연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요? 좀 궁금하긴 해요. 하하.”

[최민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