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거꾸로 가는 원더걸스와 AOA
- 입력 2015. 07.23. 10:51:28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걸그룹 전성시대를 연 선구자 원더걸스가 공식적인 활동을 중단한 지 3년 만에 돌아온다. 처음부터 끝가지 원더걸스를 지켜온 ‘오리지널’ 멤버는 예은밖에 없지만 원년 멤버인 선미가 되돌아와 3년 전의 원더걸스와는 다를 것은 분명한데 밴드로 변신한다고 알려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결론부터 조심스레 점치자면 고무적이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1일 선미를 시작으로 22일 유빈, 그리고 23일 혜림의 각 솔로연주를 담은 동영상 ‘Instrument Teaser’를 차례로 공개했다. 물론 예은의 동영상도 공개할 예정이다.
‘Instrument Teaser’는 각 멤버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한 동영상이다. 새로 발표할 3집 앨범에서 예은은 키보드를, 선미는 베이스를, 유빈은 드럼을, 혜림은 기타를 각각 연주한다는 것을 먼저 알리는 의미다.
뚜껑을 연 결과는 놀라웠다. 유빈의 드럼은 힘은 있되 리듬감과 스네어와의 친화가 아직 조금 부족해 보이는 게 옥에 티였지만 가능성은 열려있었고, 선미의 베이스는 재지한 분위기속에서 그루브가 좋았으며 초핑도 나쁘지 않았다.
혜림의 기타는 압권이었다. 그녀는 스트라토캐스터(혹은 스트라토 타입)의 톤을 갖고 놀 줄 알았으며 하모나이즈드가 어색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대형사고’를 예고했다.
내달 3일 과연 어떤 음악이 나올지 기대감을 한껏 증폭시켜주는 티저영상이었다. 그 근거는 혜림의 티저 영상 공개 후 쏟아지는 대중의 찬사와 기대다.
원더걸스는 2007년 선예 예은 선미 소희 현아로 데뷔하자마자 현아(포미닛)가 팀을 떠나며 시작부터 삐거덕거렸다. 그럼에도 빈자리에 유빈을 합류시킨 뒤 같은 해 9월 발표한 정규 1집 ‘텔 미(Tell Me)’의 빅히트로 안정을 찾은 뒤 ‘쏘 핫(So hot)’ ‘노바디(Nobody)’ 등을 연속 히트시키면서 정상급 걸그룹의 자리를 단단하게 다진 뒤 미국시장으로 진출했다.
그 와중에 선미가 학업을 이유로 탈퇴하자 혜림을 영입해 재정비했지만 팀의 동력은 현저하게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선예가 결혼으로 사실상 팀을 떠났고, 소희 역시 배우에만 전념하기 위해 JYP를 떠남으로써 팀은 2012년 이후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그리고 사실상 벼랑 끝에 몰린 원더걸스는 원년멤버 선미를 합류시키고 이름만 원더걸스일 뿐 예전과 전혀 다른 진짜 ‘원더’한 밴드를 만들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AOA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AOA는 걸그룹 밴드의 효시다. 순수하게 ‘걸’로만 구성된 밴드는 AOA 전에 우리나라 가요의 주류무대에 없었다. 이들은 그런 차별성을 내세워 틈새시장을 노렸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결국 그들은 시장논리에 항복하고 다른 걸그룹보다 더 강력한 노출과 선정적인 안무로 걸그룹의 흥행법칙을 따라 오늘날의 안정된 성공을 일궈낼 수 있었다.
원더걸스는 걸밴드가 국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실상 첫 리트머스 시험지다. 왜냐면 밴드 시절의 AOA는 외양만 번지르르한 밴드였지 실제 그들의 음악은 여타 걸그룹의 가벼운 댄스뮤직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중의 눈을 번쩍 뜨게 할 만큼의 연주실력이나 음악성을 보여준 적이 없다.
밴드는 그룹과 다르다. 직접 연주해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작사 작곡 편곡 역시 필수다. 자신들의 음악을 직접 완성해내지 못한다면 그건 밴드가 아니라 그냥 춤 대신 연주를 택한 퍼포먼스 그룹일 따름이다.
AOA의 밴드로서의 실패는 바로 그런 교훈을 잘 보여준다. 그녀들이 타 걸그룹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밴드를 선택했다면 밴드다운 음악으로 승부수를 띠웠어야 마땅했지만 그렇지 못한 게 패착이다.
그런 면에서 일단 원더걸스의 연주력은 합격권 안이다. 특히 혜림은 큰 기대를 걸어도 될 만한 수준이고 선미 역시 발전가능성이 활짝 열려있다. 만약 그들의 3집이 이번 티저영상 수준의 음악만이라도 지킨다면 그건 혁신이다.
일단 선미 유림 혜림의 연주형태로 볼 때 록을 기본으로 한 퓨전재즈와 소울 그리고 헤비메틀이 보인다. 그건 JYP의 소속가수들이 박진영의 음악 우산 아래 있어온 것과는 달리 원더걸스는 조금 거리가 있는 길을 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왜냐면 최근 JYP에서 신곡을 내는 가수마다 박진영의 그늘을 벗어난 다른 노선을 선택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짐작이 가능하면 재미가 없다. 원더걸스의 멤버들이 과연 어떤 음악을 들고 나올지, 그들이 창작에 얼마나 관여했을지, 그리고 향후 펼칠 밴드로서의 활동에 어떤 청사진을 펼칠지, 걸그룹 대전의 판도를 어떻게 뒤흔들지 궁금하고 기대하게 만든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 사진=혜림, JY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