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유재석 사과의 ‘동상이몽’
- 입력 2015. 07.27. 10:24:12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지난 18일 방송의 조작논란으로 시청자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는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의 MC 유재석과 김구라가 지난 25일 방송 말미에 공식적인 사과 입장을 표명했다.
유재석과 김구라는 지난주 방송의 ‘스킨십 부녀 논란’과 관련해 “‘동상이몽’은 부모가 말하는 자녀의 모습, 자녀가 말하는 부모의 모습을 통해 각자의 입장 차이를 알아가는 프로그램인데 지난 방송을 통해 불편함을 느꼈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있었다. 무엇보다 즐거움을 드리고 많은 분이 공감하실 수 있어야 하는데 의도와 달리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드린 점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논란을 야기한 방송은 여고생이 된 딸에게 과한 스킨십을 하는 아버지가 다뤄졌다. 누가 봐도 성추행이 확실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그 집안의 큰딸이 SNS를 통해 아버지는 그런 ‘나쁜’ 사람이 아니며 제작진의 과도한 연출의도에 의한 요구로 어쩔 수 없이 꾸몄고, 그로 인해 가족들이 큰 상처를 입었다는 내용을 올리면서 ‘조작방송’ 논란이 인 것.
이 방송은 이래저래 진퇴양난에 처했다. 우선 방송 자체가 시청자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침대에 누운 딸 옆에 누워 강제로 입맞춤을 하려는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라 ‘짐승’이다. 이 방송이 ‘액면가’ 그대로였다면 방송에 내보낼 게 아니라 경찰에 고발했어야 마땅하다. 이런 방송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 버젓이 전 가족에게 노출될 경우 자칫 있을 수 있는 비슷한 종류의 아버지들의 만행이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조작 혹은 과도한 연출이었다면 그건 최악이다. 그토록 기분 나쁜 범죄행위를 조작해서 내보내는 민영방송이라면 그 의도가 뻔하기 때문이다. 이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강력하게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사안이다.
게다가 사과하는 모양새가 가관이라 제작진의 양심과 도덕성에 대한 강력한 의심을 유발한다.
유재석과 김구라가 이 프로그램의 간판인 것은 맞다. 그래서 일견 그들이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도 어색하진 않다. 하지만 마치 그들이 방송의 총 책임자고 그래서 그들아 사과하면 된다는 식의 상차림은 시청자에 대한 기만이고 사기다.
유재석과 김구라 정도 되는 무게의 MC라면 프로그램의 제작방향과 내용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깜냥은 맞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기획과 론칭은 예능국 담당 PD와 CP 등 일선 제작자와 해당 데스크의 회의와 승인을 통해 이뤄진다. 이날 방송 역시 유재석과 김구라의 묵인 혹은 동조는 있었겠지만 결정적인 책임은 연출자 작가 그리고 데스크에게 있는 게 맞다.
예능국장이나 담당 PD 명의의 사과가 있었어야 마땅했다.
더구나 사과내용이 궁색하다. 특히 사과문의 핵임이라고 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한쪽으로 의견이 편향되거나 자칫 분위기가 무거워질 수 있는 녹화 분위기를 우려해 한 이야기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을 드렸다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는 내용에 있어선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이날 방송이 ‘편향되거나 무거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약간의 연출을 가미했다’는 얘기인데 오히려 그 내용이 매우 심하게 한쪽으로 치우치고 더욱 시청자의 두뇌를 무겁게 짓누르는 얘기였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의아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그런 책임감은 유재석과 김구라도 피해갈 수 없다. 두 사람 정도면 오라는 프로그램은 줄을 서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결심하고 제작에 동참한 것은 시청자에 대한 약속이지만 시청자를 불쾌하게 만들었다면 역시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철저하게 시청자의 편에 섰어야 마땅했다. 제작진의 방패가 돼 어설픈 변명을 사과랍시고 늘어놓을 게 아니라 제작진과 함께 진정한 뉘우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제작진에게 강하게 어필했어야 당연했다.
그리고 시청자에게 만약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할 경우 책임지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함으로써 제작진의 책임을 물을 것을 약속했어야 옳았다.
특히 ‘국민 MC’ ‘유느님’ 등의 과한 별명을 얻을 정도로 전 국민의 무한신뢰를 받는 유재석으로선 그 믿음에 걸맞게 무조건 시청자의 입장을 대변했어야 마땅했다.
동상이몽이란 같은 침대에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이다. ‘동상이몽’은 이렇게 같은 공간에서 각자 다른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을 화합시키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데 유재석과 제작진은 적어도 동상동몽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목대로 그들과 시청자가 다른 꿈을 꾸는지에 대해선 심각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자칫 제작진과 시청자가 오월동주가 되면 곤란하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 사진=시크뉴스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