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살' 최동훈 감독, 중국 세트장에서 자동차 키 뺏긴 이유 [인터뷰]
- 입력 2015. 07.28. 08:10:53
- [시크뉴스 최민지 기자] 최동훈(44) 감독이 또 해내고야 말았다. 9년 간 공을 들인 영화 ‘암살’(최동훈 감독, 케이퍼필름 제작)은 개봉 7일 만에 관객 400만 명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으며 올해 한국 영화 최고 예매율, 오프닝 스코어, 역대 한국 영화 작품별 일일 최대 관객 수 2위를 돌파했다. 묵힌 숙제를 푼 것만으로도 이미 여한이 없을 최동훈 감독. 그의 힘은 또 하나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한 ‘암살’은 친일파 암살 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최동훈이라는 이름을 시작으로 전지현(안옥윤) 이정재(염석진) 하정우(하와이 피스톨)까지. 이 밖에도 연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들이 총집합된 ‘암살’은 짠한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 “숙제 끝나니 또 하고 싶어”
화려하다. ‘범죄의 재구성’(04) ‘타짜’(06) ‘전우치’(09) ‘도둑들’(12) 그리고 ‘암살’까지. 이 정도면 흥행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리라. 그러나 숫자 앞에서 최동훈 감독은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예측이 가능하면 어떤 감독도 흥행을 하지 않겠나?”라는 그가 최대 속력으로 앞서 나가는 ‘암살’을 놓고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였다. 9년 만에 풀어낸 숙제, 모든 걸 탈탈 털어냈다는 그 홀가분함이다.
“아마 ‘암살’이 제 인생에서 가장 오래 생각했던 영화일 거에요. 그런데 사람이 참 묘하죠. 이걸 하면서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영화로 구현해 가는 과정이 힘들었고 찍는 건 정말 재밌었어요. (웃음) 믹싱을 끝내고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촬영장에 살짝 갔었는데 이상하게 그걸 보니 영화가 또 막 찍고 싶더라고요. 꾸리꾸리한 현장이 참 좋아요.”
숙제를 다 풀었더니 또 다른 숙제를 풀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나를 풀면 또 다른 걸 풀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는, 그래서 또 새로운 문제를 일부러 찾아 나서는 것 같은 심리였다. 그렇게 그는 ‘암살’을 위해 역사 공부를 시작했다. 어려운 역사를 관객에게 어떻게 ‘쉽게’ 어필할지도 그가 생각할 문제였다. 그리고 방법을 찾았다.
“영화를 만들려면 기존에 공부한 걸 다 버려야 돼요. 역사적 사실만을 생각하고 있으면 상상력이 길을 잃을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역사책들을 많이 안 읽고 사진을 봤어요. 사진을 보고 있으면 ‘이 사람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관객에게 시대적 향기는 줘야 되잖아요. 그래서 그 시대를 재현해야 됐죠. 힘들게 사는 독립군의 모습, 낚시꾼처럼 무장했는데 총을 차고 있는 분위기들을 조금씩 보여주고 싶었죠. 어차피 시대만 볼 수는 없어요. 중요한 건 사람에게 집중을 하는 것이니까. 시대에서 사람으로 천천히 들어가게 했죠.”
그가 생각하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미다. 영화는 여행과 같기에 관객이 좋은 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는 게 자신의 몫이란다. 후반 작업을 하며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얼핏 100번 정도는 본 것 같다는 그는 매번 처음이라는 마음으로 화면을 바라본다며 그때마다 바뀌는 감정에도 변하지 않는 먹먹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만드는 사람은 100번을 봐도 다 다르게 봐야 되죠. 100번을 보면서 내가 처음 하려고 했던 얘기와 같은지를 생각해야 되고요. 그걸 간직하면서 보는데 신기하게 안 지치고 해내요. (웃음) 관객은 재미를 시작으로 극적 긴장감이 있는 영화를 좋아하죠. 그래서 그런 형태로 가게 된 거에요. 무지하게 재밌는 여행이었으면 최상이지만, 다신 가고 싶지 않은 여행이었다면 최악이죠. 그런데 편안해서 좋고, 조용해서 좋은 여행도 있잖아요. 그런 폭넓은 의미의 재미를 찾아가는 게 목표에요.”
◆ “한국에 좋은 배우는 많아”
잘하는 감독과 잘하는 배우의 만남. 관객의 입장에서 이런 조합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연기와 연출의 호흡이 딱 맞아 빈틈이 없고 볼거리가 풍성해지니 제값 내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에게는 더할 나위가 있겠는가. 그래서 최동훈 감독의 이번 작업은 무척이나 즐거웠다. 손이 척척 발이 딱딱 맞으니 이만한 행운이 따로 없었다. 그런 모습들이 영화에서도 잘 느껴지니 관객도 신난다.
“전 한국에 좋은 배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쭉 찾아다니는 거죠. 좋은 배우들은 감독의 모자란 점을 채워주기도 해요. (웃음) 그런데 배우는 정말 어려운 존재이며 예민한 아티스트에요. 그 사람들과 호흡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죠. 내가 생각한 영화와 그 배우가 생각한 게 같을지 그걸 찾아야 되는 거니까. 다르면 완전히 큰일 나는 거니까요. 같은 것이 나오게끔 대화를 하고 배우와 딱 맞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아요. 좋은 배우는 열정을 발휘할 어떤 순간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작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이정재 전지현과의 두 번째는 더욱 남달랐다. 최동훈 감독은 아무도 꺼내주지 않았던 이정재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고, ‘도둑들’의 예니콜과는 정 반대의 안옥윤을 전지현에게 맡겼다. 그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전지현 씨에게는 좋은 배우가 가진 어떤 것이 있다“는 그는 그것에 대한 호기심을 찾고 싶었고, 그걸 찾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망을 전지현을 통해 완성했다.
“안옥윤은 예쁘지 않아요. 전쟁터를 떠돌아다니는 저격수인데 무슨 치장을 하겠어요. 전혀 매력이 없어 보이지만 한 신씩 쌓이면 그녀가 어떤 구조로 이뤄졌는지 알 수 있을 거라 확신했죠. 그래서 그렇게 가자고 했어요. 안옥윤은 굉장히 맑고 매력이 있는 여자죠. 사실 전쟁은 남자들만의 세계라는 인식이 강하잖아요. 그런데 남자들만 있으면 익숙한 액션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지붕에서 떨어지는 안옥윤의 모습에서는 절실함이 느껴지죠. 그 자체가 이 영화의 정체성 같았어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총격전, 시끄럽게 귓가를 자극하는 총소리가 낯설다. 그렇지만 그 소리는 장면들과 합쳐져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 냈다. 총격전을 촬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다치지 않는 것이었다. 작은 부상들은 어쩔 수 없지만 큰 사고는 미연에 방지하는 게 가장 첫 번째였다. 최동훈 감독에게 ‘빨리빨리’란 없었다. 액션의 동선을 확인하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겠다 싶을 때 드디어 촬영에 들어간다. 꼭 그래야 됐다.
“하정우 씨가 차에 매달려서 달리는 신을 찍을 땐 촉각이 곤두섰어요. 그래놓고 무술 팀한테는 ‘밟아’라고 했지만. (웃음) 불안한 느낌이 싹 오면 딱 멈춰요. 아무래도 액션을 몇 번 찍다보니 생긴 노하우인 것 같아요. 하하. 그 장면을 찍는데 중국 세트장 차량 팀장이 달려와서 차 키를 빼서 가버리더라고요. 이 세트장에서 그 정도의 속력으로는 안 된다고요.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엄청난 집중을 하면 ‘더 가도 되고 안 되고’ 이게 나오더라고요. 그게 OK 컷이었어요. (웃음)”
[최민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