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모의 테마토크] ‘암살’, 1천만의 산 넘나?
- 입력 2015. 07.29. 10:33:48
-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지난 22일 개봉된 영화 ‘암살’(최동훈 감독, 쇼박스 배급)이 7일 만에 400만 관객을 넘어서 1000만 기록 돌파가 조심스레 엿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암살’은 지난 28일 하루 동안 40만 1102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 수 419만 5982명을 기록했다. 이는 1298만여 명을 동원한 최 감독의 전작 ‘도둑들’보다 하루 빠른 기록이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는 동일한 속도다.
‘도둑들’과 ‘어벤져스2’의 경우 거의 독주 형식이었지만 ‘암살’은 입장이 좀 다르다. ‘연평해전’은 이미 열기가 식었고, ‘인사이드아웃’과 ‘미니언즈’는 애니메이션이란 ‘핸디캡’이 있다고 살짝 안심하더라도, 30일 개봉될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과 내달 5일 개봉될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CJ E&M 배급)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13일엔 ‘협녀, 칼의 기억’(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이, 20일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판타스틱4’(20세기폭스 배급)가 각각 침공한다. 1달 동안 매주 쟁쟁한 경쟁작을 만난다. 산 너머 산이다.
롯데가 2주에 걸쳐 큰 영화 두 편을 나란히 배급하므로 일단 롯데시네마는 버려야 할 것이다. CJ와 CGV가 별도 법인으로서 이익추구라면 2인3각의 협업 따윈 무시할 게 뻔하지만 ‘베테랑’에 대한 기대감이 크므로 CGV의 팔은 안으로 굽을 것이 예상된다. 게다가 쇼박스와 메가박스는 전혀 상관이 없는 별도 기업이다.
일단 관건은 ‘미션 임파서블5’다. 개봉 당일 톰 크루즈와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이 내한해 레드카펫 행사 등을 통해 바람몰이에 나선다. 전작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관객수는 750만여 명이다. 이번 작품이 최소한 500만은 올릴 가능성이 농후하단 의미다.
‘암살’은 애국이란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변별성을 부각시켜도 티켓파워의 첨병이 액션인 것은 맞다. 그런 면에서 ‘미션 임파서블5’도 ‘베테랑’도 정면대결을 펼쳐야 하는 라이벌이 맞다.
‘미션 임파서블5’는 전작보다 액션이 더 강화됐다. 역대 시리즈 중 최고라는 극찬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1525m 상공의 비행기 외벽에 와이어 하나에 의지한 채 매달려 찍은 장면부터 시작되는 이 영화는 한마디로 ‘액션 자랑질의 끝판왕’답다.
‘베테랑’은 전성기의 청룽(성룡) 영화를 보는 듯하다. 주변의 모든 잡동사니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청룽의 철학이 ‘액션 키드’ 류승완에게 그대로 녹아들었고, 그 액션은 황정민이란 믿고 보는 연기파와 꽃미남의 치장을 벗어던지고 비로소 배우로 거듭난 유아인의 열연으로 표출된다.
‘협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이병헌에 관란 논란이 과연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영화 자체의 힘으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오리무중이다. 언론 및 배급 시사회 후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내달 20일은 ‘암살’의 개봉 1달째 들어가는 날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그때까지 잘 버티면 1000만 명은 물론 ‘도둑들’의 흥행성적을 넘어설 수도 있다. 결국 이주 ‘미션 임파서블5’와의, 그리고 내주 ‘베테랑’과의 대결이 관건이다. ‘판타스틱4’의 개봉 땐 어느 정도 스크린을 내준다는 고육지책이 불가하므로 향후 3주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
최근 우리 관객이 보여준 선호도에 근거할 때 예전의 무한적 애국심에 기댈 순 없다. 그건 ‘아바타’나 ‘어벤져스2’로 충분히 입증됐다. 올 상반기 유난히 한국영화가 부진했던 것은 이제 우리 관객은 철저하게 자신의 취향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증거다.
그런 맥락에서 ‘미션 임파서블5’는 역대 시리즈 중 최다관객 동원을 노려도 될 만한 사이즈와 철학을 담고 있다. 만듦새 면에선 1편이 최고라고 한다면 종합점수론 이번 5편이 단연 앞선다. 약간의 엉성한 스토리만 제외하면 액션 철학 메시지 그리고 제작진과 출연진의 노력이 돋보인다. ‘로그 네이션’이란 부제 속에 감독의 심오한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베테랑’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의 대표적인 액션영화 감독이자 작가인 류승완 감독은 ‘부당거래’에 못지않은 액션수사물을 또 만들어냈다. 그리곤 돈이 최고의 권력인 자본주의의 폐단을 정면에서 비웃는다. 영화는 서민의 가장 편리하고 값싼 여흥이란 점은 ‘베테랑’에겐 최고의 어드밴티지다.
'암살'은 개봉날 전지현의 경호원 대동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관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즉 영화는 배우 한 명으로 승부를 보는 게 아닌 종합선물세트 같은 예술적 상품이란 의미다. 이런 '암살'의 '다행'은 역으로 보면 '협녀'의 순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예고고, 그것은 또 역으로 '암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단 의미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또 다른 변수는 29일 장마가 끝남에 따라 이주 말부터 본격적인 피서 휴가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극장은 호황이다. 놀러갈 돈을 아끼면서 즐기려면 영화가 최고다. 80년 전으로 되돌아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경험하면서 뜨거운 감동과 아날로그 식 액션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암살’은 확실히 한국영화의 정체성을 가장 강하게 내뿜으면서도 지금까지의 한국영화와는 좀 다르다. 그게 1000만의 희망이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