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령’, 시간을 거스른 빤한 공식의 공포 [시네프리뷰]
입력 2015. 08.03. 09:27:09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올여름은 공포영화 없이 ‘암살’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이하 ‘미션 임파서블 5’) ‘베테랑’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 등 액션으로 더위를 씻어야 할 듯하다. 실제 ‘암살’이 먼저 흥행질주를 시작한 가운데 일주일 늦은 지난달 30일 개봉된 ‘미션 임파서블 5’가 4일 만인 지난 2일까지 246만 명의 누적관객으로 흥행 1위에 오르며 당일 657만 누적관객을 돌파한 ‘암살’과 흥행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음 주 개봉되는 ‘베테랑’도 만만치 않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이미 ‘부당거래’를 능가하는 재미와 통쾌한 결말이란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객들의 기대치가 치솟고 있다.

그 다음 주 개봉되는 ‘협녀’는 이병헌에 대한 대다수의 비호감 탓에 흥행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흥행예상은 오는 5일의 언론시사회 이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이병헌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더라도 영화 자체의 완성도와 재미가 넘칠 경우 어느 정도 비호감이 상쇄될 것으로 배급사 측은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

여름방학 시즌은 겨울방학 시즌 이상으로 극장가의 최고 활황기다. 이른바 ‘몸비시즌’이라고 해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 등 각 배급사들이 1년 흥행의 최고 격전지로 전의를 불태우기 때문이다.

그 경쟁구도에서 공포영화는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꽤 훌륭한 가성비를 노릴 수 있는 전통의 장르라 제작사와 배급사들이 입맛을 다시기 마련. 올해는 12일 개봉되는 한중 합작 공포영화 ‘원령’이 유일한데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내용은 진부하고 예측이 가능한 결말이라 차별화된 전율을 기대할 수 없다는 평가 일색이어서 흥행과는 거리가 멀 것으로 극장 관계자들은 점치고 있다.

메가폰을 쥔 중국의 통지지안 감독은 이 영화가 데뷔작이라 전혀 관객의 기대심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유일한 한국 배우 홍수아를 제외하면 나머지 중국배우들 역시 생소한 얼굴들이다.

소재는 고속도로를 배경으로 한 원령이 주는 공포다. 고등학교 동창인 설련 훠즈 정지엔 허지엔 닝멍 두두는 함께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던 중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난 차량을 발견한다.

그들은 죽어가고 있는 한 여자를 발견하지만 무시한 채 갈 길을 서두른다. 이에 설련은 친구들의 냉정한 행동에 회의를 느낀다.

그런데 얼마 후 그들이 타고 가던 차가 고장 나게 되고, 하는 수 없이 한 휴게소에 들어간다. 일행은 휴게소 곳곳을 뒤지지만 웬일인지 그 안에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그들은 그곳에 있는 술과 음식을 마음대로 먹으면서 게임을 하고, 그 벌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원령과의 사투를 시작한다.

한때 공산주의의 양대산맥에서 이제는 급격히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느라 기형적 구조로 변한 중국의 소비행태에 대한 고발과 개인주의에 대한 비판까지 담으려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미완성 공포가 된 느낌이다.

게다가 소재와 장치는 지극히 복고적이다. 복고도 유행의 하나라지만 고민과 진화 없는 복고는 레퍼런스가 아닌, 복제일 따름이다.

이 정도면 굳이 스포일러를 공개하지 않아도 향후 전개될 공포의 소재가 뻔하고 결말의 충격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

한때 한국영화계는 여름은 물론 계절을 가리지 않고 공포영화를 쏟아낸 바 있다. 전술했다시피 제작비 대비 수익률이 짭짤했기 때문이다. 1998년 시작된 ‘여고괴담’은 6번째 시리즈까지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박보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학교괴담’물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 최근 개봉됐지만 참패했다.

현저하게 공포물이 줄어든 이유의 연장선상에 있다.

‘인시디어스’ 시리즈에서 보듯 아직 할리우드는 공포물에 대한 아이디어가 남아있다. 하지만 국내 작가들은 소재고갈에 시달리는 인상이 짙다. 중국도 별 차이 없다. 중국은 그나마 시대 액션극의 미덕은 남아있지만 공포물은 재기발랄한 감독들인 넘쳐나던 1980년대를 기점으로 하락세다.

현재의 경제상황과 더불어 그에 맞춰 변화된 관객의 입맛과도 연관이 깊다. ‘여고괴담’이 빅히트하던 1998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시대란 건국 이래 최대의 경제적 위기를 한마음 한뜻으로 이기며 기적을 일궈낸 때.

여유가 생긴 서민들은 약간의 문화적 사치에 눈을 돌릴 시기였고, 그래서 ‘쟤가 귀신이래’라는 스포일러가 오히려 더 궁금증과 지적 호기심을 키우는 이 영화에 몰려들었으며, 그건 한국 공포영화의 대표 시리즈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다. 그럼에도 통 감독은 하다못해 '거울 속으로' 같은 고민이나 아이디어도 없이 '전설의 고향' 수준에 머무는 1980년대 정도의 공식에 충실한 채 약을 대로 약아진 현재의 관객과 맞서려는 우를 범한다. 귀를 막고 본다면 하나도 무섭지 않을 듯한 사운드의 향연, 그리고 ‘이제쯤 뭔가 나오겠지’라는 관객의 예상에 매우 친절한 정석플레이는 향후 공포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를 더욱 무너뜨릴 것으로 보인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사진=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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