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뷰티 인사이드’, 비현실적 눈먼 사랑의 진부한 멜로 [시네 프리뷰]
- 입력 2015. 08.04. 09:53:52
-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판타지 멜로를 표방하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백감독 감독, NEW 배급)는 아이디어가 돋보여 모처럼 여자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여자친구 손에 이끌려 극장문을 들어서는 남자 관객들의 발걸음까지 가볍게 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고교 2년생 우진은 자고 일어나자 자신이 40대 아저씨로 변한 데 깜짝 놀라 엄마(문숙)에게 달려간다. 그런 우진을 엄마는 말없이 끌어안고 굵은 눈물줄기를 흘린다. 도대체 우진은 왜 그런 걸까?
그후 우진은 매일 아침 다양한 사람으로 변한다. 늙은이 미남 추남 중년 등 남자는 물론 온갖 모습과 연령층의 여자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남녀노소로 변한다. 그렇게 11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는 나름대로 자신의 창의성을 살려 일대일 맞춤 고급 가구를 생산하는 신비의 브랜드 알렉스를 론칭하고 온라인 상에서 활약하며 가구계의 전설로 커간다.
그에게는 엄마와 더불어 유이하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죽마고우 상백(이동휘)이 있다. 그는 자신의 디자인 솜씨와 상백의 사업적 수완을 더해 알렉스를 점차 키워간다.
어느날 우진은 부속 재료를 구하러 대형 가구점 마마에 갔다가 이수(한효주)를 발견하고 한눈에 반하지만 자신의 핸디캡 탓에 쉽게 접근할 수 없어 고민한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꽃미남의 얼굴이 되자 자신 있게 다가가 묻는다. “스테이크가 좋으세요, 생선초밥이 좋으세요?”라고.
두 사람은 그렇게 단숨에 가까워지고 우진은 현재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3일간 잠을 참지만 아침식사를 약속한 새벽, 그만 차 안에서 잠이 들어 추레한 모습으로 변하자 약속을 못 지키고 그녀 곁에서 맴돈다.
갑자기 연락이 끊긴 우진에 대해 궁금증과 의아함을 가질 무렵 이수 앞에 수습여사원 채경이 나타나 저녁식사를 제안한다. 그리고 그녀가 데리고 간 곳은 며칠 전 우진의 안내로 본 알렉스 공장 내 가구들과 똑같은 제품들이 있는 우진의 집.
놀라는 이수에게 채경은 자신이 우진이며 어떻게 그동안 이수를 지켜보고 사랑해왔는지 설명하지만 당황하고 겁에 질린 이수는 도망친다.
하지만 우진을 못 잊는 이수는 결국 우진의 집을 찾아가고,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시작된다.
멜로 혹은 로맨틱 코미디의 기승전결은 마치 수학공식 같다. 두 사람이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만나서 갈등하다 이내 사랑에 빠져들고, 사랑이 한창 진행될 무렵 커다란 위기가 찾아와 결국 이별로 등을 돌린다. 이렇게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갈 즈음 두 사람이 서로의 진정성을 새삼 느끼고 극적으로 재회해 잘 먹고 잘 산다는 뭐 그런 것이다.
굉장히 신선한 기획으로 보였던 ‘뷰티 인사이드’는 초반의 촘촘한 편집과 스피디한 전개, 그리고 상황과 대사 혹은 그 둘이 맞물려 떨어지는 디테일한 유머 코드가 쏠쏠한 재미를 준다. 하지만 거기까지.
매일 바뀌는 우진을 “어떻게 알아내”라고 묻는 이수에게 던진 우진의 대답은 “내가 먼저 찾을게”였고, 그 약속대로 그는 이리저리 헤매는 이수의 손을 잡고 또 변한 모습이 자신임을 밝히면 이내 이수는 환한 미소를 짓곤 했다.
이렇게 잘 참아내던 이수는 알고 보니 정신분열증을 앓으며 독한 약처방을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다소 뜬금없는 상황에서 이수는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 손을 잡는 우진에게 화를 내고, 그녀가 약을 먹는다는 사실을 안 뒤 20대 초반의 여자로 변한 우진은 어머니와 소주를 마시며 놀라운 비밀을 듣곤 이수에게 이별을 고한다.
그리고 결론은 관객의 예상대로 흘러간다.
그냥 새로운 멜로영화 한 편이 나왔다고 생각해도 육체가 변하는 설정은 결코 신선하지 않다. 할리우드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숱하게 봐온 내용이다. 다만 한 인물이 이렇게 무차별로 전 세계의 남녀노소로 변하는 글로벌한 스케일은 놀랍긴 하다. 그런데 일본인이 된 우진이 자신은 일본말로 하고, 정작 남이 하는 일본말은 못 알아들으며, 오직 한국말만 알아듣는다는 설정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런 핸디캡으로 체코에서 잘 살아가는 상황 역시 코미디다.
그래도 하나, 그토록 대중이 미워하는 한효주의 연기력과 매력은 그나마 위안이다. 영화의 외형은 우진이 주인공이지만 결말로 치달을 즈음 이 영화가 진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여자의 미묘한 심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감독은 사랑을 잘 모르는 듯, 아니면 사랑에 대한 환상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우진은 말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얻을 듯하지만 사실은 모든 것을 망친다”고. 이수는 여기에 고개를 끄덕임은 물론 나중에 “우진이 헤어지자고 했을 때 막혔던 숨통이 틔는 것 같았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 그녀가 나중에 다시 말한다. “우진은 겉모습은 매일 변할지언정 내면은 하나였지만, 정작 매일 똑같은 모습으로 우진을 대하는 내 속마음이 매일 변했던 것은 아닐까”라고.
사실 현실 속 사랑은 통속적이고 계산적이며 결코 영원하지 않다. 이 영화 속 유일한 진짜 어른인 엄마는 그걸 일찍이 우진에게 설파하지만 어린 우진은 그것을 알아듣지 못한다. 우진의 청혼에 당황한 이수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결혼은 준비할 게 많잖아. 매일 변하는 우진 씨를 가족에게 설득시키는 게 쉽지 않을 듯해”라고.
‘뷰티 인사이드’의 한국식 제목을 지으라면 ‘눈먼 사랑’ 정도가 되겠다. 만약 우진이 처음 박서준으로 이수에게 나타나지 않았고 김상호나 김희원으로 나타났다면 이 사랑이 시작이나 됐을까? 그리고 그가 잘 나가는 가구 디자이너가 아니라 자신만의 트라우마로 인해 아무 직업도 갖지 못한 백수였다면 이현우 이진욱 서강준 이동욱 김주혁 유연석으로 나타났을지언정 이수가 호감을 가졌을까?
영화 제목은 진정한 내면의 매력탐구로 인한 진실한 사랑, 즉 눈먼 사랑을 얘기하지만 요즘 같은 ‘9포세대’에 그런 전설은 사라진 지 오래다. 어쩌면 전설이기에 영화화됐을지도 모른다. 이게 영화가 아니라 차라리 어른들을 위한 동화 한 권이었다면 모를까? 총제작비 60억 원 사이즈의 블록버스터급 멜로라는 게 핸디캡이다. 12세 관람가. 20일 개봉. 같은 날 ‘판타스틱4’가 개봉된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