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 맨션’, 미국판 ‘베테랑’ [시네리뷰]
입력 2015. 08.10. 17:24:34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브릭 맨션: 통제불능 범죄구역’(이하 ‘브릭 맨션’)은 제목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마치 낡은 벽돌로 정형화된 맨션을 지어놓은 듯한 이 범죄구역은 눈앞에 보이는 마천루가 치솟은 디트로이트와 정반대의 삶과 이미지를 갖고 사뭇 다른 이데올로기에 의해 움직인다.

그리고 카밀 들라마레 감독과 시나리오를 쓴 뤽 베송은 관객들에게 묻는다. ‘부와 가난 중 과연 무엇이 옳은가?’라고.

깔끔한 차림의 지성과 부를 겸비한 시민들이 살아가는 디트로이트 시 외곽에 경찰도, 군대도 접근할 수 없는 범죄구역 브릭 맨션이 존재한다. 정부는 시와 브릭 맨션 사이에 경찰과 군인을 주둔시키고 사실상 그곳을 폐쇄한 채 삼엄한 경비를 통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흑인 히스패닉 동양인 등 주로 유색인종과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폐허에 다름없는 브릭 맨션은 전직 군인인 마약판매의 1인자 트레민(르자)이 지배하고 있다.

브릭 맨션 출신의 라이벌 리노(데이빗 벨)에게 마약을 빼앗긴 트레민은 리노를 잡기 위해 그의 전 여자친구 롤라(카탈리나 데니스)를 납치해온다. 그녀를 잡아오자마자 어떻게 알았는지 리노가 나타나 트레민을 인질로 잡은 채 롤라를 데리고 탈출해 통제선까지 구사일생으로 도망친다. 리노는 경찰 책임자에게 트레민을 넘기지만 오히려 경찰은 리노를 유치장에 가두고 트레민을 풀어준 뒤 다시 롤라를 잡아가도록 방치한다.

분노한 리노는 경찰간부를 죽인 뒤 시립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디트로이트에서 아버지의 대를 이어 경찰로 복무 중인 열혈형사 데미안(폴 워커)은 트레민 일당에게 아버지를 잃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마약의 대부를 검거한 뒤 시장과 국방장관의 호출을 받은 그는 정부가 고강도 폭탄을 운반하던 중 트레민 일당에게 폭탄을 실은 차량을 빼앗겼으니 브릭 맨션에 잠입해 이를 되찾아 오라는 임부를 부여받는다.

그리고 안내자 겸 파트너로 리노가 지목된다. 데미안은 범죄자로 위장해 리노와 함께 이송차에 탑승해 경찰들을 따돌리고 차량을 탈취한 뒤 리노와 함께 브릭 맨션에 잠입하는데 성공하지만 눈치 빠른 리노는 그가 경찰인지 금세 알아챈다.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트레민이란 공동의 적이란 공통분모 아래 파트너가 되기로 합심하고 천신만고 끝에 트레민을 제압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폭탄 앞에서 데미안은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폭탄의 발사장치를 해제할 비밀번호를 듣는데 뭔가 이상하다. 눈치 빠른 리노는 트레민의 편을 들며 시의 음모가 있다며 데미안의 비밀번호 입력 행동을 온몸으로 저지하고, 그 긴장의 48초가 지나가자 과연 누가 옳고 그른지, 누가 정의고, 누가 악의 축인지 밝혀진다.

영화는 ‘13구역’의 리부트란 정체성 탓인지 원작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폴 워커의 유작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값어치는 충분하며, ‘13구역’ 시리즈를 통해 눈부신 파쿠르 액션을 보여준 데이빗 벨의 변함없는 맨몸액션은 러닝타임이 절대 아깝지 않다.

현재 한국 극장가에선 류승완 감독의 형사액션물 ‘베테랑’(CJ엔터테인먼트 배급)이 흥행 선두를 질주 중이다. 대한민국 대표 ‘액션 키드’인 류 감독답게 이 영화는 청룽(성룡)식 사물활용 액션이 볼 만하다. 주변의 모든 소품 등을 이용한 지형지물 활용 액션은 현실감 넘치며 CG와 와이어가 거의 배제됐기에 더욱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브릭 맨션’이 바로 그런 날것의 맨몸액션이라 관객들에게 생생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보통 할리우드식 액션물이라 하면 현란한 카체이싱이 기본이고, 간단한 소총부터 중화기까지 각종 무기가 총동원돼 프레임 안을 초토화시키지만 ‘브릭 맨션’은 좀 다르다. 건물의 각종 환경을 활용해 기가 찰 정도로 날렵하게 벽을 타고 건물을 뛰어넘으며, 이쪽 건물 옥상에서 저쪽 건물 창문 틈으로 뛰어 내려가는 액션에선 혀끝이 바짝바짝 타오를 지경이다.

액션을 펼치는 주인공들은 결코 과장되지도, 비현실적이지도 않은 활약으로 극의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린다.

이는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두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의도에 현실감을 주는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디트로이트의 경찰 등 공무원들은 범죄조직과 철저하게 연결돼 있다. 데미안은 범죄조직을 소탕하다 그들의 총에 죽은 아버지를 최고의 명예로 알고 있고, 그 아픔을 이기기 위해 범죄조직에 대한 극도의 증오심과 배타심을 키우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건 음모였다. 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트레민의 조직원이 아니라 바로 범죄조직과 결탁한 동료 경찰이었다.

그건 리노의 공무원과 시 정부에 대한 불신과 배반감으로 동시에 표현된다. 그가 경계초소장에게 트레민을 넘겼을 때 오히려 소장은 리노를 죄인 취급한 뒤 트레민을 풀어준다. 이때 트레민은 소장에게 “집 좋죠?”라고 묻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장은 유능하고 건실한 경찰 하나쯤은 자신의 다음 선거 당선을 위해서라면 희생시켜도 하나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냉혈한이다. 가장 그를 믿고 목숨까지 바치는 데미안을 희생시키려는 그는 과연 그 말끔한 정장만큼이나 정직하고 깔끔한 사람일까?

그건 ‘베테랑’에도 나온다. 광역수사대 열혈형사 서도철(황정민)은 재벌2세 조태오(유아인)에게서 범죄의 냄새를 맡고 수사망을 좁혀가지만 번번이 ‘윗선’의 제지를 받는다. 그리고 친형 같은 선배 오 팀장(오달수)은 맥이 풀린 그를 이렇게 위로한다. “야, 경찰이 재벌 잡아들이는 것 봤어? 그건 검사나 하는 일이야”라고.

그럼에도 ‘브릭 맨션’도 ‘베테랑’도 결과는 통쾌하다. 특히 ‘브릭 맨션’에서 차기 시장선거에서 트레민이 당선되는 장면은 황당하지만 나름의 카타르시스는 준다. 그건 그게 비현실이기에 재미있는 것이다. 만약 가능한 현실이라면 그런 영화는 안 만들어진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폴 워커를 기리며’라는 자막이 제일 먼저 뜬다. 할리우드는 ‘미친 연기의 달인’ 히스 레저에 이어, ‘가장 섹시한 남자’ 폴 워커를 잃었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사진=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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