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테랑' 황정민의 소신으로 벌써 예견됐던 폭발적 흥행 [인터뷰]
- 입력 2015. 08.13. 17:18:29
- [시크뉴스 최민지 기자] 배우 황정민(45)에게는 두 가지 모습이 있다. 스크린을 장악하는 날카로움과 스크린을 벗어난 공간에서 존재하는 순박한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선한 웃음에 종종 사투리가 섞인 투로 말은 건네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런 그가 영화 ‘베테랑’(류승완 감독, 외유내강 제작)을 선택했다. 얼굴만 봐도 믿음이 ‘척’가는 황정민 표 열혈 형사,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황정민은 유아독존 재벌 3세(유아인)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이야기를 그린 ‘베테랑’에서 광역수사대 행동파 형사 서도철로 출연했다. ‘베테랑’은 개봉 8일 만인 1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 기준 400만 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믿고 보는 황정민과 류승완 감독의 만남, 이는 황정민이라는 존재 자체가 만들어 낸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액션 연기, 아직은 괜찮아”
경쾌하고 시원하며 아찔하다. ‘베테랑’을 본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개봉 전부터 입소문을 탄 ‘베테랑’은 개봉 즉시 개봉 둘째 날 40만 명의 관객을 불러들였다. 단연 압도적이었다. 물밀 듯이 들어오는 치열한 액션, 한 판 신나게 뒤집고 보는 서도철의 모습에 매료된 것이다. 스크린에서 온전히 빛을 발하는 황정민. 아직도 부드럽게 날고뛰는 그의 모습에 서서히 쾌감이 밀려들었다.
“액션 연기? 아직은 할만 해요. (웃음) 잘 되면 ‘베테랑’이 시리즈로 제작된다는데 그 때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3편쯤 되면 50대가 될 것 같은데, 아마 그 때는 좀 힘들겠죠? 하하. 외국에는 수사 시리즈가 많잖아요. 까짓것 제가 힘들더라도 ‘베테랑’이 시리즈로 정착됐으면 좋겠어요. 정말 볼만하잖아요. 연기인지, 원래 성격인지 분간할 수 없는 연기를 하는 게 제가 원하는 연기인데, 이번 작품에서 그 연기를 원 없이 했어요. 힘을 빼고 놀면서 유들유들하게 했죠.”
황정민 정도의 연기 내공이면 어떤 작품에 대한 흥행을 점치는 것은 식은 죽 먹기 아닐까. 어마어마한 배우에 감독까지 만난 ‘베테랑’, 정말 베테랑들이 모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전혀 아니란다. 이미 영화 ‘국제시장’(윤제균 감독)을 통해 1400만 명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해봤던 황정민, 그러나 그에게 흥행의 욕심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배우가 흥행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거나 휩쓸리면 재미가 없어요. 배우는 연기만 똑바로 하면 되요. 제가 관여한다고 해서 안 볼 사람이 보고 그런 건 아니거든요.(웃음) 배우는 작품을 잘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 거기까지가 끝이에요. 그게 제 몫이죠. 관객 수나 흥행의 여부를 따지면 어떻게 연기를 해요, 못하지. 흥행은 관객들이 결정하는 거예요. 내가 그런 걸 신경써가면서 연기를 하면 보는 사람도 재미가 없어요.”
◆ “관객에게 취향 강요하면 안 돼”
이상하게도 황정민과 형사는 제법 잘 어울린다. 많이 본 것처럼 꼭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익숙했다. 행동 하나에도, 표정 하나에도 스크린 속 황정민이 형사를 입은 모습은 이미 관객에게도 익숙하다. 얼굴만 봐도 목소리가 떠오른다. 그래서 더욱 재미있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믿게 된다. 그게 바로 황정민의 힘이었다.
“영화 ‘부당거래’ 속 최철기는 말이 별로 없었죠. 속내를 말하지 않고 느낌과 눈빛으로 나와요. 그런데 서도철은 기본적으로 경쾌해요. 성격이 유들유들하죠. 그래서 작업하기가 더 편하더라고요. 오달수 씨와의 작업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쿵짝이 잘 맞았죠. (웃음) 서도철의 성격과 제가 실제 비슷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 신나게 촬영을 했었나 봐요.”
작품 속 서도철과 마찬가지로 황정민 역시 베테랑이다. 하지만 그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말했다. 그 모습이 정말 베테랑 같았다. 겸손한 자세로 일관하며 자신을 계속 채찍질하는 것 말이다. 그래서 흥행을 신경 쓰지 않는 황정민도 작품을 고를 때는 관객들을 먼저 생각한다.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인지, 아닌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아니라고 해도 역시 베테랑이었다.
“관객은 어찌 보면 제 주 고객층이에요. 그래서 고객이 좋아하는 영화가 어떤 건지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하죠. (웃음) 지금 영화계의 주류 관객은 빠른 속도감을 가진 할리우드의 본 시리즈를 보고 자란 친구들이에요. 그 취향에 제가 맞춰야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제 취향을 강요해선 안 돼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와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는 다르니까. 배우는 관객들을 위해 있는 직업이에요.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인데 관객의 머리 위에 있으려고 하면 곤란하죠. 관객에게 끊임없이 물어보고 탐구해야 됩니다. 강요는 절대 안 돼요.”
[최민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