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녀' 전도연이었기에 가능했던 그 모든 순간들 [인터뷰]
- 입력 2015. 08.17. 11:35:25
- [시크뉴스 최민지 기자] 배우 전도연(42)에게는 믿게 하는 힘이 있다. 어떤 작품이라도 그녀의 이름이 들어가면 그렇게 믿음직스럽다. 그런 그녀가 선택한 작품이 바로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 박홍식 감독, 티피에스컴퍼니 제작)이었다. 촬영부터 개봉까지 많이 기다렸다. 고생이 심했던 작품이라 더욱 빨리 보고 싶었으리라. 그래서일까. 웃는 얼굴이 그렇게 평온해보였다.
전도연은 ‘협녀’에서 월소 역을 맡았다. 월소는 앞이 보이지 않는 초절정 고수, 월소는 숨소리 하나만으로, 갈대의 움직임만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사람을 상대하는 인물. 고전무술에 앞이 안 보이는 맹인 연기까지 남다른 고충을 겪었던 전도연. 그러나 그녀였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 "눈 깜빡임 저지, 눈물 계속 쏟아져"
화제는 단연 무술과 맹인 연기였다. 앞이 보여도 무거운 칼을 들고 휘두른다는 것은 무리가 있었을 터. 전도연은 여기에 핸디캡 하나를 또 얹었다. 바로 맹인 검객이다. 그것도 초절정 고수 말이다. 보이지 않는 척을 하며 칼을 써야했던 전도연. 그녀는 무술보다 눈을 깜빡이지 않는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연기에 집중했다.
“액션 같은 경우는 도움을 받을 수 있잖아요. 편집으로도 가능하고. 그런데 눈을 깜빡이지 않는 건 오롯이 제 몫이니까 정말 힘들었어요. 영화를 보면 컷(cut)들이 굉장히 길거든요. 제가 깜빡이지 않았다고 해도 다시 돌려보면 깜빡이고 있었죠. 육체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부분이었어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극복할 수 없는 것이었죠.”
촬영 전에는 까맣게 몰랐던 일이다. 그저 맹인 연기로만 생각했다. 박흥식 감독조차 사전에 미리 고지하지 않았단다. 어느 날, 눈을 깜빡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받게 됐다. 맹인은 시신경이 죽어 있기 때문에 눈을 감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우면 그냥 깜빡여도 된다는 말을 들었지만 타협은 싫었다. 전도연의 집념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초점을 없애려고 해도 어느 순간 초점이 돌아와 있었어요. 이게 반사 신경이니까 제 의지가 아니거든요. 시선이 눈에 집중돼 있으니 어렵더라고요. 영화를 보면 눈이 출혈돼 있다고 하는데 의도적으로 눈을 안 감으려고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어요. 눈물이 계속적으로 쏟아졌죠. 그래서 촬영을 할 때도 눈물을 쏟아내고, 또 참고 연기를 하고 그랬었어요.”
◆ "50대 1 신, 갈대까지 힘들게 해"
그렇게 눈 깜빡임으로 어려움을 겪고 다음은 액션으로 넘어갔다. 장르가 무협이보니 와이어도 타야 됐고 무거운 칼도 만지게 됐다. 그러나 오히려 전도연은 재미있었단다. 와이어 액션이 체질적으로 맞았던 모양이다. 그러니 다행이지 않은가. 액션까지 하나의 무게로 다가왔다면 더욱 마음이 힘들었을 것을. 하나라도 덜어낸 전도연이 대단해보였다.
“크랭크인 때 찍은 게 50대 1 신이었어요. 3개월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을 했지만 그것 역시 턱없이 부족했죠. 무협이라는 게 힘보다는 유연함이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고전무용도 배웠지만 워낙 유연함이 없는 사람이라 해결이 안 되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남들 쉴 때 더 연습을 세게 했어요. 독하게. 그래서인지 무술감독이 항상 절 위로해줬죠. 완벽한 액션이 아니라 월소의 감정으로 커버가 될 거라고 타협을 해주셨어요.”
초절정 고수였기에 더욱 액션 연습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과거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02)에서 액션을 해봤다고 하나 ‘협녀’의 액션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서 전도연은 더욱 노력했다. 첫 촬영 당시 50대 1 신도 직접 발로 뛰며 찍었다. 박흥식 감독이 대역을 쓰고 싶어 했지만 결국 전도연이 해내고야 말았다.
“정말 더웠어요. 잊히지도 않아요. 메밀밭이었는데 내리막 경사 길이었거든요. 칼로 싸움을 하고 사람들이 막 돌아다니니 메밀이 쓰러지는데 이걸 다시 일으키는 게 정말 힘든 작업이었어요. 그래서 박흥식 감독이 ‘한 번에 가야 된다’고 했고,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으니 저절로 숨통이 막히더라고요. 게다가 무술감독이 ‘이건 배우가 해야 된다. 느낌이 다르다’고 해서 거의 제가 했어요. 하길 잘 했죠 뭐. 하하.”
[최민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매니지먼트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