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외법권' 임창정, 진지와 코믹의 줄타기 그 사이에서 [인터뷰]
- 입력 2015. 09.04. 15:33:30
- [시크뉴스 최민지 기자]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배우 임창정(45)의 얘기다. 진지하다가도 어느 순간 코미디로 돌변해버리는 모습이 참 잘 어울린다. 영화 ‘치외법권’(신동엽 감독, 휴메니테라픽처스 제작)에서도 그 매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렇게 오랜만에 임창정은 관객들 앞에 섰다.
임창정은 ‘치외법권’에서 분노 조절이 안 되는 프로파일러 정진 역을 맡았다. 겉으로 보면 전혀 프로파일러 같지 않아 의심의 여지도 필요 없어 보이는 인물. 정진은 거창한 직업과는 다르게 무조건 힘으로 제압하는 광기를 보여준다. 그런데 그 모습이 참 속 시원하다. 대리만족이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는가.
◆ “최다니엘, 어느 순간 내 애드리브 따라와”
FBI 프로파일러라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그냥 ‘경찰’이라고만 칭해도 될 법 했으나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정진에게 프로파일러는 그저 하나의 자격증일 뿐이었단다. 공부를 잘 하지도, 학교에서 1등을 해보지도 않았다. 동네에서 무대포로 통하던 정진이었다. 그래서 더욱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며 웃어보였다.
“극 중 최다니엘 씨와 완벽한 대비를 이루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제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도 가장 아닌 옷을 입었죠. 후줄근해 보이기 위해서요. 나름대로 분장도 했어요. (웃음) 그런데 ‘아차’ 싶더라고요. 화면을 보는데 잘 차려 입었어도 됐겠다 싶더라고요. 잘 보면 점점 외모가 변화해가요. 머리카락도 약간씩 바뀌고 수염도 다듬고. 마지막엔 깔끔해요. 하하.”
최다니엘과는 ‘공모자들’ 이후 두 번째 호흡. 그래서일까. 두 사람은 눈만 마주쳐도 서로에게 어떤 장난을 칠지 생각하는 듯 했다. 눈에서부터 장난기가 발동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했다. ‘치외법권’에서 두 사람의 호흡은 더욱 빛났다. 서로 안 맞는 두 사람이 한 팀이 돼 정의를 찾아 헤맨다. 절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이들은 그렇게 어울렸다.
“저와 최다니엘 씨는 작업 스타일이 달라요. 전 즉흥적이고 최다니엘 씨는 준비를 엄청 해오는 스타일이죠. 전 대사도 안 외워가요. 그냥 말을 하듯이 연기를 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다른 단어가 튀어나가기도 하는데 그 때마다 놀라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 애드리브에 맞추는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죠. 애드리브에 또 애드리브가 더해지며 장면이 완성돼 갔어요.”
◆ “겨울 촬영, 더 추워도 되니 2편 갔으면”
겨울 촬영에 추위는 말도 못했다. 더군다나 산에서 찍어야 했으니 오죽했겠나.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액션영화는 당분간 안하겠다고 우스갯소리로 얘기하던 임창정. 그래도 촬영이 재미있었기에 환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더 추운 날 찍어도 되니까 이번 영화가 잘 돼 2편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진심이었다.
“기술 시사회 때 까지만 해도 영화 끝에 ‘투 비 컨티뉴(To be continued, 다음 회에 계속)’가 있었어요. 그래서 신동엽 감독에게 ‘사람이 양심이 좀 있어 봐라’라고 말했죠. (웃음) 속편은 우리가 만드는 게 아니에요. 관객이 하는 거죠. 하하. 이번 작품의 대본을 받고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이 순간이 지나면 또 거의 2년을 기다려야 된다는 생각에 소중했어요. 하하.”
그 소중한 시간만큼이나 이 영화의 뜻 역시 임창정에겐 소중함으로 다가왔다. 죄의 강도와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그들을 혼내주는 모습은 마치 영웅과도 같았다. “나른한 몸을 이 끌고 집에 들어가 9시를 뉴스면 보면 충격적인 내용이 많다. 죗값을 받는다고 해도 우린 끝을 모른다. 정진은 그런 사람들을 혼내주고 싶은 거다”라고 말하는 그 모습이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진이 프로파일러 출신이긴 한데 이성이나 철학은 전혀 없어요. 아무것도 없죠. 그냥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으니 자신이 먼저 응징을 하는 거예요. 대중이 그걸 할 수 없으니 영화관에서라도 때리고 혼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시원하잖아요. 정진의 생각이 모든 이들의 생각이라 생각합니다. 우린 그걸 참고 살기에 정진에게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죠. 안 그래요? 하하.”
[최민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