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외법권' 임은경, 30대의 시작점에서 피어난 새로운 인생 [인터뷰]
- 입력 2015. 09.07. 14:57:07
- [시크뉴스 최민지 기자] 오랜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낯설지가 않다. 10년의 공백기가 있었으나 여전히 그대로였다. 배우 임은경(31)의 이야기다. 그녀는 아주 오랜만에 영화로 관객들과 마주했다. 바로 ‘치외법권’(신동엽 감독, 휴메니테라픽처스 제작)을 통해서다. 대중의 관심이 온통 임은경에게로 쏠렸다. 그녀는 아주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임은경은 ‘치외법권’에서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은정으로 출연했다. 여리여리한 외모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 거 큰 눈을 가진 그녀.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누어 줄 때는 무작정 도움을 주고 싶게 만드는 비주얼의 소유자. 극 중 임창정(정진) 최다니엘(유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 "그 때 그 시절, 지금은 편안하게 받아들여“
외모는 그대로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는 변화했다. 예전의 신비소녀는 모두 잊어 달라 외치고 있었다. 하긴, 벌써 10여 년도 더 된 이야기이지만 아직도 임은경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단어는 ‘TTL 소녀’다. 어쩔 수 없나보다. 그 강렬한 비주얼이. 그러나 임은경은 이제 ‘배우’라는 이름으로 다시 일어서려고 한다. 30대의 시작점에서 말이다.
“영화로 복귀를 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던 건 아니었어요. 사실, 이 작품 전에도 오디션은 몇 번 봤었지만 안됐었죠. (웃음) 그러다보니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예전에 날 도와줬던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었죠. 지금도 제 편이 돼주고 있는 팬들에게도 꼭 한 번 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배우 임은경으로서 말이에요. 다양한 작품을 했지만 그 이미지가 뚜렷하게 남아 제 자신을 보여주기가 부족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다시 해보려고 해요.”
공백기가 꽤 길었다. 신비소녀로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그 시절 임은경에게는 뭔가 부족했던 게 있는 모양이었다. 어느 한 부분이 충족돼도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는 갈증을 누구에게나 있지 않나. 6~7년 전에는 그랬다. 공백이라는 얘기조차 꺼내기 어려웠던 시절.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시절 말이다. 그러나 그 시간들이 지나고 지금은 좀 편안해졌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맞았다.
“지금은 편하게 받아들이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계속 해야 될까’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들을 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러다 절 응원해주는 분들 때문에 천천히 용기를 얻기 시작했죠. 스스로를 다잡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게 어려웠어요. 현장도 힘들고 그랬는데 지금은 많이 편해졌어요. 서른이 자니서일까요? (웃음) 적극적으로 나서다보니 성격이 변화하더라고요. 그 때도 이걸 알았더라면 더 많이 배웠을 텐데. 그런 아쉬움은 남아요.”
◆ "이 좋은 걸 왜 빨리 알지 못했을까“
작품의 시작은 임창정이었다. 영화 ‘시실리 2km’에서 그와 호흡을 맞추었던 임은경. 오랜만에 연락이 닿게 됐고 ‘치외법권’이라는 작품이 있다며 소개를 시켜줬다. 그리고 그녀는 신동엽 감독과의 미팅을 통해 이 작품과 인연을 맺게 됐다.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은정이라는 역할은 임은경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 매력에 흠뻑 빠진 것이다.
“감정 연기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촬영 전날까지도 고민이 많았어요. 어떻게 할지 신동엽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실제로는 외동딸이라 동생이 있는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봤어요. 영상도 많이 보고. 그런데 현장에 가니까 의외로 술술 다 풀리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웃음) 이번에 자료조사를 하게 되면서 알게 됐는데 실종자가 많더라고요. 10년이고 20년이고 못 찾은 분들도 있고요.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많이 안타까웠어요.”
오랜만의 촬영에 감회가 새로웠다. 산을 타고 탈출을 하는 장면을 찍을 땐 겨울이라 눈이 와 엄청 추웠지만 현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에너지에 매료됐다. 약에 취해 있는 상태, 다소 어려운 장면이었지만 촬영장에 있는 그 자체가 좋았다. 촬영을 하고 현장에서 바로 볼 수 있는 시스템에 놀라기도 했단다. 임은경에게는 모든 게 다 행복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었다.
“이 좋은 걸 빨리 알았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도대체 왜 그땐 몰랐을까요. 왜 그랬을까요. (웃음) 그래도 그 때엔 그게 최선이었어요. 내일을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이 많은 날들이었지만 그 터널을 빠져나왔기에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촬영장에 가보니 어느새 제가 누나더라고요. 벌써 그렇게 세월이 흘렀네요. 하하.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만나 뵙고 싶어요. 꼭 그렇게 될 거에요.”
[최민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