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정' 마동석, 눈빛 하나만으로도 온전히 제 것으로 [인터뷰]
- 입력 2015. 09.10. 15:30:35
- [시크뉴스 최민지 기자] 배우 마동석(44)의 존재감은 참 크다. 강한 외형에 연기가 입혀지면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형성된다. 영화 ‘함정’(권형진 감독, 데이드림엔터테인먼트 제작)에서도 마동석의 강함은 여실히 드러났다. 영화 ‘베테랑’(류승완 감독)에거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라고 나지막하게 말하던 마동석, 그가 닭을 잡는 닭백숙 집 사장으로 돌아왔다.
마동석은 ‘함정’에서 닭백숙 집을 운영하는 성철로 출연했다. 4년 차 부부 준식(조한선)과 소연(김민경)이 외딴 섬에서 성철의 가게에 머무르게 되고, 성철과 얽히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정없이 닭을 내려치는 마동석의 모습은 온전히 그것만으로도 강렬함을 남겼다. 여기에 매서운 눈빛과 무언가 꿍꿍이가 있을 것 같은 친절함까지 더해지니 성철이 제대로 완성됐다.
◆ "작품 두 번 거절, 그 이유는"
허름하고 험악한 분위기, 무언가를 헤하려는 감정. 다수의 작품을 통해 그런 감정들을 제법 느껴 본 마동석이었지만 매번 힘들고 낯선 마음들은 여전했다. 사람을 죽일 때는 진심을 담아 죽여야 했고, 미워할 때는 끝도 없이 미워해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혹여나 상대 배우가 다칠까 노심초사해야 되는 입장. 역시 그런 연기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이 작품을 두 번 거절했어요.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를 했는데 사실 출연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거든요. 관객의 입장에서는 통쾌함이 있을 수 있지만 이걸 연기하며 저지르는 사람은 좀 힘들어요. 악역을 많이 해봐서 그런지 ‘타격이 있겠다’ 싶었죠. 이미지도 그래요. 제가 60여 편 정도를 했는데 형사나 건달이 비율로 치면 1/6 정도 밖에 안 돼요. 그런데 각인이 많이 돼 있어서 그 쪽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웃음)”
악역을 한 번 하면 끝까지 간다. 최대한 진짜처럼 보이게 노력한다. 진실성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그러다보면 감정적으로나 심적으로 타격을 입는다. 마동석은 “예전에 최민식 선배님이 ‘악마를 보았다’를 할 때 그런 말씀을 하셨더라.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가 말을 거는데 갑자기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었다고. 묘한 그런 게 있다”며 신중하게 한 마디, 한 마디를 이어나갔다.
“그래도 다행이죠. 어떤 격한 상황을 찍고 나서 그 감정이 생활에서까지 이어지진 않아요. 물론,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에요. ‘컷’ 소리가 나면 내가 그 상황에 몰입돼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마동석으로 돌아오죠. 계속 이런 작품들을 찍다 보니까 훈련이 되는 것 같아요. 하하. 그리고 ‘함정’은 시나리오를 워낙 많이 봐서 그런지 감정이 마비된 상태였어요. 오히려 그 점이 역할에 빠져나오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됐죠.”
◆ "리얼리티 위해 직접 닭 잡아"
대사나 장면의 추가 없이 주어진 안에서만 연기를 했다. 촉박한 시간이나 예산 문제도 한 몫 했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도 좋은 작품은 탄생된다. 마동석은 관객의 심리를 꿰뚫기 위해 섬세한 작업을 해야만 했다. 마음에 어떻게 공격을 할지, 최대한 자연스럽게 관객이 계산할 수 있도록 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런 부분들이 계산돼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도록, 그렇게 연기를 하고 있었다.
“구타를 하는 장면이 나오죠. 리얼리티 살리기 위한 액션들이 조금씩 있어요. 액션을 많이 하다 보니 그런 기술도 늘었나 봐요. (웃음) 그런데 제가 많은 운동을 했었다고 영화 속 액션이 편한 건 아니에요. 영화 액션은 또 다르거든요. 다시 다 배워야 돼요. 나름대로 조절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해도 많이 아팠을 거예요. 촬영을 할 때는 한 컷에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해도 나중엔 죄송한 마음도 들고 그렇죠 뭐.”
영화 속 단연 압권은 바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현실적인 공간이었다. 섬뜩한 기운이 느껴지는 닭백숙 집이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란다. 실제로 맛 집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곳이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여기에 진짜 닭을 잡고 술에서는 진짜 지네가 툭 튀어 나오니 이건 진정 레알(real)이다.
“사실 영화를 찍을 때 제가 직접 닭을 잡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런데 확실히 차이는 있죠. 그래서 현실감을 추구했어요. 모든 걸 직접 했죠. 사장님은 20년 동안 매일 닭을 잡아도 이상한 기분이 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 전 오죽 했겠어요. 하하. 예전에 미국 북부의 시골에서 2년 정도 산 적이 있는데, 그 때의 경험이 도움이 좀 됐죠.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웃음)”
[최민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