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효 디자이너, 이해하고 협력하는 ‘개성’이 필요할 때 [인터뷰]
입력 2015. 10.15. 17:10:04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안소희 기자] 서울패션위크가 2000년 출범해 올해로 16년 차를 맞았다. 디자이너 그룹별로 분리 개최되던 컬렉션을 통합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행보로 여겨졌으며, 오랜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2014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이하 DDP)에 입성하면서 황금빛 미래가 열리는 듯했다.

그럼에도 오너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한국패션시장에서의 입지가 취약하기만 하다. 정부의 정책에 흔들리고, 하루가 다르게 파이를 키워가는 대기업의 사업 확장에 밀리고, 수입브랜드의 절대 파워에 제대로 된 대응도 못하는 약한 존재이다.

◆ “젊은 디자이너에게 힘이 되지 못하는 안타까움”

2, 30대 오너 디자이너들은 국내외 비즈니스를 양립하는 ‘스몰 비즈니스’라는 논리적 맥락이 희박한 사업형태를 추구하고 있다. 유럽 미국 중국에서 열리는 수주전문전시회를 바쁘게 오가고, 이 중 몇몇은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국내에 이름을 알리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숨 가쁜 행보가 그들에게 ‘득이 되고 있는지, 실이 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디자이너 장광효(이하 장광효)는 국내와 국외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전략 구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해외 바이어들은 한국 디자이너 제품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점 때문에 선호합니다. 사실 해외 비즈니스로 돈을 벌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내수가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런데 젊은 디자이너들이 내수에 주력할 수가 없죠. 백화점의 치솟는 수수료를 감당하기 힘들뿐 아니라 수입브랜드와의 경쟁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라며 이런 현실을 개선하지 못한 선배 디자이너로서의 미안함을 내비쳤다.

내수시장에서는 브랜드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백화점 중심 유통구조와 백화점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편집매장의 운영 시스템 등은 디자이너들이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버팀목이 되지 못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그럼에도 강조할 수밖에 없는 브랜딩 시스템”

한국에서 개별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를 ‘오너 디자이너’로 칭하는 데는 본래 의도인 내셔널브랜드와는 다른 차별성보다는 ‘브랜드’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는 뉘앙스가 깔렸다.

장광효는 “남성복의 경우 해외에서 인정받으려면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특히 남성복은 여성복에 비해 기본 골격이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품질의 원단 수급과 완벽한 봉제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합니다”라며 크리에이티브한 감성뿐 아니라 이를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오너 디자이너들에게 취약한 시스템은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한계점을 드러낸다. 그러나 국내외를 바쁘게 오가는 디자이너들에게 ‘시스템’은 신기루 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는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하는 디자이너 상당수가 컬렉션이 임박해서 작업을 마칩니다. 계절과 관계없이 블랙 앤 화이트가 런웨이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이런 극박한 시간과의 싸움이 초래한 결과입니다”라며 계속 맞물려 쳇바퀴처럼 도는 디자이너들의 치열한 현실을 언급했다.

◆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펼칠 수 없는 현실적 한계”

최근 디자이너와 기업 간 컬래버레이션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오너 디자이너들의 활동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장광효는 디자이너와 기업의 조우에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컬래버레이션이 ‘디렉터로서 디자이너와의 협업이냐, 제품의 협업이냐’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후자는 일회성으로 수시로 교체되는 것이 맞지만, 전자는 좀 더 진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라며 컬래버레이션의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디자이너와 기업 간 협업이 장기 비즈니스로 연결된 사례를 찾기 어렵다. 그는 기업이 디렉터로 영입한 디자이너를 조직 안에 얽어매려는 것을 결정적인 이유로 꼽았다. 국내에서 오너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브랜드와 기업 브랜드 디렉터 활동을 병행하기에는 서로 간의 이해관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서울패션위크는 오너 디자이너들의 과거 현재 미래”

한국패션산업에서 오너 디자이너의 취약한 입지는 이들을 통합하고 상징하는 존재의 부재가 원인이다. 디자이너들이 과거 취약한 상황에도 차별화된 남다름을 인정받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오너 디자이너들의 존재는 미미하다.

그는 “서로가 보듬어 안고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자신의 의견은 정확하게 피력하되 공통된 목표 지점이 같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난세에 나는 영웅은 어디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그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성장을 위한 나섬과 물러섬의 조절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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