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경자 별세 ‘미인도’ 위작 논란 재조명 “내 자식 몰라보는 일 없어”
- 입력 2015. 10.22. 12:52:24
- [시크뉴스 이상지 기자] 여류화가 천경자(91) 화백이 두달 전 자택에서 숨을 거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가운데 과거 위작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지내온 천경자 화백은 수년간 국내 미술계와 소식이 끊기면서 생사여부에 의문이 일었는데 당시 위작 논란 사건이 얽혀있었다. 국내 대표 여성작가로 승승장구하던 천 화백이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 미인도 위작 사건'으로 절필선언에 이르게 된 것.
당시 어깨에 나비가 앉은 여성인물화인 ‘미인도’의 아트포스터(복제품)를 본 친지에게서 “복제품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과 복제품을 검토해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은 그림의 제작연도부터 소장경위 등을 추적해 진품이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1999년 고서화 위작 및 사기판매사건으로 구속된 위조범 권모 씨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화랑을 하는 친구의 요청에 따라 소액을 받고 달력 그림 몇 개를 섞어서 ‘미인도’를 만들었다”고 말하면서 위작 시비가 재연됐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미인도’(29×26㎝)는 진품이 맞고 미술관이 현재 소장하고 있다”며 “한국화 위조범과 미술관 중 어느 쪽을 믿느냐”고 반문했다. 이때 천 화백은 “자기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녀는 ‘자기 그림도 몰라보는 정신 나간 작가’라는 불명예를 안았고 엄청난 정신적 고초를 겪었다. 이후 절필을 선언한 뒤 1998년 딸이 거주하는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고 미술계와는 연락을 끊었다.
천 화백의 둘째딸 김정희 씨는 당시 “위작 시비는 언젠가는 밝혀질 자명한 사건”이라며 “위작 여부의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국가기관이나 특정 이익단체가 조직적으로 나서 일평생 외골수로 작업한 화가의 작가 정신을 말살하는 사건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상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천경자 ‘미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