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리화가’ 수지 류승룡 송새벽 ‘한복의 함의’, 색채로 읽히는 소리꾼 영화 [영화의상 STORY]
- 입력 2015. 11.25. 16:37:12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도리화가’는 조선시대 명창으로 꼽히는 여자 소리꾼 진채선의 삶을 109분 분량으로 마치 한편의 판소리 공연을 보듯 애잔하게 엮어냈다.
영화 '도리화가' 류승룡, 수지, 송새벽(좌)/ 류승룡과 수지가 영화에서 실제 입었던 옷(영화의상 감독 권유진 작업실 현장 사진, 우)
영화는 소리하고 싶은 아이 진채선, 소리를 가르치는 선생 ‘동리’ 신재효, 고수 김세종을 축으로 밀도감 있게 전개된다. 주인공을 맡은 수지가 진채선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변화무쌍하게 다양한 이미지를 오가는 것과 달리 신재효 류승룡와 김새종 송새벽은 철저하게 조력자에 머물려 스토리에 무게감있는 매력적인 긴장감을 더한다.
그리고 이런 모든 이야기들이 그들이 입은 한복에 녹아들어 있다.
#1 진채선 수지, 색채에 담은 소리꾼의 운명
영화 '도리화가' 진채선 수지
영화 속 묘사 그대로 20대에 경복궁 낙성연에서 판소리로 좌중을 휘어잡고 흥선 대원군의 총애를 받은 것으로 유명한 진채선 역할을 맡은 수지는 기생집 밥 짖는 아이, 소리를 배우기 위해 남장을 감행한 당돌한 아이, 결국 무대에 오르는 진채선 세 가지 각기 다른 이미지를 오간다.
‘도리화가’ 영화의상 감독 권유진은 “수지가 정말 예뻤습니다”라는 말로 운을 땠다. “부엌데기 옷을 입혀놓으면 뛰어다니고 두라마기를 걸치면 뒷짐 지고 걸어 다니고 옷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동까지 바뀌었습니다”라며 촬영 현장에서 수지의 변화를 설명했다.
수지는 언뜻 옷을 거의 갈아입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밥 짖는 아이, 남장 아이, 소리하는 아이 크게 3가지 각기 다른 스타일을 보여줄 뿐 아니라, 소리꾼으로 흥선 대원군 앞에서 첫 공연하는 장면과 흥선 대원군 옆에 머무는 기간의 옷의 색채와 느낌이 전혀 달라진다.
권 감독은 “사극에서 중요한 것은 클라이막스에 어떤 강한 인상을 남기느냐가 중요합니다. ‘도리화가’에서는 진채선이 흥선 대원군과 기생 앞에서 첫 공연을 할 때 화려한 기생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으면서 가장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장면을 끌어내야 했습니다”라며 붉은 저고리에 파란 치마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수지가 경회루 공연에서 입은 붉은 저고리는 물 반사만으로 얼굴의 화사함을 더하는 효과를 주기 위한 것으로, 이는 이후 옅은 분홍 저고리와 대조된다.
권 감독은 “옅은 분홍 저고리는 진짜 소리꾼이 된 진채선의 정체성을 담은 색채입니다. 화려한 색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기생이 아닌 소리꾼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설정이었습니다”라며 붉은 저고리와는 다른 함의를 설명했다.
#2. 신재효 류승룡-김세종 송새벽. 조력자의 각기 다른 색
영화 '도리화가' 류승룡, 송새벽
류승룡과 송새벽 이름만으로도 든든한 두 배우가 수지의 조력자로 나섰다. 선배 연기자로서는 물론 극 중에서 역할까지 조력자가 된 그들은 동리정사의 ‘동리’ 신재효와 고수 김세종이 돼 진채선 뿐 아니라 수지를 키워냈다.
류승룡은 판소리 이론가 신재효에 걸맞게 영화 내내 생모시 옷을, 능글맞은 사감 같은 김세종 송새벽은 민초를 상징하는 황토색의 무명옷으로 차이를 뒀다.
권 감독은 “생모시는 거친 질감에서 나오는 카리스마와 조금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는 생모시의 단호함이 신재효를 설명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촬영 내내 구김이 생기지 않기 위해 스태프들이 애를 먹었지만 원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라며 “반면 김세종은 고수이자 수하생들을 다그치고 다독이는 사감 같은 역할로 민초의 상징인 황토와 무명으로 캐릭터를 잡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도리화가는 ‘아이돌’ 수지가 소리꾼 진채선 역할을 얼마나 잘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권감독이 설명대로 계속 변하는 극 중 설정에 따라 자신을 변화할 줄 아는 수지의 명민함과 철저하게 조력자로 머무는 류승룡의 노련함, 여기에 단조로운 가운데 리듬을 주는 송새벽의 친근감이 기대 이상의 조화를 이뤘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 영화 ‘도리화가’ 스틸컷,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