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하룻밤' 극적이지 않은 사랑은 없다고 전해라 [시네프리뷰]
입력 2015. 11.25. 17:27:18
[시크뉴스 최민지 기자] 25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영화 ‘극적인 하룻밤’(하기호 감독, 연우무대 제작)이 처음 공개됐다. 동명의 연극이 모티브가 된 이 작품은 다소 오버스러우면서도 때로는 사실적인 표현으로 일명 ‘요즘 세대’들에게 말을 건넨다.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꿈, 희망직업, 인간관계, 그리고 연애까지 모두 포기한 이른바 7포 세대. 우리에게도 하나쯤은 제대로 해볼 이유는 있다.

윤계상 한예리 주연 ‘극적인 하룻밤’은 결혼식에서 시작된다. 결혼 당사자는 정훈(윤계상)의 옛 여자친구와 시후(한예리)의 옛 남자친구. 각자의 X(전 애인)를 잊지 못한 이들은 술을 마시며 신세를 한탄하고, 어쩌면 술기운일지도 모르는 운명에 이끌려 동침을 하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끌림을 그저 ‘하룻밤’으로 생각하고, 쿠폰 10개를 찍을 때 까지만 만나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러나 그건 돌이켜보면 하룻밤이 아닌 사랑이었다.

극 중 정훈은 항상 도망만 친다. 일에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늘 그렇다. 어쩌다 기간제 특수 체육교사가 됐고, 주연(박효주)에게 상처를 받기 싫어 도망치듯 이별했다. 그리고 그게 쿨한 줄 안다. 쿨몽둥이로 맞아야 될 정도로 정신을 못 차리는 그냥 ‘척 쟁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찌질하고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다. 연애를 못하는 이유를 자신의 처지 때문이라고 비관하고 그 어떤 사람보다 질척거리는 타입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다.



반면, 시후는 솔직하고 한편으로는 정훈보다 훨씬 용감하다. 다소 심각한 집착이나 생떼를 쓰기도 한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훈의 집에 불쑥 찾아가기도 했다. 오로지 야망에만 눈 뜬 준석(박병은)에게 상처를 받고 그를 잊지 못했지만, 시원한 한 방으로 미친X를 딱 잘라냈다. 통쾌했다. 쿠폰 도장 10개를 찍자고 먼저 말한 것도 그녀였다. 때로는 또 다른 진심을 사랑하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 정도로 과감하다. 비록, 그 최후가 비참하고 욕이 나올지경에 이르더라도 도전에 거부감이 없다. 아니, 도전이라기보다는 사랑이겠다.

두 사람의 성격만 봐도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함이 어떤 건지 쉽게 알 수 있다.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잊는다, 이 세상에 날 사랑해줄 사람은 많다, 자신을 소중히 하고 사랑 앞에 솔직해지자, 가난하다고 연애를 못하는 건 아니다. 여느 글귀에서 보던, 사랑을 대하는 태도와 같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여운 7포 세대들은 그 말의 뜻을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만큼 힘들고 외롭고 지치기 때문에. 나 하나 살아가기도 힘든 이 세상에서, 근근이 의식주를 연명하기에도 벅찬 이 세상에서 사랑은 그저 사치로만 받아들일 뿐이다.

그렇다면 정말 사랑은 있어도, 없어도 될 존재이며 사치일 뿐인 걸까. 가진 게 없어서 연애를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본능의 이끌림은 극적으로 일어난다. 쿠폰 도장 10개를 다 찍어갈 때 즈음 서로에게 젖어들어 아쉬워하는 정훈과 시후의 모습을 보면 그 누구도 그게 사랑임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현실적인 이야기가 지루할 수도 있다. 영화적인 요소가 없기 극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우리의 일상이 그렇기 때문이다. 사랑할 사람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여유가 없다고 칭얼대지 말라. 당신은 아직 극적인 상대를 못 만났을 뿐이다. 그 때를 위해 우린 잡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달 3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07분.



[최민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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