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vs ‘꽃잎’, 눈빛으로 완성된 ‘광기 패션’ [영화의상 STORY]
입력 2015. 11.27. 16:38:17

영화 '꽃잎' 소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수남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지난 26일 ‘제26회 청룡영화상’은 이정현에게 여우주연상 수상의 영광을 안겼다.

20대를 무대 위에서 ‘테크노 가수’로 군림하다 한동안 중국 활동에 집중해온 이정현에게 한국 연예계는 그리 녹록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소감에서 언급한 ‘20년만에 다시 선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안았다.

깡마른 몸에 빈틈없는 야무진 이목구비와 도자기 인형을 연상하게 하는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36세 이정현에게 배우의 모습을 찾아내기 어려운 듯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몰입도 높은 연기로 ‘꽃잎’ 소녀의 모습을 되찾으면서 배우로 재기하는 첫발을 땠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수남(좌), '꽃잎' 소녀(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수남과 ‘꽃잎’ 소녀는 묘하게 닮아있다.

극악한 세상에 마치 구겨지듯 던져진 수남과 소녀는 나름의 방식으로 버텨내려하지만 사회는 그 노력을 보기 좋게 뭉개버린다.

극 중 수남과 소녀는 모두 어딘가를 집요하게 응시하는 듯하지만, 초점을 잃은 듯 멍한 눈빛으로 무섭도록 냉혹한 세상살이를 표현했다. 여기에 20년의 세월이 실감되지 않는 일자 단발은 융통성 없는 극 중 캐릭터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이뿐 아니라 ‘꽃잎’ 소녀의 빨간 벨벳 원피스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순남의 레드 트렌치코트는 광기를 부각하는 장치로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또 하얀 민소매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멍한 표정과 파스텔 핑크 패턴의 화이트 블라우스를 입고 차갑게 웃고 있는 순남의 모습에서 배어나오는 애잔함까지 닮아있다.

두 영화 속 오싹 하리만치 유사한 캐릭터가 배우 이정현으로서 앞으로 행보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가수로 오른 무대에서 인형 같은 연출을 했음에도 그녀를 항상 따라다닌 ‘무당 루머’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에게 내제된 ‘광기’가 여느 여배우에게는 없는 독보적인 코드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꽃잎’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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