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리화가' 배수지는 얼마나 자랄 수 있을까 [인터뷰]
- 입력 2015. 12.10. 10:07:01
- [시크뉴스 최민지 기자]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그 처음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는 다르겠지만. 배수지(21)는 ‘가수 겸 배우’라고 불린다. 시작은 가수였고 지금도 가수다. 그리고 배우 일을 겸하고 있다. 저 타이틀에 따르면. 하지만 영화 ‘도리화가’(이종필 감독, 영화사담담 어바웃필름 제작)에서 연기하는 배수지를 보고 있으면 이 ‘겸’이라는 이야기를 다시 해봐야될 것만 같다.
배수지는 ‘도리화가’에서 조선 최초의 여류 소리꾼 진채선을 연기했다.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던 1867년, 진채선이라는 한 여성은 그렇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갔다. 아무것도 될 수 없는, 그저 미물로 남아있어야 했던 그 순간에 말이다.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그 때의 배수지. 진채선과 그 어딘가 쯤이 닮아 있는 배수지의 모습은 활짝 피지 않은, 꽃봉오리를 머금은 풋풋한 소녀 같았다.
◆ "한복, 정말 부담감 많아"
예쁨을 지웠더랬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예쁜 수지가 없었다. 얼굴은 검어졌고 옷 역시 허름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밝게 빛나는 사람. 그건 진채선이었기 때문이었을 터. 어떤 외적인 요소에도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 마음이 예뻤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던 배수지가 곱디고운 한복을 입고 등장할 땐 본래의 배수지가 왔다 갔다 했다.
“한복에 대한 걱정이 많았어요. 쪽진 머리도요. 작품을 선택하기 전에는 아예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선택을 하고 나니 그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주위에서 ‘괜찮겠니?’라고 물어보기도 했었는데 뭐 어쩔 수 있나요. (웃음) 걱정은 있었지만 그냥 하는 거죠. 내가 하겠다고 했는데. 어차피 제 선택이었기에 감수해야 될 부분이었어요. 하하”
한복도 한복이지만 어쩌면 여배우로서 예쁘게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작품 속 모습이 달랐기에. 어느 정도 덜 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배수지는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줬다고 했다. 연기에 오히려 도움이 된 셈이다.
“첫 촬영을 갔는데 분장에 적응이 안됐어요. 하지만 그게 진짜 진채선의 모습이었기에 몰입은 쉬었죠. 편안하게 바보스러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 번은 촬영을 하는데 지나가시는 분들이 ‘수지 왔데’ 이러면서 보더라고요. 전 그래도 ‘알아보겠지’ 하는 마음으로 있었는데 ‘없나보네’ 하고 가시더라고요. 그 때 남장을 하고 있었거든요. 저만 있었으면 알아 보셨을 수도 있는데, 아닐까요? 하하.”
◆ “난 정말 행복한 사람”
영화 ‘건축학개론’의 배수지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혹여 보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배수지의 청순한 얼굴까지 본 적 없는 사람은 거짓말 좀 더 보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가 아닐까. 그만큼 배수지의 영화 데뷔는 강렬했고, 어쩌면 그 영화로 인해 지금의 배수지가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 이후 많은 드라마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고 오롯이 가수였던 배수지가 탄생됐으니. 하지만 이건 온전히 운만은 아니었다. 매력도 능력이다.
“한 번도 내 덕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웃음) 이종필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하얀 도화지 같다고. 제가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기에 만들고 싶은 만큼 만들 수 있다는 그런 뜻이었죠. 좋았어요. 가수로 활동을 할 때는 꾸며져서 화려한 모습들로만 나오는데 작품에선 역할을 연기하는 거니까. 민낯으로 연기를 하는 그 느낌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던 것 같아요.”
배수지의 그 민낯은 ‘도리화가’에서 더욱 드러난다. 실존 인물이었지만 자료가 많이 없었고 그렇다고 없는 모습을 그려내는 것도 아니라 그 초점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랬기에 더욱 연기였을 터. 드라마에서 사극이라는 장르도 해본 배수지였지만 ‘도리화가’는 조금 더 달랐다. 진채선에 완전히 푹 빠져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했고 그만큼 조심스러웠다. 배수지만의 진채선은 그렇게 완성됐다.
“정말 이번 작품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무수한 추억이 있겠지만 흙냄새, 바람, 폭포소리 같은 어떠한 느낌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래서 해가 거듭되고 연기를 많이 해봐도 오래오래 진하게 배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동안 작품을 하며 ‘난 매우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건축학개론’ 때도 ‘날 뭘 보고 날 캐스팅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웃음)”
[최민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