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 슈즈 · 파이톤 백’ 이제 안 신고 안 들 때도 되지 않았나?
입력 2015. 12.10. 15:19:48

PETA에서 공개한 잔혹한 뱀피 생산 과정

[매경닷컴 시크뉴스 임소연 기자] 럭셔리 슈즈 브랜드 마놀로 블라닉이나 루부탱 등의 최고급 송아지 가죽이나 뱀 가죽 구두는 잊을만하면 비윤리적인 공정 과정이나 멸종위기 동물 가죽 사용 등의 문제로 동물보호단체 분쟁의 대상에 오른다.

몇 년 전 마놀로 블라닉은 멸종위기 뱀의 피부로 만든 구두 약 300켤레를 수입하려다가 미국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뉴욕 법정 소송에 휘말렸다. 당시 마놀로 블라닉 측은 “문제를 조사하고 있고 더 이상의 답은 할 수 없다”라며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희귀함에 열광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마놀로 블라닉의 과욕이었다.

해당 구두들은 여전히 J.F 캐네디 공항 세관에 압류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희생된 멸종위기 뱀을 되살릴 방법은 없다.

또 최근 상위 1%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시그니처 라인 버킨백 1개를 만드는데 악어 2~3마리가 희생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버킨백 이름의 주인공이자 영국 스타일 아이콘 제인 버킨까지 나서서 공정 과정에 대한 국제적 표준안이 만들어질 때까지 제품명에서 자신의 이름을 완전히 빼달라며 에르메스 측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보드라운 송아지 가죽, 독특한 컬러, 패턴의 뱀, 악어 가죽 액세서리가 로열티가 확실히 붙은 아이템으로 상징화되면서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망은 사계절 내 식을 줄 모른다.

그러나 송아지 가죽, 일명 송치 가죽 제품은 어미 뱃속에서 미처 빛도 보지 못한 송아지를 강제로 꺼내 도축하거나, 어미가 보는 앞에서 갓 태어난 송아지의 가죽을 천천히 벗겨내 만들기도 한다.

모공이 열리기 전 태반에서 바로 꺼낸 송아지 가죽 품질이 가장 좋다는 이유에서이다. 또, 가죽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 본연의 상태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털도 마르지 않은 송아지의 가죽을 아주 천천히 벗겨내는 것이다.

에르메스 앞에서 시위하는 동물보호협회



품질 좋은 악어나 뱀 가죽일수록 잔혹한 공정 과정이 따르기는 마찬가지이다. 생산자들은 마취 없이 뱀의 머리 부분을 그대로 절단하거나, 나무에 머리 부분을 못 박아 천천히 가죽을 벗겨낸다. 신진대사가 느린 뱀은 가죽이 벗겨지는 동안 의식이 남아있고, 머리가 잘린 후에도 고통을 느낄 수 있다.

태어나기 전이나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송아지의 가죽일수록, 잔혹하게 생산된 뱀, 악어가죽일수록 공급에 한계가 따르다보니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게 된다. 모순적이게도 비쌀수록 제품의 로열티는 올라가고 이를 손에 넣으려는 소비자들의 욕구 역시 수직상승한다.

비윤리적인 가죽 생산 및 판매에 대한 법적인 기준 마련이 전 세계적으로 시급한 가운데, 어마무시하게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패션 기업들이 아직도 더 부드럽고 더 독특한 가죽을 찾아 헤매야 하는지는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부터 무분별한 가죽 제품 사용 대신 대체 가능한 소재에 한 번쯤 눈을 돌릴 때다. 그럼에도 가죽 제품에 대한 애정을 쉽게 버리지 못하겠다면 최소한 자신이 손에 넣으려는 가죽 제품이 어떻게 생산됐는지는 인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AP뉴시스, PET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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