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가 ‘킹덤 오브 복고’ 목폴라와 응팔 흥행의 관계 [2015 트렌드키워드]
- 입력 2015. 12.14. 11:00:14
- [매경닷컴 시크뉴스 임소연 기자] 70년대~90년대 복고를 향한 어마무시한 애정으로 패션계는 지금 복고 왕국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리에서는 땅에 끌릴 듯이 넓게 퍼진 와이드팬츠와 몸에 꼭 맞는 컬러풀한 터틀넥 풀오버의 합, 청-청 패션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또 슈트를 입은 상태에서도 파스텔 컬러 캡모자를 얹거나, 새하얀 삭스와 스니커즈의 조합, 미니드레스에 빈티지 선글라스, 커다란 칵테일 이어링을 더하는 등 액세서리까지 복고로 무장한 모습.
◆ 과거시대로 떠난 ‘서울패션위크’
복고를 향한 디자이너들의 팬심은 2015 S/S부터 2016 S/S까지 꾸준히 드러났다. 2015 S/S 컬렉션에서는 87mm, 스티브J 앤 요니P, 푸시버튼을 필두로 아빠의 목양말이나 레이스장식 삭스 위에 샌들과 하이힐을 매치한 스타일을 볼 수 있었고, 맥앤로건의 반다나 리본을 두른 모델들은 투명 프레임의 선글라스를 더했다. 또 더 스튜디오 케이와 김서룡의 모델들도 똑 떨어지는 클래식 룩에 빈티지 프레임의 메탈 선글라스를 장착하고 나타났다.
2016 S/S 컬렉션에서도 복고의 향연은 이어졌다. 할머니 옷장에서 꺼낸듯한 플로럴 프린트 실크 드레스부터 금방이라도 벗겨질 듯한 데님 와이드팬츠를 내놓은 럭키슈에뜨, 꽃 자수가 수놓인 트위드 재킷과 하이웨이스트 쇼츠, 시퀸 장식이 화려하게 빛나는 보머재킷과 앞트임 H라인 스커트의 복고적이면서도 소녀적인 스타일을 쏟아낸 스티브J 앤 요니P, 연청 데님 와이드팬츠와 꽃 수술이 흩날리는 실크 톱의 조합을 택한 제인송 무대까지 복고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충성도는 높아만지는 분위기이다.
◆ ‘원로 디자이너’를 돌아보는 시간
그렇다보니 올 한해는 기성세대 디자이너의 확고한 패션 철학을 젊은 세대들이 공감하고 흡수할 수 있도록 한 자리가 대거 마련됐다.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의 디자인 인생 40주년을 조망하는 전시가 지난 10월 진행됐고, 얼마 뒤 디자이너 진태옥 패션 역사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도 열렸다.
이영희 전의 바람에 흩날리는 오색 한복은 색의 조화는 물론 기능성, 노리개, 신발, 실, 염색 모든 요소에 가장 한국적인 미가 녹아들었을 때의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느끼게 했다. 또 진태옥 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크림빛의 우아한 드레스 군단은 패션계 전반이 새로움을 좇는 소비자 취향에 따라 저마다의 소신과 철학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오랜 시간 한길을 꾸준히 걸어온 기성세대 디자이너의 인생관과 한국의 패션 역사를 느끼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흑백영화 주인공처럼 ‘빈티지 웨딩’
복고에 대한 애정은 일상복뿐 아니라 웨딩드레스에까지 녹아들었다. 이효리에서 그칠 줄 알았던 빈티지 웨딩 이슈가 올 한해 슈퍼스타 부부 이나영-원빈, 윤승아-김무열, 김나영으로 바통터치 됐고 이를 지켜보던 일반인 예비 부부들까지 흑백영화에 나올 법한 빈티지 웨딩에 대한 로망을 키워가는 분위기이다.
화려한 비딩 장식이 휘감긴 웨딩드레스 대신 흙밭을 노닐기에 딱 맞는 슬립드레스나 미니드레스에 이국적인 부케와 들꽃 장식으로 멋을 낸 신부부터 쨍한 코발트블루 턱시도를 입는 신랑까지 복고의 열풍이 공장식으로 진행된 한국 웨딩 문화에도 신선한 바람을 불게 했다는 점에서 지켜보는 재미를 더한다.
◆ ‘응답하라 1988’ 목폴라 패션이 흥행 포인트
패션계의 복고 유행은 영화, 드라마 문화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tvN 응답하라 세 번째 시리즈인 ‘응답하라 1988’은 신원호 PD를 비롯해 제작진들도 80년대 배경 표현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내더니 골목길 엄마들의 가발에 가까운 헤어스타일처럼 다소 작위적으로 그려진 부분도 분명 있다.
그럼에도 되살아난 복고 열풍으로 덕선 역의 혜리를 비롯해 정환 역의 류준열, 선우 역의 고경표, 택 역의 박보검, 동룡 역의 이동휘까지 골목 친구들의 스타일이 어딘지 친숙하다는 점이 대중이 응답하라 1988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포인트일 터다.
혜리의 자잘한 꽃 자수 스웨터와 허리 높이 올려 입은 생지 데님 팬츠, 새하얀 스니커즈의 조합, 류준열의 큼직한 체크무늬 셔츠와 새하얀 티셔츠 스타일, 고경표의 물 빠진 청-청 패션, 박보검의 PK티셔츠에 대한 애정, 이동휘의 컬러풀한 터틀넥 스웨터와 각 잡힌 셔츠, 보머재킷의 만남까지 놀라울 정도로 서울패션위크에서 본 그 아이템들이 쏟아지고 있다.
문화 전반에 걸쳐 퍼지고 있는 복고의 메가급 트렌드는 2016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금 패션계는 옷장 속에 감춰둔 어릴 적 낡은 아이템이 어느 때보다 쿨한 룩으로 칭해질 수 있는 예측하기 어려운 그러나 꽤 재밌는 때에 놓여있다.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권광일 기자, 이미화 기자, tvN 방송화면 캡처, 김나영, 윤승아 인스타그램, 이든나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