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분 vs 실리” 불황의 끝에 선 패션가 ‘극한의 선택’ [2015 패션 핫이슈]
- 입력 2015. 12.15. 14:09:20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장기 불황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확산 등 사회 악재까지 겹쳐 올해 패션‧뷰티는 최악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험난한 시간을 보냈다.
윤은혜 '여신의 패션'-윤춘호 '아르케' 2015 FW 컬렉션, 2016 SS 서울패션위크, '발망XH&M' 출시를 앞둔 'H&M' 매장 앞 노숙행렬(위부터 시계방향)
관광객 감소로 ‘K뷰티’마저도 경직되면서 가뜩이나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패션과 유통가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관광객 유인 역할을 톡톡히 한 뷰티 특수의 후광효과마저 사라졌다.
이처럼 극한의 상황에도 한류 열풍에 힘입은 뷰티 업계의 ‘컬러 마케팅’은 여전히 강세를 띠었다. 또, 백화점과 호텔을 기반으로 한 기반으로 한 대기업 유통계열사들은 면세점 사업권에 성패를 걸며 회생 불가능한 내수소비에서 벗어난 관광객 소비 유치에 적극 나서는 등 위기 타개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패션가는 최소한의 윤리마저 상실한 가품 유통으로, 뷰티가는 쓸모없는 저가 전쟁으로 여전히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말을 무색케 했다.
◆ 윤은혜, ‘아르케’ 윤춘호 디자인 표절 논란
더는 새로울 것도 없는 패션가의 ‘복제와 가품’이 톱스타 윤은혜에 의해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윤은혜는 상해 동방TV 패션 리얼리티 프로그램 ‘여신의 패션’에서 소매에 프릴이 달린 화이트 코트를 무대에 올려 중국 현지 바이어들에게 호평 받으며 최고가에 낙찰됐다. 그러나 이 제품이 패션 디자이너 윤춘호 ‘아르케’ 2015 FW 컬렉션 라인과 흡사해 ‘디자인 표절 논란’이 일었다.
‘아르케’ 제품이 더블버튼에 종아리까지 오는 롱코트라는 점을 제외하면 놀라울 정도로 일치해 표절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사태의 심각성과 달리 윤은혜는 진중하지 못한 대처 방식으로 논란을 키웠다. 결국 10월 윤은혜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을 취소했으며, 윤춘호 역시 다른 어느 때보다 참가 디자이너 선정이 까다로웠던 '2016 SS 서울패션위크'의 스케줄이 확정됐음에도 며칠 전 돌연 참가를 취소하는 등 후폭풍이 컸다.
윤은혜는 지난 11일 한 핸드백 브랜드 행사장에서 “논란을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더 이상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지난 몇 달 간의 논란에 대한 해명을 대신했다.
◆ ‘발망XH&M’, 론칭 ‘D-5일’ 리셀러 노숙 행렬
애플의 신제품 출시일을 앞두고 하루 전부터 애플 숍 앞에서 늘어선 노숙행렬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그마저도 최근에는 보기 드물다.
그러나 이런 노숙행렬이 SPA 브랜드 ‘H&M’에서는 연례행사가 됐다. 유명 디자이너의 컬래버레이션 라인 출시일이 정해지면 늘 있는 일이지만, 올해 노숙행렬은 명품을 손에 쥐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아닌 ‘리셀러’들의 격전지였다는 점에서 화제를 끌었다.
‘발망XH&M’ 판매 개시일인 11월 5일 목요일을 앞둔 주말부터 줄이 늘어서기 시작해 이례적인 장시간의 노숙행렬이 생겼다. 두꺼운 헤비다운점퍼는 기본이고 캠핑 장비까지 동원한 이들 대부분이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되파는 리셀러들로 알려졌다.
그러나 발망은 디자인뿐 아니라 원단, 부자재, 봉제의 완벽한 조화가 필요한 만큼 정작 소비자들은 이 컬레버레이션 라인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셀러브리티 행사까지 취소할 정도로 화제가 됐던 리셀러들의 처절한 노숙의 결과는 허무했다. 며칠 동안 길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해가며 제품을 확보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온라인상에서 팔리지 않은 ‘발망XH&M’이 가격을 낮춰가며 거래되고 있고 환불 처리한 제품까지 고려할 때 ‘노숙’에 대한 대가가 그리 크지 않은 듯 보인다.
◆ 서울패션위크, 글로벌 품격을 위한 결단 혹은 무리수
지난 몇 년간 한류 열풍의 테두리에서 득인지 실인지 모를 공생을 해오던 서울패션위크가 정구호 총감독 부임 후 ‘글로벌 컬렉션’에 걸맞은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나설 것임을 시사해 관심이 집중됐다.
서울패션위크를 주최하는 서울디자인재단(이하 재단) 측은 참가비 인상과 함께 그동안 협력 관계를 맺어온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이하 연합회)를 배제하는 등 칼을 빼들었다.
재단은 참가비를 과거 1000석, 700석 기준 각각 400, 250만원에서 1000, 700만으로 대폭 올렸다. 또 사무실을 제외한 자가 매장 보유 조항을 달아 자금 사정이 열악한 젊은 신진 디자이너들을 외면한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이 부각된 6월 말까지만 해도 연합회와 재단이 대립 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연합회 측의 컬렉션 단독 개최까지 거론되기도 했으나, 디자이너 개별 의사가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몇 달간 시끄러웠던 상황과는 달리 10월 열린 '2016 SS 서울패션위크'는 무난하게 치러졌다.
그러나 우려가 제기됐던 디자이너에게 이양된 좌석 배정이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아 100% 예약제를 원칙으로 한 바이어를 위한 행사라는 캐치프레이즈와는 다르게 텅빈 좌석을 채우지 못한 채 패션쇼를 치른 디자이너들이 다수였다. 또 디자이너에게 좌석 배정이 맡겨지면서 바이어 선정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이미화 기자, 윤춘호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