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을 뚫는 남자’ 유연석, 첫 뮤지컬 영리한 선택 [뮤지컬리뷰]
- 입력 2015. 12.17. 09:48:18
- [시크뉴스 박혜란 기자] 유연석이 첫 뮤지컬로 ‘벽을 뚫는 남자’로 시작한 것은 영리한 선택이었다.
‘벽을 뚫는 남자’(임철형 연출)는 프랑스의 작가 마르셀 에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40년대 파리 몽마르트를 배경으로 평범한 우체국 직원 듀티율이 어느 날 벽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6년 초연을 시작으로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며 현재까지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매 시즌 마다 박상원, 엄기준, 조정석, 임창정, 이종혁, 김동완 등 화려한 배우들이 듀티율을 거쳐가 더욱 화제가 됐다.
평범한 공무원 듀티율은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던 중 우연한 계기로 벽을 뚫는 능력을 얻어 ‘뚜네뚜네’가 돼 버린다. 평범한 공무원으로 돌아가려던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돕고 희망을 건넨다. 또한 능력을 사용해 부장을 괴롭히거나 검사의 죄를 폭로하는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통쾌함을 전한다.
이 뮤지컬은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한정적이다. 11인이 23역을 소화하지만 연이은 노래들과 배우들의 재기발랄한 연기로 뮤지컬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무대 또한 벽을 뚫는 능력을 효과적으로 표현했으며 디테일이 살아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이번 공연에서 듀티율은 이지훈과 유연석이 더블 캐스팅 됐다. 유연석은 그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보여주던 연기에서 무대 위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유연석의 첫 뮤지컬이라는 기대감과 더불어 걱정도 따라왔다. 특히나 대사 없이 오로지 노래로만 이어가는 성스루(sung-through) 형식인 만큼 ‘유연석이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시선이 존재했다. 하지만 유연석은 듀티율의 감정 변화를 세심하게 그려내며 제 옷을 입은 듯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유연석은 전달력 높은 발음과 안정적인 발성으로 듀티율을 그려낸다. 그는 극의 초반 슬픈 장면을 소화할 때는 다소 음정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후반부 밝고 힘찬 모습에서는 듀티율 그 자체인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이사벨과 사랑에 빠진 순간 이후로는 유연석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캐릭터와 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성스루, 첫 뮤지컬이라는 부담감에도 유연석은 듀티율을 잘 해석해냈다. 유연석이 작품 시작 2~3달 전부터 꾸준하게 연습한 것은 헛된 노력이 아니었다. 첫 뮤지컬로 그가 듀티율을 연기한 것은 성공적인 뮤지컬 데뷔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영리한 선택이었다.
유연석뿐만 아니라 뮤지컬에 첫 발을 내딛는 조재윤은 능청스러우면서도 유쾌한 연기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듀블, 변호사, 형무소장, 경찰로 1인 4역을 연기한다. 조재윤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표정연기, 시원시원한 발성까지 각기 다른 캐릭터를 다채롭게 그려냈다.
‘벽을 뚫는 남자’는 내년 2월 14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박혜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