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상 감독 조상경, 시나리오와 배우 사이에 선 이미지메이커 [인터뷰]
- 입력 2015. 12.23. 15:45:03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드라마와는 다른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대중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데서 오는 신비감이다. 영화 가진 이런 매력은 관객 스스로 비용을 써서 스크린 앞에 앉게 한다.
영화의상감독 조상경
기본 16~20부작으로 구성되는 드라마들이 매회 반복되는 친절한 설명으로 채워진다면 영화는 수많은 생략과 압축으로 관객들 스스로의 자기주도 학습을 요구한다. 이처럼 불친절함에도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것은 스크린을 채우고 있는 여러 확장된 상황과 설정들이 배우를 향해 조여드는 치밀함 때문이다.
이 같은 긴장은 배우에게 가장 밀착해있는 의상에서 강하게 표출된다.
지난 11월 19일 개봉한 이후 현재 누적 관객 수 600만을 넘어선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과 지난 16일 개봉한 ‘대호’(감독 박훈정) 외에도 오는 3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조선마술사’(감독 김대승) 이 세편이 영화의상감독 조상경을 거친 작품이다.
느와르 ‘내부자들’, 일제 식민지시대 민초의 삶을 그린 ‘대호’, 판타지 멜로 ‘조선마술사’.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비슷한 시기에 작업한 조 감독은 “영화의상은 스토리텔링과 이미지메이킹이다”라는 말로 자신이 생각하는 영화 작업의 핵심 키워드를 정의했다.
#1. 시나리오의 힘, 스토리텔링의 시작
영화 '신세계'
영화의상에서 시나리오 영향력은 막강하다. 시나리오에서 연상되는 이미지가 뚜렷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분명 작업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조 감독은 말한다.
“어떤 시나리오는 읽으면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미지가) 명확하게 떠올려 지는 게 있는가 하면, 어떤 시나리오는 억지로 만들어야 하기도 합니다”라며 ‘신세계’(2013년, 감독 박훈정)는 느낌이 단번에 왔다고 말했다.
“요즘 조폭들은 다 해커고 다 주식투자를 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했습니다. 여기에 20대와는 다른 40대 슈트가 주는 다른 분위기가 엮어졌습니다”
‘대호’도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를 안고 시작했다는 것. ‘대호’ 시나리오를 보고 ‘울컥’했다는 조 감독은 “한국 관객은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다”며 영화에 합류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코스튬디자인을 전공하고 학교 때 20여 편의 연극 작업을 하면서 시나리오 분석 트레이닝을 했다는 조 감독은 시나리오가 모든 것을 말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시나리오 분석이 작업의 출발이라는 그녀는 영화의상을 함에 있어서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감독은 “영화든 공연이든 옷을 스토리텔링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합니다. 결국 시나리오 해석하고 분석하는 데서 작업이 시작됩니다”라며 작업의 시작으로서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2. 배우의 힘, 캐릭터가 완성되는 지점
영화 '내부자들'
그러나 여기에 ‘배우’라는 결정적인 변수가 존재한다.
조 감독은 “영화도 관객 입장에서는 반복되는 이야기입니다. 비슷한 배우, 비슷한 장르들이죠.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각기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결국 영화의상 작업은 배우를 이미지 메이킹하는 과정입니다”라며 영화의상과 배우의 함수관계를 언급했다.
천만 관객을 코앞에 둔 ‘내부자들’은 시나리오에서 주어진 실마리와는 다른 좀 더 명확한 콘셉트가 필요했다는 조 감독은 “안상구 캐릭터를 보고 ‘이게 이병헌이야’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콘트리트 정글’을 생각했죠. 이 세계는 세게 가야 한다고 가정했고 안상구 캐릭터를 강하게 설정했습니다”라며 이병헌이 맡은 안상구 캐릭터를 만든 과정에 관해 설명했다.
안상구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든 결정적인 요인은 색감이었다. 이에 대해 조 감독은 “초반 진행이 속도감이 있어서 가장 빨리 각인될 수 있는 컬러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후에는 블랙 슈트로 그림자처럼 가도록 스토리를 잡았습니다”라며 제작보고회까지 컬러 콘셉트의 설정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작업이 ‘배우’ 이병헌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조 감독은 “배우는 비주얼보다 개성입니다. 각각의 개성들이 있으니까 체격이나 외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라며 최근 일부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비슷비슷한 외모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조상경 감독은 현재 영화 ‘리얼’ ‘더킹’ ‘신과 함께’의 사전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세 편의 영화는 각각 김수현, 조인성, 하정우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화제가 된 작품이지만, ‘신과 함께’에 유독 애착을 보였다.
“‘신과 함께’는 경험이 없는 장르입니다. 저한테도 공부가 되고, 한국영화에서도 또 다른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라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 영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