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호 ‘휴머니즘’ vs 조선마술사 ‘판타지’, 현실과 허구의 매력적인 경계 [영화의상 STORY]
- 입력 2015. 12.23. 16:10:25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지난 16일 영화 ‘대호’(감독 박훈정)가 개봉한 데 이어 오는 30일 ‘조선마술사’(감독 김대승)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대호', '조선마술사'
연말 기대작이자 몇 안 되는 사극이기도 한 두 편은 각기 다른 시대적 배경은 물론 가족을 앞세운 휴머니즘과 판타지 멜로라는 각기 다른 장르를 표방해 연말연시 극장가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
두 편의 영화의상을 맡은 조상경 감독은 “‘대호’는 일제 식민지 시대를, ‘조선마술사’는 조선 중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사극이라는 장르만 빼면 두 영화는 공통점이 없습니다. ‘대호’는 뭔가에 투쟁하는 민초들의 이야기, ‘조선마술사’는 마술사와 공주의 사랑 이야기”라며 두 영화의 의상 출발점에 대해 언급했다.
#1. ‘대호’, 산과 하나 된 천만덕 삶의 투영
‘대호’는 조상경 감독의 전작인 군도(2014, 감독 윤종빈)와 유사한 메시지를 가진 작품이다. ‘군도’는 조선 철종을 배경으로 양반과 탐관오리 착취에 저항하는 의적떼 군도를, ‘대호’는 1925년 일제 식민지 시대 명포수 천만덕의 삶을 다룬 영화로 기득권 세력에 저항하는 민초들의 처절한 투쟁을 다룬다.
조 감독은 “‘대호’와 ‘군도’는 서민, 민초,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유사하죠. 또 시대도 30여 년 정도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사람의 속성은 같고 계절은 다르죠”라며 의상으로서 큰 차이는 없다고 밝혔다.
영화 '대호'
따라서 ‘대호’는 ‘꾸밈’이 없다. 포수이자 추운 계절을 견뎌야 하는 산사람이라는 설정을 위해 겹쳐입기로 계절감을 표현하고 천만덕의 젊은 시절은 최대한 날렵하게 보이게 했다는 것.
천만덕의 의상은 기본적으로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흙에서 파생된 황토색 쑥색 회색 등 제한된 컬러를 활용한 레이어드와 다른 색감이라면 유일하게 청색이 가미되지만 산과 하나가 돼버린 천만덕의 캐릭터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 이런 컬러 조합이 영화의 타이틀롤 대호의 상징성을 부각한다.
조 감독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당시 받았던 시나리오 중에 가장 힘이 느껴졌습니다. 울컥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고 그 감성을 따라갔습니다”라며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도 궁금했고, 저 자신도 이 영화가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라며 ‘대호’에서는 ‘군도’와는 다른 감성적인 선이 있다고 설명했다.
#2. ‘조선마술사’, 밤의 환상과 사랑의 시각적 해석
영화 '조선마술사'
‘조선마술사’는 병자호란 직후 조선 중기라는 구체적 시대 배경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허구다.
마술사 ‘환희’ 유승호, 공주 ‘청명’ 고아라, 기생 ‘보음’ 조윤희 세 명의 주인공은 각기 다른 계급이지만, 동시에 청나라와 근거리에 위치한 평안도 의주라는 동일한 공간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다.
‘조선마술사’는 영화 ‘트와일라잇’의 이미지를 차용했다는 것이 조상경 감독의 설명이다. 영화 대부분이 밤에 이뤄진다는 것과 마술사와 공주의 사랑이야기,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에 ‘판타지’라는 콘셉트가 설득력을 부여했다.
유승호는 신비한 이미지로, 고아라는 공주다운 아우라를, 조윤희는 카리스마로 각기 다른 직업과 계급의 차이를 드러낸다.
영화 '조선마술사'
‘후궁:제왕의 첩’(2012년, 감독 김대승)의 영화의상을 맡았던 조 감독은 “‘후궁’과 시대적 배경이 같습니다. 관객들은 낯설 수 있지만 두 영화에 등장하는 한복은 조선 중기 고증을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낯섦이 오히려 영화에 신비감을 준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조선마술사’가 ‘후궁’과 다른 점은 의주가 청나라와 가까운 곳인 만큼 교역이 활발했을 것으로 가정해 소재에서는 당시 청나라 트렌드를 차용했습니다”라며 영화 내용은 허구지만 의상은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고려했음을 밝혔다.
사극이라는 장르는 왕조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일관된 스토리 구도다. 그러나 두 영화는 시대적 정치적 배경은 사극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지만,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삶의 터전에 대한 존경을 다룬 ‘대호’, 시대만 조선일 뿐 두 남녀의 불가분 사랑을 그린 ‘조선마술사’는 그 다름만큼이나 의상이 던지는 메시지마저도 감성을 자극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