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케피’ 화려한 무대 아래 평범한 ‘인생’을 노래하다 [뮤지컬리뷰]
- 입력 2016. 01.08. 12:43:32
- [시크뉴스 박혜란 기자] 화려한 무대 위 고급스러운 연미복을 빼입고 연주를 할 것 같은 오케스트라 피트는 우리내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오케피’(황정민 연출)는 화려한 무대 위 아래 한번쯤 궁금했지만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오케피’(오케스트라 피트)가 뮤지컬 ‘보이즈 밋 걸’ 공연 중 예기치 못한 사건과 사고들이 터지는 가운데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현장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일본 작가 미타니 코키가 집필한 뮤지컬로 국내에서는 올 해 초연 되는 작품이며 국내에서는 배우 황정민이 연출을 맡았다.
이름조차 생소한 ‘오케피’에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컨덕터(지휘자)를 포함한 악기 연주자 13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고급스럽고 어두운 톤의 격식이 잘 차려진 옷을 입고 등장할 것 같지만 화려한 컬러, 트레이닝 복, 가죽 재킷 등 관객의 예상을 깨는 다소 공연에 어울리지 않는 듯 한 평범한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이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악기에 대한 심도 높은 고뇌, 연주를 잘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트렘펫은 공연 중 술이 덜 깨서 고생하고, 하프는 남자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컨덕터는 전 부인과 하프 사이에서 갈등하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사소한 것들이다.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관련된 일상을 그린다.
오케피 전체를 지휘하고 아우르는 컨덕터의 역할처럼 극 또한 컨덕터의 지휘에 따라 흘러간다. 컨덕터가 관객들에게 말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연주자 간의 대화도 많은 편이다. 이로 인해 뮤지컬이지만 연극의 느낌도 강하게 든다. 황정민은 이러한 컨덕터를 편안한 듯 능청스러운 연기력으로 물 흐르듯이 극을 이끌고 간다. 또한 무대 중간 중간의 배우들의 유쾌한 대화로 인해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끊이지를 않는다.
1막이 유쾌하면서도 개개인의 갈등이 드러나 다소 정신없게 흘러갔다면 2막은 갈등이 해소된다. 13명이라는 인물이 등장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퍼커션 연주자이다. 하루만 대타 알바로 오케스트라에 들어온 풋내기다. 그는 오케스트라에 대한 꿈과 열정을 가졌지만 본인이 꿈꿨던 상상과는 다른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모습에 실망이 가득하다.
퍼커션은 처음 갖고 있던 오케피에 대한 환상, 오케피의 현실에 대한 실망 그리고 극이 진행되면서 이들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갖고 있다. 그가 오케피에 대한 생각의 변화는 뮤지컬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오케피를 이해하는 과정과 닮아있다.
퍼커션이 관객과 비슷한 느낌을 대했지만 13명의 인물이 우리의 일상에서 한번쯤 본 누군가를 닮았다. 착하지만 존재감이 없는, 구성원에 속해있지만 방관 하는, 가정을 위해 돈을 벌려고 하는 각기 다른 인물들이 익숙하고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은 황정민이 5년 동안의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의 준비 과정을 거쳐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전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들을 효과적으로 전하지는 못했지만 오케피, 그리고 사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가슴따뜻하고 유쾌한 작품이다. ‘오케피’는 내달 28일까지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박혜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샘 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