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지 말아요’ 뻔한 듯 뻔하지 않은 사랑이야기 [영화 VIEW]
입력 2016. 01.11. 08:30:38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이윤정 감독, 더블유팩토리 제작)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에 대해 다룬 로맨스 영화다. 하지만 남녀 간의 사랑 속에 또 다른 깊은 이야기를 숨겨두고 있다. 바로 기억에 대한 것이다. ‘멜로킹’ 정우성과 ‘멜로퀸’ 김하늘의 만남 자체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지만 이들의 비주얼과 로맨스만으로 영화를 끌고 가지는 않는다.

석원(정우성)은 교통사고를 당한 후 최근 10년 간의 기억을 모두 잃는다. 기억을 잃은 석원은 진영(김하늘)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약속하게 된다. 하지만 진영에게 이상한 것이 있다. 처음 보는 석원을 보고 눈물을 흘렸기 때문. 여기서 관객들은 진영의 정체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된다.

진영과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석원은 기억을 찾게 된 후 그 기억으로 인해 힘들어한다. 그리고 그 기억을 본인을 보호하기 위해 또 다시 지워버리고 싶어한다. 석원이 기억하지 못하는,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10년 안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지냈던 행복했던 추억도 있다. 하지만 석원은 힘들었던 기억을 잊고 싶어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기억까지 잊게 된다.

영화는 이런 석원을 통해 기억이란, 과거란, 추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이처럼 사랑과 동시에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에 비해 다소 장면이 많게 느껴지기도 한다. 석원의 마지막 기억 속에 나오는 또 다른 여자 보영(임주은)은 극 초반 무언가 큰 역할이 있을 것처럼 미스터리한 인물로 설정됐다. 보영은 석원의 기억 속에서 석원의 손을 끌고 어디론가 향한다. 여기서 석원, 진영, 보영 세 사람은 어떤 관계인지 관객들로 하여금 추리하게 만들었지만 그리 큰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또 변호사 석원의 의뢰인인 김여사(장영남)의 역할 또한 아쉬움을 남긴다. 김여사 역시 초반 큰 반전을 줄 것 같은 미스터리한 인물처럼 그려지지만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했을 뿐,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석원과 진영의 이야기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노트북’ 등이 생각나게 하는 기억을 잃은 사람의 사랑이라는 진부한 소재지만 ‘나를 잊지 말아요’는 여기에 미스터리한 전개와 비밀스러운 분위기, 반전 등으로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올겨울 색다른 멜로를 보고 싶다면 극장을 찾아볼 법 하다. 지난 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6분.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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