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일리스트 김영미, 배우라는 타이틀에 무게를 더하는 스타메이커 [인터뷰]
- 입력 2016. 01.25. 08:46:55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연기를 선택하는 이들에게 배우라는 타이틀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무수히 많은 이들의 조력이 더해져야 한 명의 배우가 대중 앞에 서게 된다.
스타일리스트 김영미
배우가 오로지 연기 하나만으로 대중과 ‘통’할 수 있다면 연기자들에게 수십 년의 무명생활이 필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연기자가 배우로 대중 앞에 서기 위해서는 대중과 소통하고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미지를 갖는 것이 절대적이다.
스타일리스트 김영미는 자신의 일을 “배우를 꾸며주는 게 아니라,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이미지메이킹’으로 간단명료하게 정의한다.
MBC ‘환상의 커플’(2006년, 연출 김상호) 안나 조 역의 한예슬, SBS ‘내 남자의 여자’(2007년, 연출 정을영, 극본 김수현) 이화영 역의 김희애, MBC ‘커피프린스 1호점’(2007년, 연출 이윤정) 한유주 역의 채정안. 이 드라마들은 시청률과 화제성 측면의 성공뿐 아니라 여주인공의 스타일이 당시 패션가의 흐름을 뒤흔들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다.
한예슬은 ‘환상의 커플’ 이후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는 부끄럽지 않게 됐으며, 고양이상 대표 배우로서 모든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로 입지를 굳혔다. 이뿐 아니라 매력적인 유부녀 역할을 도맡아 온 유호정은 SBS ‘풍문으로 들었소’(2015년, 연출 안판석)에서 우아하면서도 트렌디한 감성이 살아있는 재벌가 사모님 최연희로 이전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이들 배우들을 대중의 워너비 스타로 만든 이 드라마 속 캐릭터들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김영미를 통해 완성된 이미지다.
◆ 스타메이커 키워드 1. 퍼펙트 피트
이처럼 대중들의 흥미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김영미는 스타일리스트의 출발에 대해 의외의 단순 논리를 제시했다.
그녀는 “남자 배우는 멋있어야 하고, 여자들은 예뻐야 한다”고 명쾌하게 말했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배우가 무작정 멋있거나 예쁘기만 하다면 대중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며 ‘멋있다’ ‘예쁘다’라는 결과물에 뒤에 숨겨진 과정에 주목해야 함을 강조했다.
배우들이 모두 상위 0.1%의 외모를 가진 것은 아니다. 키는 커도 팔과 다리가 짧거나 지나치게 길 수 있고, 키는 작은 데 원숭이처럼 팔과 다리가 긴, 이런 저런 핸디캡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그녀가 중시하는 원칙은 “스타일은 피트”라는 진리다. 그녀는 완벽한 피트를 구현하기 위해 첫 작업에서 배우의 모든 신체조건을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팔, 다리, 등 폭, 총장 등을 일일이 재서 보드에 메모해놓고, 촬영 현장에 나가기 전에 배우 신체조건의 장단점을 고려해 미리 수선을 합니다. 배우가 옷을 입고 촬영 현장에 서있을 때 어떤 모습일지 미리 생각해보고 최선의 피트가 나올 수 있게 수정 작업을 거칩니다”라며 피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스타메이커 키워드 2. 디테일의 힘
피트가 스타일의 기본이라면 이미지메이킹의 성패를 가르는 변수는 디테일이다. 브랜드마다 콘셉트가 있듯이 스타일리스트 김영미의 가치는 유행의 최전선에 있는 요소를 재해석해 럭셔리한 타임리스 클래식 코드로 뒤바꾸는 능력이다.
그녀의 손으로 완성되는 럭셔리는 명품 아이템들의 짜깁기가 아닌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다. 그녀는 “컬러 스타일링부터 시작해 디테일들에 공을 들입니다”라며 이미지메이킹으로써 스타일링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에 대해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스타일은 대중과 공감대를 이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내 남자의 여자’ 김희애의 말발굽 목걸이는 시장에 무수히 많이 복제됐고, ‘커피프린스 1호점’ 채정안의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이 드라마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호정은 ‘커피프린스 1호점’ 채정안처럼 ‘풍문으로 들었소’ 최윤희 스타일로 상징화되며 럭셔리 아이콘으로 드라마 종영 이후 6개월을 넘긴 현재까지도 화제의 중심에 있다.
그녀는 자신이 2, 30대 패셔니스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빈티지 같은 트렌드를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그러나 타임리스 클래식이 시대가 흘러도 대중과 교감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핫’한 트렌드를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전체를 아우르는 이미지 안에 녹아 있는 각각의 디테일들은 각 시대를 대표하는 핫한 트렌드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생명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 스타메이커 키워드 3. 스타 스토리텔링
스타일리스트 김영미의 완성물은 고급스럽지만 각각 시대의 트렌드를 아우르면서도 몇 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타임리스 클래식으로 사랑받는다.
이런 결과를 가능하게 한 것은 피트를 완벽하게 잡고 디테일을 살려 배우를 멋있고 예쁘게 만든 것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결정적인 키워드가 하나 숨겨져 있다.
그녀는 배우의 개인 스타일리스트로서 이미지메이킹에는 외모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배우이자 동시에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어떤 존재로 각인되느냐를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김효진의 경우 유지태와 결혼한 이후 어떻게 이미지를 잡을지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배우의 아내이자 배우로서 김효진은 ‘핫’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배우 감독 제작자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유지태 아내로서 김효진은 배우이면서도 내조를 잘하는 여자라는 이미지를 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영국 왕세자비를 벤치마킹해 김효진의 스타일을 만들어나갔다고 설명했다.
배우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대중의 눈에 노출되는 배우의 스타일을 책임지는 스타일리스트는 그럴 듯한 옷을 입히는 데 그치지 않고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각인 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갈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함을 김영미 실장은 그의 이력에서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