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주’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웠던 청춘 [시네프리뷰]
- 입력 2016. 02.02. 12:58:22
- [시크뉴스 박혜란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영화 ‘동주’(이준익 감독)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동주’ 속 두 청춘은 닮은 듯 다른 삶을 살아갔다. 한 청년은 시라는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그리고 다른 청년은 과정은 아름다웠지만 결과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과정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동주’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어둠의 시대 속에서도 시인의 꿈을 품고 살다 간 윤동주(강하늘)의 청년 시절을 정직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윤동주뿐만 아니라 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립운동가 송몽규(박정민)의 이야기도 함께 다뤄진다.
윤동주와 송몽규는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사촌지간이다. 시인을 꿈꾸는 청년 윤동주에게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청년 송몽규는 가장 가까운 벗이면서도, 넘기 힘든 산처럼 느껴진다. 두 사람은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혼란스러운 나라를 떠나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일본으로 건너간 뒤 송몽규는 더욱 독립 운동에 매진하게 되고, 절망적인 순간에도 시를 쓰며 시대의 비극을 아파하던 윤동주와의 갈등은 점점 깊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그대로 다룬다. 위대해 보이기만 하는 우리가 알던 시인 윤동주는 영화 속에서는 늘 자신보다 한 발작 앞서는 송몽규로 인해 질투, 시기를 갖고 있는 인간 윤동주의 모습 그대로 그려진다. 특히, 윤동주와 송몽규가 대비되는 삶을 조명하면서 윤동주가 왜 고뇌했는지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윤동주의 흑백 사진에서 모티브를 갖고 출발한 것처럼 이 영화는 전부 흑백으로 상영된다. 흑백으로 인해 배우들의 미묘한 표정 변화 까지도 세세하게 느껴진다. 또한 호흡, 걸음걸이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까지 섬세하게 다뤄져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며 온전히 영화에 집중할 수 있다. 더불어 흑백 영상으로 인해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동주와 몽규의 삶에 자신의 상상을 더한 색을 입힐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스토리 보다는 연기에 자연스럽게 집중이 되다보니 극을 이끌어 가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무엇보다 눈에 띄었다. 강하늘은 윤동주의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 감정들은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표현해냈다. 분량의 절반 가까이 되는 일본어 대사도 능숙하게 해냈다.
반면 동주에 비해 독립운동이나 모든 면에서 능동적인 송몽규는 박정민을 통해 강인함이 잘 드러났다. 특히 박정민은 북간도 사투리를 모자람 없이 소화해냈다. 그의 생생함이 느껴지는 연기력은 관객으로 하여금 송몽규가 곁에 있게끔 느껴지게 만든다. 영화 속 송몽규는 동주의 미묘한 기분 변화를 파악하는 세심한 면을 갖고 있다. 박정민은 이런 송몽규를 기존에 갖고 있던 강직함 속에서 튀지 않으며 유연하게 잘 그려냈다.
두 사람이 그리는 윤동주와 송몽규의 청춘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영화는 깊은 물속에 들어와 있는 듯 때때로 물결이 일지만 대체로 잔잔하다. 그래서 그 당시의 안타까운 청춘들이 더 슬프게 느껴진다.
윤동주라는 시인의 삶을 다룬다는 이유만으로도 개봉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가슴 한편을 아프게 하는 인물은 송몽규다. 가장 찬란하고 빛나야했던 청춘의 시기, 독립운동에 대해 전면으로 나섰으나 결과가 없어 후대에 기억되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일제시대를 겪었다. 결과를 남긴 윤동주냐, 과정만 있는 송몽규냐 누구의 우열을 따지는 것은 아니다. 정답은 없다. 송몽규는 당시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전면전에 나섰다. 윤동주는 시를 써서 남겼고 후대는 그의 시를 읽으며 그 당시의 참혹한 상황, 아픔에 대해 기억하게 했다.
우리가 이 영화를 보면서 기억해야 할 것은 결과는 없지만 시도했던 과정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할 이름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0분. 오는 18일 개봉.
[박혜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동주’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