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시대를 관통하는 흑백영화의 정서적 공감대 [영화의상 STORY]
입력 2016. 02.11. 15:29:06

영화 '동주'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시인 윤동주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 ‘동주’는 서정성 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대중의 예측을 빗나가는 힘이 느껴진다.

이 영화는 시인 윤동주가 아닌 청년 윤동주의 시선을 따라가는 곳 마다 자리 잡은 혁명가 송몽규가 대중의 뇌리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애국이니 혁명이니 하는 거창한 메시지를 굳이 내세우지 않았음에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윤동주의 고민과 아픔, 역사 속에 사라져버린 송몽규의 이념이 마른 땅에 쏟아지는 비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경험을 하게 한다.

흑백톤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가슴시리도록 아름다운 두 청년 삶의 궤적에 대한 깊이 있는 공감을 끌어낸다. 이준익 감독은 제작비를 이유로 흑백영화를 선택했다고 했지만, 이 같은 발언이 치밀하게 의도된 흑백이었다면 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관객의 자발적 순수성이 훼손되지 않았을까하는 의구심을 일게 한다.

#1. 빛으로 완성된 생명력 ‘흑백영화의 마력’  

영화의상을 맡은 최미연 실장은 “흑백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절감하게 한 작업이었다”며 흑백영화 ‘동주’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

촬영 전 실내에서 카메라에 원단을 대보는 테스트를 거쳤지만, 실외는 촬영은 물론 실내에서 진행되는 촬영에서조차 예상치 않은 변수들이 도출됐다는 것. “흑백은 빛에 따라 달라지는 톤을 잡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빛하고 연관성이 많아 광택이나 배우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모두 영향을 받았습니다”라며 흑백이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것 아님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준익 감독은 단지 ‘흑백이라서 이렇게 보이지 않을까’하는 의견 개진 정도에 그쳐 실무자가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방식이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했다고 언급했다.

#2. 교복에 담긴 함의 ‘시인 윤동주 vs 혁명가 송몽규’

이처럼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 흑백톤 속에 강하늘과 박정민을 윤동주와 송몽규로 살 수 있게끔 한데는 철저한 고증을 거쳐 완성된 의상의 힘이 컸음을 부정할 수 없다.

최 실장은 “100% 시대고증을 거친다는 생각을 시작했지만, 자료가 부족해 시대적인 포인트만 잡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의상들은 비슷한 시대나 인물을 다룬 이전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정확하게 표현된 섬세한 표현들이 숨겨있다.

최 실장은 윤동주 교복의 ‘L’은 당시 대학 단과대 마크이고, 윤동주의 각 모자에 달린 엠블럼은 당시 그가 다닌 연희전문학교의 ‘연전’을 의미하는 것임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윤동주는 교복 단추에 세긴 양각의 방향을 똑 바로 맞춰 채우고 무릎 나온 바지를 못 참는 성격이었다는 윤동주 평전 내용을 그대로 영화에 재현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윤동주 역의 강하늘은 극 중에서 단추도 하나하나 꼭 채워 입어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송몽규 역의 박정민은 교복 단추를 다 풀어 헤치는 등 격식을 거부하는 성향을 그대로 드러냈다.

#3. 일본 죄수복 속 숨겨진 비밀

최 실장은 영화의 현실성을 살리기 위해 대학 도서관을 찾아다니면서 부족한 자료를 찾고 당시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등 ‘고증’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윤동주의 일본 감옥 생활에서 죄수복에서는 여기서 자유로워져야 했다고 토로했다.

윤동주의 죄수복은 한눈에도 일본 옷임을 알 수 있도록 실루엣은 살렸지만, 디테일은 재해석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윤동주에게 일본 옷을 입혔을 때 거부감이 일 수 있다고 생각해 살짝 중화했습니다. 유도복처럼 허리에 끈을 매는 것이 아닌 단추를 다는 걸로 바꿨습니다”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재해석에 확신을 갖지 못했지만, 이준익 감독의 ‘관객이 봤을 때 부담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한마디가 고증에 대한 강박을 떨쳐버리게 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대중들은 항일감정이나 애국심 자극 코드에 식상해있다. 이를 두고 요즘 젊은이들의 ‘의식 결여’를 우려하기도 하지만, 이는 의식의 ‘결여’가 아닌 차이를 부정하는 ‘무조건적인 동참’에 대한 거부감이다.

이 영화는 유사한 코드의 영화와 달리 무조건적인 의식 강요가 아닌 갈등과 대립 속에서 성장하는 청년의식을 심어주고 이를 거부감 없이 그려내고 있어 매력적이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동주’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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