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레스메이커’ 발렌시아가·디올 황금기 ‘50년대 오뜨꾸뛰르’ 읊다 [영화 STYLE]
- 입력 2016. 02.12. 08:37:02
- [매경닷컴 시크뉴스 임소연 기자] 조셀린 무어하우스 감독이 로잘리 햄의 원작 소설을 재구성한 영화 ‘드레스메이커(The Dressmaker)’가 11일 개봉했다.
영화는 25년 전 살인사건 범인으로 억울하게 고향에서 쫓겨났던 틸리 역의 육감적인 여배우 케이트 윈슬렛이 크리스챤 디올, 발렌시아가의 인정을 받은 실력파 패션 디자이너로 돌아와 화려한 복수극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서부극과 잔혹한 전개의 조합이 한국인 정서에는 다소 맞지 않을 수 있지만 50년대를 풍미했던 오뜨꾸뛰르 황금기를 고스란히 재현했다는 점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틸리의 옷차림은 화려함의 연속이다. 풍만한 가슴을 부각시키고 허리를 잘록하게 잡아 보디라인을 우아하게 연출한 갖가지 드레스가 스크린을 촘촘하게 채운다.
특히 풋볼 경기 장면에서 틸리가 입은 새빨간 실크 드레스와 뷔스티에 블랙 드레스는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소재로 다뤄진다.
또 그녀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여성복을 좋아하는 다소 변태적 취향을 가진 패럿 역의 휴고 위빙은 복수를 위해 귀환한 틸리를 보자마자 “이 드레스 디올이니?”라는 감탄사와 함께 “가죽 캐리어는 습한 곳에서 망가질 수 있어”라며, 그녀의 가방을 옮겨주는 장면도 주목할 부분이다.
틸리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거나 반가움을 표하는 대신 드레스와 가방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 흐름에서 패션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할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영화 의상을 맡은 마리온 보이스와 마고 윌슨은 50년대 오뜨꾸뛰르 의상을 표현하기 위해 막대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책을 수집하고 소재를 연구한 것은 물론 각 캐릭터에 맞는 의상을 위해 총 350벌의 의상을 제작했다고.
풋볼 경기 장면에서 틸리가 입은 강렬한 레드 드레스의 경우 이들이 20년 전 밀라노에서 구매한 뒤 고이 간직했던 고급 실크를 사용해 가장 특별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마리온 보이스와 마고 윌슨은 “틸리의 의상에 패션 디자이너의 자부심과 우아한 자태가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게 공을 들였다”라며, “몸매를 살리는 단순한 디자인에 레드, 블랙 등 강렬한 색을 입혀 눈에 띄도록 했다. 50년대 오뜨꾸뛰르 룩에 걸맞는 틸리 역 케이트 윈슬렛의 몸매는 의상을 더욱 빛나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다크 레드, 머스터드 옐로우, 에메랄드 그린 등 강렬한 색감과 우아한 실루엣이 합을 이룬 드레스는 물론 팔에 꼭 맞는 롱글로브, 미니 클러치, 비딩, 흩날리는 수술 장식이 촘촘하게 박힌 헤어피스가 만난 50년대 반짝이는 의상들이 스크린을 잔뜩 채웠다.
이는 영화 중간 중간 잔혹극으로 여겨질 작위적인 요소가 가미됐음에도 관객들이 영화에 매혹될 충분한 이유가 될 터다.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영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