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박정민 “송몽규, 그 이름에 아직도 먹먹한 감정 올라와” [인터뷰]
입력 2016. 02.16. 11:14:07
[시크뉴스 박혜란 기자]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던,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던 독립운동가 송몽규가 배우 박정민에 의해서 처음으로 그려졌다. 대중에게 송몽규를 자신의 외양으로 첫 선을 보이는 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은 고스란히 박정민의 몫이었다. 그래서 박정민은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12일 박정민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동주’(이준익 감독, 루스이소니도스 제작)와 관련해 시크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동주’는 일제강점기 시대 평생을 함께 한 친구이자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윤동주와 송몽규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그는 시인 윤동주보다 석 달 먼저 태어난 고종사촌이자 29세의 나이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한 독립운동가 송몽규를 연기했다. 윤동주라는 전체적인 큰 틀 갖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송몽규를 빼놓고 윤동주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송몽규는 12살에 마을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한 비범함은 물론 대범하고 적극적인 인물이다. 또한 그는 18살에 ‘술가락’이라는 콩트로 신춘문예에 당선돼 윤동주에게 질투와 시기를 준 인물이기도 하다.

박정민이 이름조차 낯설었던 송몽규를 시나리오에서 처음 만났을 때 들었던 느낌은 “멋있다”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캐스팅이 된 후 그는 송몽규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그와 점차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송몽규에 대해서 이 분이 살았던 시대, 공부한 사상, 그 분이 하시는 대사들의 역사적 배경을 공부할수록 ‘멋있다’가 아니라 ‘판타지 같은 사람’으로 다가왔다. 점점 멀어졌다. 다가갈수록 하는데 점점 멀어지는 사람이었다. 허구적인 인물 같이 멋있는 사람이니까. 공부하면 할수록 멋있었다.”



증언들은 있지만 정확하게 송몽규가 무엇을 했는지는 기록조차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그런 송몽규를 위해 박정민은 끊임없이 고민했고 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선택은 했고, 행동은 했다는 전제 하에 송몽규의 대사들이 대본에 적혀 있었다. 대본에 적힌 송몽규의 사상이나 이념에 대해 허투루 넘어갈 법도 했지만 박정민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흉내는 낼 수 있다. 몰라도 대사는 할 수 있다. 대사의 배경을 알아야 내 말로 나온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송몽규 선생님의 말씀을 내 입으로 전달하는 거지만 그 분의 대한 기록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면 선택들의 배경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 그 분이 하셨던 행동 말들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역사 공부를 부득이하게 많이 하게 됐고 책들을 많이 보면서 그 부분이 공부하셨던 사상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왜 빠지셨고 왜 빠져나오셨고 이런 것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됐다.”

평전은 물론 역사, 그리고 송몽규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꼭 가지고 가고 싶었던 인물의 표현은 북간도 사투리였다. 박정민은 “제가 기억하기로 사투리를, 계속 북간도 말을 썼다는 그런 글귀를 본적이 있어서. 그건 쉽게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걸로써 얻을 수 있는 이 분의 기개나 그런 것도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치열하게 공부했고 고민했지만 부담감은 온전하게 남아 있었다. 박정민은 사비로 북간도에 위치한 송몽규의 묘소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가 그곳에서 느낀 것은 처음 찾아가려 했던 이유와 전혀 다른 감정이었다. 그는 “도와달라고 잘하고 싶어서 갔는데 그 묘소 앞에 서니 연기하나 잘해보겠다고 간 게 그런 불순한 의도로 찾아간 게 제가 느끼기에 건방졌고 반성했다. 제가 잘해서 도움이 되면 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라고 약속을 드리고 온 거다”라고 말했다.

나무랄 데 없이 송몽규를 소화해냈고 이토록 열심히 그 인물에 대해 연구했다. 이준익 감독 역시 ‘송몽규 그 자체’라는 칭찬을 했지만 박정민은 송몽규에게 “죄송하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그는 언론 시사회에서 영화를 관람한 직후 “더 잘 소개해드릴 수 있었는데”라는 마음에서 눈물을 흘렸다.



송몽규는 결과는 없지만 과정은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박정민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과정에 대해 물었더니 “‘동주’”라고 답했다. 특히 이 영화는 그가 배우 생활을 그만둬야하는가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마주한 작품이었다. 그는 “제가 이렇게 연기를 재밌어하는 구나를 다시 알게 됐다.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일인데 내가 다시 한 번 또 해볼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했었다”라고 말했다.

연기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했으며 재미를 느낀 만큼 작품은 물론 송몽규라는 인물의 의미도 그에게 남다르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그에게 ‘송몽규는 어떤 의미냐고 묻자’ 한참을 생각하더니 “글쎄요. 그 분의 의견을 모르니 함부로 말씀할 수 없다. 감사한 분이다. 감사하고 죄송스럽고 그 분의 이름을 저도 30년 가까운 시간동안 몰랐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라고 조심스럽게 속내를 비췄다.

이어 그는 “그분은 저를 변화시킨 분이다. 제 고민의 경계를 넓혀주셨다. 항상 혼자서 개인에게 질문하고 개인에 답하고 개인에 대해서 고민하고 개인한테서 이거를 찾았던 사람이다”라며 “이 고민을 제가 조금 한 발짝 떨어져서 경계를 넓혀서, 주변을 조금 살펴볼 수 있게 만들어주고 불합리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들어준다. 그 분이 가진 어떤 신념들, 결과물로서 나타나지 못했던 것들이 저에게 영향을 많이 줬다”라고 답했다.

박정민이 배우로서 꾸준하게 가지고 가고 싶은 것은 ‘연기’였다. 그는 “그냥, 많은 사람들이 ‘저 배우 연기 잘해’ 이 업계 있는 분들이 특히 ‘제 연기 잘한다더라’ 그렇게 하는 거. 모든 대부분의 업종에 계시는 분들이 연기 잘한다고 하는 거 어렵다. 저는 그러고 싶다. 온갖 수식을 다 가져다 붙여봤는데 부족하고 아닌 거 같고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앞으로의 목표를 드러냈다.

박정민은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기대치 또한 높았다. 그는 ‘연기를 어느 정도했을 때 잘했냐는 소리가 나올 것 같냐’고 묻자 “평생 못 나올 것 같다. 연기에 만족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됐어 훌륭했어’ 이러면은 안 되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일 년 째 그의 휴대 전화 배경은 송몽규의 사진이었다. 하루에 가장 많이 보는 사진이기도 하다. 한 동안은 바뀌지 않을 예정이다. 그리고 그는 영화 DVD가 발매되면 다시 한 번 송몽규의 묘를 찾을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송몽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죄송합니다. 존경합니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하고 싶은 말을 편지를 적었다. 그게 저의 마음입니다. 아직도 그 이름을 새겨보면 먹먹한 감정이 올라온다.”

[박혜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