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이준익 감독 “윤동주가 살던 순간 마주하면 죄스럽고 부끄러워” [인터뷰]
입력 2016. 02.17. 12:10:37
[시크뉴스 박혜란 기자] 16일은 윤동주 시인이 29살의 나이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눈을 감은지 71주기가 되는 날이다. 또한 윤동주 시인의 삶을 최초로 영화화한 영화 ‘동주’(이준익 감독)가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날이기도 하다. 윤동주라는 시인을 담는 만큼 이준익 감독이 영화를 만들어온 과정은 많은 고민이 담겨 있었다.

12일 이준익 감독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동주’(이준익 감독, 루스이소니도스 제작)와 관련해 시크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동주’는 일제강점기 시대 평생을 함께 한 친구이자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윤동주(강하늘)와 송몽규(박정민)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윤동주의 삶을 첫 영상화 하는 만큼 고민이 많았다. 이 감독은 영화를 처음 만들게 된 계기는 “4년 전쯤 일본 영화제에 갔다. 윤동주의 기념비가 있다는 얘기를 알고 교토의 도시샤 대학에 가봐야겠다 싶었다. 기념비를 보러 갔다. 일본인이 죽인 사람인데 일본 학교에 비석이 있어서 이상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렇게 이 감독은 신연식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써달라고 부탁을 했다. 윤동주라는 시인을 영화화하는 만큼 화려할 법도 했지만 이 영화는 5억 원이라는 저예산과 흑백영화 19회 차로 촬영 됐다.

윤동주는 이 영화에서 석 달 먼저 태어난 고종사촌 송몽규와의 삶을 통해 윤동주의 인간적인 면이 드러난다. 18살에 신춘문예에 당선된 송몽규를 보며 윤동주가 질투를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윤동주가 인간적인 면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자칫 관객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그리는 것에 대해 이 감독은 “위인으로 교과서에서 처음 만난다. 표상이라는 것은 가공된 이미지가 많이 포장되어있다고 생각한다. 29살, 윤동주가 죽을 때가 그 나이다. 그 시를 훨씬 어린 나이에 썼다. 스물 네, 다섯 살 남자들의 어설픈 삶의 어떤 여러 가지들이 누적되는 과정에서 질투심, 시기심이 뒤섞여서 나온 시가 아닐까라고 싶다”라며 “열등감은 그 사람의 성장 동력의 원천이다. 모든 인간은 열등감의 반작용으로 에너지를 뽑는다”라고 전했다.

“(관객들이) 열등감에 거부감 있어도 할 수 없다. 나는 그것의 진실이라고 본다. 진실의 힘만큼, 믿을게 뭐가 있느냐. 마치 위대한 인물을 그리듯이, 위인전 하듯이 하면 사람이 아니라 플라스틱 같을 것 같다.”

저예산, 19회차 라는 다소 열악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준익 감독에게 현장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이 감독은 “너무 즐거웠다. 뭔가 모자란 것을 협동심으로 채우는 즐거움은 엄청난 행복을 주더라. 넘치고 남으면 서로 상대방의 부족함을 메꿀 일이 없다”라며 “서로 막 빈자리 메꾸느라 정신없이 했다. 즐거움과 쾌감은 협동심의 즐거움이라는 것. 부족한 만큼 더 즐거움이 채워질 자리가 많았으니 즐거움이 두 배가 됐다”라고 말했다.



송몽규는 윤동주를 그리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대중들에게 첫 영상화 되는 만큼, 그렇기에 캐스팅 또한 가장 중요했다. 그는 “송몽규의 캐스팅이 제일 중요했다. 모르는 인물이다. 근데 아는 배우가 들어오면 안 됐다. 물론 저예산에서 알려져 있는 배우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으면 안됐다. 저예산에서는 이미 연기가 검증된 배우다. 오래전부터, 이런 행운이 어디 있냐. 이런 송몽규라는 이름 없는 역할에 딱 싱크로율이 백퍼센트다. 이제 송몽규를 생각하면 박정민 말고는 할 수가 없다”라고 얘기했다.

강하늘과 박정민은 각각 윤동주와 송몽규라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두 사람이 그린 인물들을 본 이 감독은 “깜짝 놀랐다. 본 사람들은 느낄 것이다. 내가 스물여섯, 스물아홉에 내가 그 나이 때는 그렇게 철저히 준비하고 노력하고 무언가를 그렇게 까지 열심히 했었나. 부끄러워했다. 두 사람이 현장에서 연기하는 것을 보면 볼 수가 없었다. 내가 부끄러워했다. 왜 이렇게 잘 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의 최근 작품들 ‘소원’(2013) ‘사도’(2014) 그리고 동주까지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전에는 개인은 그냥 일개 개인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에 머물렀었는데 지금 보니까, 한 개인은 한 세계다. 정현종의 ‘방문객’이라는 시가 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는 것을 알게 된 게 그 시 때문이다. 마을의 동네에 노인 한 분이 없어지면 도서관이 하나 없어진다는 말처럼 개인이 하나의 세계다. 개인에 집중한 다는 것은 단순한 개인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윤동주를 흑백 영화로 찍고 그 세계로 끌려들어가는 느낌 안에서 호흡하고 윤동주가 마주했던 계란으로 바위 치던 순간에 마주하면 죄스럽고 미안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그 분이 그렇게 시를 절절하게 써내던 시대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지금 가해자들에 대해서 어떤 지적을 하고 있을까 어떤 추궁을 하고 있는가 싶다.”

[박혜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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