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 그래픽 거장의 모임 AGI,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 ‘사람을 위한 디자인’
- 입력 2016. 02.22. 09:34:28
- [시크뉴스 이상지 기자] 세계적인 그래픽 거장의 모임 AGI가 함께 하는 포럼 ‘DDP Forum Vol.3 + AGI’이 지난 19일 DDP에서 개최됐다.
AGI는 1951년 창립, 6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높은 권위의 그래픽 디자인 단체로 AGI에 속한 디자이너들은 그래픽 디자인 계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는 인물들이다. ‘아이러브뉴욕(I LOVE NY)’ 캠페인 심볼을 만든 밀튼 글레이저, ‘IBM 로고’를 만든 폴 랜드, 일본 ‘무인양품(MUJI)’의 아트 디렉터인 하라 켄야, ‘안상수체’를 만든 타이포그래퍼 안상수 등이다.
AGI 디자이너들은 각각 디자인의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목표는 한 가지다. 바로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다. 이와 같은 디자인 철학으로 뭉친 집단이었기에 이들이 해왔던 작업은 현대사회에서 괄목할만한 변화를 가져왔고 디자인의 역사에 기록됐다.
특히 이번 DDP 포럼을 통해서는 AGI 회장인 네덜란드의 니키 고니센을 비롯해 일본의 사토 타쿠, 아일랜드의 데이비드 스미스, 미국의 에릭 브란트, 오스트리아의 엘리자베스 코프 등 5명이 연단에 올라 강연을 펼쳤다. 5명의 연사가 자신의 작품과 그들의 철학에 대해 발표했으며 연설 후에는 청중과의 질의 응답을 통해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 데이비드 스미스, 교육자의 시각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스미스가 프로그램 디렉터와 타이포그래피 전공 교수로 재직한 Dun Laoghaire Institute of Art, Design and Technology는 잡지가 선정한 유럽 100대 디자인 학교로 뽑힌 바 있다. 2007년 아일랜드 대학생을 위해 ‘three x 3’라는 디자인 인턴쉽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2012년 100Archive를 설립해 아일랜드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와 연구 사례를 모으는 등 아일랜드 그래픽 디자인 계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데이비드 스미스는 “저는 주 1회 주말에 디자인을 하고 주 중에는 교수를 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경험을 통해 저의 디자인 철학이 탄생됐습니다. 반은 교육자, 반은 디자이너입니다”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 엘리자베스 코프, 설치미술과 그래픽 아트의 접목
엘리자베스 코프(Elisabeth Kopf)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1999년 그래픽 스튜디오 Baustelle를 설립해 예술가, 과학자부터 일반 시민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녀의 작업, ‘pleasure puff: Air cigarette’는 지난 2004년 중국 심천에서 열린 국제잉크페인팅비엔날레에 초대됐으며 Sappi, Ideas that matter award를 수상했다. 흡연자가 니코틴 같은 중독성 물질을 접하지 않고도 습관적으로 담배를 입에 대는 행위를 충족시키는 금연자를 위한 소셜 디자인 프로젝트다.
엘리자베스 코프는 작품에 대해 “2000년도 담배 피는 것이 금지되는 분위기에서 담배를 피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서 피게 된 것이 ‘에어 시가렛’이다. 포스터를 자르면 한 갑의 담배가 탄생된다. 또한 잡지에 붙인 담배들이 하나의 설치미술이 되기도 하면서 또 다른 단일 작품으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 에릭 브란드, 다문화적 소통의 영감
에릭 브란드(Erik Brandt)는 현재 미국 미니애폴리스의 MCAD (Minneapolia College of Art and Design)에서 그래픽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인 그래픽 디자이너다. 미국의 윌리암&메리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한 그는 1994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친구들을 위한 짧은 만화를 그리기 시작해 에디터 겸 작가로 활동하며 인쇄 매체를 중심으로 커리어를 쌓아왔다. 현재 디자인 블로그인 geotypografika와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 typografika를 운영 중이다. 2012년부터 AGI 멤버로 활동을 시작한 브란트의 디자인 철학은 유럽, 이집트, 미국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받은 교육을 바탕으로 쌓은 다문화적인 비주얼 소통(inter-cultural visual communication)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에릭 브란드는 “어머니는 미국계, 아버지는 독일인입니다. 어릴 땐 섹스피스톨즈가 되고 싶었습니다. 특히 시인 아내에게 영감 받은 ‘피피’라는 작품은 시인과 타이포그래피의 협업을 잘 보여줍니다”라며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 세계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 사토 타쿠, 디자이너의 섬세한 눈
사토 타쿠(Satoh Taku)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1979년 도쿄예술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일본의 유명 광고 기획사 덴츠에서 근무하다 자신의 스튜디오를 설립해 브랜딩, 아이덴티티, 편집, 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발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이세이 미야케의 ‘Pleats Please Issey Miyake’, 가나자와 21세기 현대미술관, 도쿄 과학 박물관의 로고와 아이덴티티 작업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는 또한 도쿄 미드타운의 디자인 박물관인 21_21 Design Sight의 디렉터로서 2007년 ‘물’, 2013년 ‘디자인 아!(Design Ah!’를, 2014년에는 인류학자 신이치 타케무라와 함께 ‘콤: 쌀의 시대’를 기획했다.
사토 타쿠는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현대사회에서 디자인과 관련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건물, 노트북, 헤어, 의상 등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정치와 기업 조직까지도 모두 디자인된 것이다. 디자인 해부학 전시는 ‘우리가 이 두 가지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가’를 알려준다. 디자인은 색, 형태에 대한 가시적인 것을 표현하는 행위를 넘어 구조나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모두 포함된다. 물론 결과물이 시각적으로 아름다워야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디자인에 대한 개념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디자인 스킬을 획득하고 나면 호기심을 가지고 발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항상 생각해야한다”고 디자인 철학을 밝혔다.
◆ 니키 고니센, 사회적 책임감과 디자인
니키 고니센(Nikki Gonnissen)은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네덜란드의 디자이너이자 교육자 다. 현재 AGI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Thonik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와 아이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3년 고니센이 토마스 비더쇼벤(Thomas Widdershoven)과 공동으로 설립한 Thonik은 썩은 토마토가 날아가는 형상으로 저항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네덜란드 사회당인 SP(Socialist Party)의 아이덴티티를 토마토 스프를 나누어 주는 따듯한 이미지로 변모시켜 디자인의 사회정치적 역할에 대한 이슈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니키 고니센은 “토닉은 문화와 사회를 연결한다. 세계에 사회적인 가치를 더하려고 한다. ‘NUSP’는 사회당에 관한 내용이다. 정치인 살인사건이 일어났울 당시 디자이너로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토마토를 던지는 것을 모티브로 로고를 만들게 됐다”고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감을 언급했다.
[이상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서울디자인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