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멤버’ 남궁민 “웃기만 해도 무섭다고요? 원래 성격은 조용해요” [인터뷰]
- 입력 2016. 02.23. 17:31:47
- [시크뉴스 김지연 기자] 작품이 끝난 후에도 역할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며 후유증을 토로하는 배우들이 많다. 그러나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역대급 악역 연기를 펼친 남궁민은 “그 어떤 작품보다 빨리 빠져나왔다”며 홀가분해 했다. 그가 연기한 남규만은 그만큼 악랄하면서도 독특한 캐릭터였다.
남궁민은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소속사 935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윤현호 극본, 이창민 연출, 이하 ‘리멤버’)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남궁민은 지난 18일 종영된 ‘리멤버’에서 분노조절 장애를 앓는 재벌2세 남규만 역을 맡아 역대급이라 할 만큼 인상적인 악역 연기를 펼쳤다. 남규만은 모든 것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야만 하고, 자신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을 폭행하거나 심지어는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3’ ‘내 마음이 들리니’ 등에서 로맨틱가이와 같은 인물을 주로 연기했던 그가 시도 때도 없이 분노에 차 물건을 부수고 사람을 때리는 인물을 연기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자 시청자들의 시선은 주인공인 서진우(유승호)보다 그에게 더 이끌렸다. 남궁민은 “초반에는 누구를 때리거나 자동차를 부수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는데 화를 계속 내다보니까 그렇게 해도 안 풀리고, 작은 일에도 화가 나더라”라며 “계속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말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끝나니까 쉽게 잘 빠져나온 것 같아 마음이 가볍다”고 밝혔다.
남규만은 사형을 선고 받은 후 결국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어마어마한 악행을 저지르고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반성조차 하지 않는 인물이지만 의외로 시청자들은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그에게 연민을 느꼈다. 이에 대해 남궁민은 “남규만은 미친 놈, 돌아이다. 악질 중의 악질이고 일반적으로 봤을 때 용서가 안 되는 인물”이라면서 “악역인데도 시청자들이 호감으로 봐주셔서 연민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는데도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리멤버’는 일반적인 권선징악 구조와 달리 악의 축 남규만이 끝까지 반성하지 않고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결말이었지만 남궁민은 만족스러웠다고.
“남규만에게 당한 사람들이 한 명 씩 뺨이라도 때렸으면 시원했겠죠? 하지만 드라마가 너무 허구적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했으면 우스워 보였을 것 같고요. 드라마 시작 전에 감독님께 ‘남규만의 성격이 절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마지막에 회개하고 반성하는 것은 너무 드라마 같지 않나요. 저는 결말에 만족해요.”
사실 남궁민은 ‘리멤버’가 전파를 타기 전 우려 섞인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앞서 그가 지난 해 종영한 SBS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로 한차례 악역 연기를 한 바 있었고, 영화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가 악역 재벌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 이에 남궁민이 연기할 남규만이 조태오의 아류 캐릭터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남궁민은 “저 스스로 비교해보려고 한 적은 없지만, ‘베테랑’ 조태오와 ‘리멤버’ 남규만은 일단 재벌 망나니라는 전체적인 구조가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디테일한 부분은 다 다르다”며 “제작발표회에서도 ‘연기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다. 그 말에 어느 정도 책임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확고한 소신을 밝혔다.
두 차례의 악역 모두 우려를 씻고 개성 있는 캐릭터로 소화해 사랑 받은 만큼 또 다른 유형의 악역 연기에도 도전하고 싶은지 궁금했다. 그는 “TV에서 표현할 수 있는 악역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영화에서 표현할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도전해볼 것 같다”고 전했다.
즐거운 현장 분위기, 동료들과의 호흡 등 ‘리멤버’에 출연하며 얻은 것이 많지만 뭐니뭐니 해도 배우로서 가장 큰 수확은 시청자들의 연기력 극찬이었다. 남궁민은 “이 작품을 하면서 연기 잘 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은 것 같다”며 “사실 대중이 보지 않는 곳에서 연기해야 할 때 조금 서글프다. 제가 열정을 다해 연기한 모습을 많은 분들이 봐주셨고, 칭찬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 중 남궁민이 가장 많이 한 말은 “내가 웃는 게 그렇게 무섭냐”는 말이었다. 웃는 모습이 드라마 속 남규만과 겹쳐 보여 주위로부터 “웃기만 해도 무섭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고.
그는 “사실 제가 여리여리하고 착한 이미지라 남자다운 캐릭터나 악역을 어떻게 하냐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제가 웃기만 해도 무서워서 집중이 안 된다는 말을 하시더라”라며 “원래 성격은 평범하고 조용조용하다. 연기를 하면서 캐릭터들이 쌓여져 지금의 남궁민이 되지 않았나 싶다. 남규만을 거쳐갔으니 조금 더 남자다워지지는 않았을까. 사이코 같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남규만의 존재감이 워낙 강렬했던 탓에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도 존재할 법 했다. 그러나 그는 “10명을 다 만족시킬 순 없어도 8명은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음에는 인간미 있고 공감 가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게 또 다른 도전이고 숙제다. 의식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열심히 하면 될 것 같다”고 확신했다.
“항상 저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냐고 질문해요. 결과적으로 ‘리멤버’는 칭찬해주고 싶어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 같아요. 사랑해주신 시청자 분들께 감사드려요. 그분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는 인간적인 캐릭터로 돌아올 것을 약속드리고, 꼭 지킬게요.”
[김지연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935엔터테인먼트 제공]